국제
2019년 02월 23일 17시 27분 KST

지지자들이 '2020년 대선 적임자는 버니 샌더스'라고 여전히 믿는 이유

샌더스의 2020년은 2016년과 다르다.

Yuri Gripas / Reuters

2016년 미국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버몬트)의 정체성은 분명했다. 힐러리 클린턴과는 확연한 차이를 보이는 급진적 진보 후보였던 샌더스는 클린턴의 경력, 클린턴과 금융 엘리트와의 친분을 공략했다.

샌더스는 이라크 전쟁이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반대표를 던진 이유를 해명할 필요가 없는 진정한 후보였다. 그에게는 경제적 불평등과 기후변화에 맞서기 위한 크고 야심찬 계획이 있었다. 그는 밀레니얼 유권자들에게 그들의 포부에 한계란 없다고 말했고, 이들은 샌더스의 연설을 듣기 위해 스타디움을 가득 메우는 것으로 반응했다.

샌더스가 결국 경선에서 승리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그가 내세웠던 정책들은 다른 얘기다. 그는 ‘모두를 위한 건강보험(Medicare for All)’, 공립대학 무상 교육, 정치에 큰 입김을 미치는 자본과의 싸움, 대선 후보 선정 과정 개혁 등이 전국 민주당의 우선 순위에 들어가게 만들었다.

샌더스는 2월 19일에 공식적으로 출마를 선언했다. 그러나 2020년 대선에 샌더스가 출마해야할 근거는 2016년보다는 덜 분명하다. 뉴욕타임스(NYT)는 샌더스가 ‘자신이 거둔 성공의 희생자’라고 설명했다. 대선 출마를 노리는 다른 여러 민주당 후보들이 샌더스의 아이디어를 가져다 민주당의 왼쪽 진영에 어필하려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건 충분히 일리가 있는 이야기다. 2016년에 클린턴은 샌더스가 주장하는 ‘모두를 위한 건강보험’ 정책을 비웃었다. 그러나 현재 대선 출마를 선언한 민주당 후보 9명 중 6명이 이 정책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상원에서 샌더스의 단일 건강보험(single-player)법을 지지한 코리 부커 상원의원(뉴저지), 엘리자베스 워렌 상원의원(매사추세츠), 카말라 해리스 상원의원(캘리포니아), 커스틴 길리브랜드 상원의원(뉴욕)이 그들이다.

샌더스는 출마를 선언하며 자신이 오래 전부터 진보 어젠다를 지켜왔으며, 진보를 가로막는 세력에 맞서기 위해 풀뿌리 조직을 만들어 왔기 때문에 자신의 출마가 두드러진 의미를 갖는다고 주장했다.

“나의 출마가 다른 이들의 그것과 다른 이유는 사실 이것들이 우리가 제기한 이슈들이라는 것일 뿐만 아니라 … 악전고투가 없다면, 수백만 명이 들고 일어나 변화를 위해 싸우지 않는다면 이 나라에서 진정한 변화는 있을 수 없다는 걸 내가 마음 깊은 곳으로부터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많은 진보주의자들은 샌더스를 지지한다고 말한다. 민주당 후보가 많기는 하지만, 버니 샌더스는 단 한 명 뿐이기 때문이다.

자신들이 지지하는 상원의원은 샌더스 뿐이라는 자부심 강한 민주당 사회주의자들에게, 이건 명확한 일이다.

샌더스는 ”최고의 후보다. 사회주의자에 가깝다고 할 수 있는 유일한 후보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꺾을 사람”이라고 앰버 아리 프로스트는 자코뱅 매거진 기고문에 적었다.

미국 ‘민주당 사회주의자(Democratic Socialists of America)’ 모임에 속해있지는 않은, 보다 광범위한 샌더스 지지자들이 보기에 그 누구도, 심지어 워렌조차 샌더스에 비할 만한 진보적 신뢰성이나 풀뿌리 운동을 이끌어낸 입증된 경력이 없다.

“자신의 정치에 대해 스토리를 만들어 내는데 시간을 많이 써야 할 후보들이 있다.” 2016년에 샌더스를 지지한 최대 규모 풀뿌리 단체 중 하나인 ‘피플 포 버니 샌더스(People for Bernie Sanders)’의 공동 설립자 위니 웡의 말이다. “[샌더스는] 여전히 진보 정치의 기수다.”

ASSOCIATED PRESS
벌링턴 시장이었던 버니 샌더스(왼쪽)가 대선에 출마한 시민운동가 제시 잭슨을 만나 인사를 나누는 모습. 1988년 12월31일.

 

‘버니는 오래 전에 이런 생각들을 갖게 됐다’

샌더스 지지자들은 신뢰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수십 년 동안 외로이 좌파 활동을 해온 샌더스가 좌파 정책에 대한 전국적 지지가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나서야 뒤늦게 가담한 민주당 정치인들보다, 그들의 눈에는 샌더스가 더 진정성(authentic)이 있어 보이는 것이다.

“버니는 오래 전에 이런 생각들에 이르렀고, 미쳤다는 말을 들으면서도 그것을 지켰다. 그러니 진짜다.” 자신의 주에서 2016년 샌더스 대선을 도왔던 빈센트 포트 조지아주 전 상원의원의 말이다. “다른 후보들이 자기들이 하는 말을 스스로 믿는 건지 모르겠다. 그들 중 일부는 불편해 보인다. 일부는 대충 얼버무리고 있다.”

지난해 민주당 경선에서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를 지원해 뉴욕 하원의원 당선을 도운 좌파 단체 ‘정의 민주당원(Justice Democrats)’의 왈리드 샤히드는 포트와 비슷한 생각이다.

이 단체가 민주당 대선 경선에 아직 관여하지는 않고 있지만, 샤히드는 샌더스가 “후보로 등장할 수 있는 사람들 가운데 그 누구보다도 가장 오랫동안 미국의 과두 집권층과 맞서왔다”고 말한다.

샌더스는 1980년대에 벌링턴 시장이 된 이후로 내내 소득 불평등과 부패한 선거 자금 시스템을 비판해 왔으며, 유럽식 사회민주주의 도입을 지지해 왔다.

C-Span의 비디오 아카이브를 보면 머리숱이 더 많았고 더 두꺼운 안경을 쓰던 시절의 샌더스가 1990년대부터 21세기가 될 때까지 미국 하원에서 분노하며 토론의 방향을 좌파 쪽으로 밀고 가는 모습을 볼수 있다. 그는 1993년 연설에서 단일 건강보험 체제를 주장했다.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 소속이던 2003년에는 불평등 심화와 제조업 일자리 감소에 신경쓰지 않고 있다며 당시 연방준비제도 의장 앨런 그린스펀을 맹비난했다.

반면 1991년부터 1996년까지 공화당원이었으나 지금은 샌더스의 가장 강력한 좌파 경쟁자로 간주되는 엘리자베스 워렌은 샌더스가 2017년 9월에 단일 건강보험법을 주장하기 직전에야 ‘모두를 위한 건강보험’에 서명했다.

해리스는 워렌보다 조금 먼저 이 정책과 샌더스의 법안을 지지했다. 부커와 길리브랜드는 워렌보다도 늦었다.

대권을 노리는 이들이 이 야심찬 정책에 대해 그동안 보여온 지지는 종종 애매했다.

길리브랜드는 아이오와에서 벌인 첫 유세 도중 ‘모두를 위한 건강보험’이란 말을 메디케어 바이 인(Medicare Buy-in)을 가리키는데 썼다. 부커 역시 이번 달에 아이오와를 찾아 단일 건강보험 체제보다는 ‘바이 인’ 또는 메디케어 자격 연령 조정이 더 실현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해리스는 1월 CNN 타운 홀 미팅에서 민영 건강보험을 없애고 싶다고 말했으나, 후에 해리스 측은 보편적 보험을 향한 여러 경로에 대해 열린 자세를 취하고 있다고 밝혔다.

워렌은 1월 중순 아이오와 유세에서 모두를 위한 건강보험을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으나, 16일 매사추세츠주 로렌스에서 대선 도전을 선언하며 이에 대한 지지 입장을 밝혔다.

지난해 샌더스의 지지를 받으며 미시간 민주당 주지사 경선에 도전했으나 실패했던 디트로이트의 전 보건 담당자 압둘 엘-사예드 박사는 샌더스가 단일 건강보험 체제를 꾸준히 지지하는 것이 바로 그의 대선 재도전 의미를 보여주는 중요한 근거라고 본다.

“‘모두를 위한 건강보험’은 정말 중요하다… 대형 보험사와 대형 공급자 사이의 공모를 끝낼 수 있다.” 엘 사예드는 2020년 경선에 대해서는 중립적 자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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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대외 정책

샌더스가 경쟁자들보다 더 급진적 시각을 가진 것으로 보이는 분야는 미국의 대외 정책이다.

샌더스는 ‘모두를 위한 건강보험’ 같은 사민주의적 개혁을 지지해 온 것 만큼이나 오래 전부터 반(反)개입주의 대외 정책을 주창해 왔다. 시장 시절에는 당시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이 니카라과의 좌파 산디니스타 정권 전복을 시도하자 반대 목소리를 내기 위해 직접 니카라과로 향하기도 했다.

샌더스는 모든 종류의 ‘정권 교체(regime change)’ 정책에 반대한다. 이는 2016년 경선 당시 클린턴과의 토론에서 가장 화제가 된 장면 중 하나를 낳았다. 논쟁적인 대외 정책 전문가 헨리 키신저에 대해 샌더스가 “나는 그의 친구가 아닌 것이 자랑스럽다”고 말한 것이다.

2016년 대선 이후 샌더스는 대외 정책 전문성이 없다는 비판에 대응할 방법을 찾아왔다. ‘미국진보센터’ 출신의 전문가 매트 더스를 대외 정책 고문으로 기용했으며, 전 세계적으로 부상하고 있는 우파 권위주의에 맞서는 연합체를 미국이 이끌면서도 다른 국가의 미래를 결정하기 위해 군사력을 동원하지는 않는 것을 골자로 하는 진보적 미국 대외 정책의 비전을 만들었다.

더스의 도움으로 샌더스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잔혹한 예멘 군사 개입에 대한 미국 지지 철회를 이끄는 대표적인 인물이 되었다. 지난 12월 상원은 샌더스와 마이크 리(공화당-유타), 크리스 머피(민주당-코네티컷) 상원의원이 함께 발의한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사우디의 작전에 대한 미국의 지지를 공식적으로 철회하는 안이었다.

샌더스의 예멘 지원 및 대외 정책은 민주당 경선에서 “다른 후보들에 비해 굉장히 차별화되는 점”이라고 엘-사예드는 말했다.

2016년에 샌더스의 자원봉사 네트워크 조직을 도왔던 클레어 샌드버그는 민주당 유권자들이 “인권과 평화를 추구하는 후보를 원한다. 군사주의에 반대하고, 미국이 비민주적 정권이나 예멘 전쟁 같은 잔혹한 인권 유린을 지원하는 것에 반대하는 후보를 원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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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뿌리 조직

민주당에서 대선 출마를 선언했거나 가능성이 있다고 여겨지는 후보들 중 좌파라고 주장한 후보들은 아직 전국적인 테스트를 거치지 않은 반면, 샌더스는 지난 대선에서 자신이 전국적으로 수천 명의 자원봉사자와 2억2000만 달러 넘는 후원금을 모을 능력이 있음을 보여주었다. 후원금 중 절반 이상은 200달러 이하의 소액 후원자들에게서 나온 것이었다.

소액 후원자의 규모로 비교하자면, 샌더스는 다른 경쟁자들을 크게 앞선다. 9일 NYT의 분석 기사를 보면, 2012년 이후 지금까지 온라인을 통해 샌더스에게 후원금을 보낸 미국인은 210만 명으로 추정된다. 2020년의 경쟁자 중 그나마 이에 비할 수 있는 후보는 74만3000명으로부터 후원금을 모은 베토 오루크 전 하원의원(민주당, 텍사스) 정도다.

물론 이 차이는 샌더스가 (가장 관심 높은) ‘대선’에 나섰던 덕분이다. 민주당의 다른 후보들도 대선에 도전한다면 이에 비견할 만한 수치를 기록할 수도 있다.

이미 인상적인 숫자들을 끌어낸 후보들도 있다. 해리스가 1월 중순에 대선 출마를 발표하자 24시간 동안에 3만8000명이 150만 달러를 기부했다. 그러나 샌더스는 대선 도전을 발표한지 4시간 만에 4만2000명 넘는 후원자를 끌어들여 해리스를 넘어섰다.

샌더스의 지지자들은 이러한 모금 능력은 샌더스의 포퓰리스트 메시지의 힘일 뿐 아니라 상향식 조직 능력 덕분이기도 하다고 주장한다.

“그에겐 여러 아이디어가 있지만, 변화를 일으키기 위해서는 직접 찾아가야 한다는 걸 알고 있다. 교회 지하실, 지역 모임 등이다. 그가 시장으로 있을 때 겪은 곳들이다.” 포트의 말이다.

2016년에 기대 이상으로 선전했지만 승리하지는 못했던 샌더스는 그후 네트워크를 더욱 넓혔다. 나우디스(NowThis)의 베테랑 아만드 아비람을 고용해 온라인 영상을 만들었는데, NBC 뉴스는 이를 ‘버니 TV’라 불렀다.

샌더스의 페이스북 페이지의 ‘좋아요‘는 750만개에 달하며, 지금은 정책 투쟁에 대한 설명, 다양한 활동가들의 활약을 소개하는 등 대안 매체의 구실을 하고 있다. 자신의 디지털 플랫폼과 여러 진보 매체들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샌더스는 ‘모두를 위한 건강보험’, 소득 불평등, 기후변화에 대한 타운 홀 미팅들을 생중계해서 매번 최소 100만 이상의 조회수를 올렸다.

“버니가 이끈 정치적 혁명에 영향을 받은 사람들이 많다. 그 사회적 운동과 세력은 지금도 아주 활발하다.” 웡의 말이다.

그러나 2016년의 샌더스 캠프에서 떠난 사람들도 있다. 자원봉사 조직 전략을 세웠던 베키 본드와 잭 말리츠는 2018년에 텍사스에서 상원의원에 도전했던 베토 오루크를 도왔다. 오루크가 대선에 출마할 경우 이들은 오루크를 돕겠다고 한다.

그러나 다른 핵심 인물들은 그대로다. 일례로 팀 타가리스와 로빈 커런은 샌더스의 온라인 모금 활동을 지휘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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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자베스 워렌은?

샌더스와 이념적으로 가장 가깝고 가장 자연스러운 대안이 될 후보는 워렌이다. 샌더스와 마찬가지로 워렌은 월스트리트에 대한 강력한 반대를 이끌어냈다. 기업 권력에 도전하여 이긴 전력도 있다. 2016년에는 당시 웰스 파고 CEO였던 존 스텀프에게 맞서, 그의 해임과 보너스 삭감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러나 일부 샌더스 열성 지지자들은 샌더스는 자칭 ‘민주적 사회주의자’인 반면 워렌은 자랑스럽게 “시장을 믿는 자본주의자”라고 말했다는 이유로 지지하지 않는다.

이것은 두 사람이 대통령이 될 경우 각각 크게 다른 어젠다를 추구할 것임을 보여주는 차이라고 데이비드 데이언이 지난 10월 뉴리퍼블릭의 분석 기사에서 주장했다.

워렌은 그간 규제에 초점을 맞추어 왔다. 게임의 ‘규칙’을 조정하자는 것이다. 반면 샌더스는 사회보험 시스템 확장과 노조 발언권 강화에 집중해왔다.

“샌더스는 지금도 이런 이슈들에서 논의를 왼쪽으로 끌고 올 수 있다고 믿는다.” 한 진보적인 하원의원의 고문의 말이다.

대외 정책 등 다른 분야에서도 샌더스는 워렌보다 더 좌파에 가깝다.

워렌은 지난 11월 연설에서 대외 정책을 공개하면서 미국의 대외 정책이 악화된 시기를 1980년대부터로 꼽았다. 이를 비판한 사람들은 베트남 전쟁이 포함되지 않은 것을 지적했다.

트럼프가 최근 베네수엘라 야당 지도자 후안 과이도를 대통령으로 인정한다고 밝혔는데, 허프포스트가 1월말에 의견을 묻기까지 워렌은 이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워렌은 베네수엘라에 대한 미국의 새로운 제재 및 군사 행동에 반대한다고 밝혔으나 과이도에 대한 입장은 명확히 하지 않았다.

과이도에 대한 샌더스의 입장은 밝혀지지 않았으나, 허프포스트가 질문하기 며칠 전 그는 베네수엘라 위기에 대한 미국 개입 시도에 대해 ‘정권 교체나 쿠데타 지원’은 안된다고 경고하며 “미국은 오래 전부터 라틴 아메리카 국가들에 부적절하게 개입한 사례가 많았다”고 말했다.

샌더스 지지자들은 당선 가능성보다는 샌더스가 진정한 진보주의자기 때문에 끌렸다고 강조한다.

“도널드 트럼프를 꺾기에 누가 적임자인가는 선거에 대한 문제다. 운동에 대한 문제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샌더스 고문의 말이다. “그러나 트럼프가 존재했든 말았든, 결국 이건 인종 및 경제적 정의에서 이 나라가 있어야 할 곳으로 가게 하는 것의 문제다.”

현재 체제에서 이득을 얻고 있는 업계들은 “자신들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민주당이 장악한 백악관과 의회를 향해 무슨 공격이든 할 것이다. 버니는 이런 업계들과 맞서 싸울 운동을 만들고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가 확고하다”

 

* 허프포스트US의 Why Bernie Sanders’ Supporters Say He’s Still The Right Choice For 2020을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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