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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02월 22일 16시 47분 KST | 업데이트됨 2019년 02월 22일 16시 47분 KST

영화 '사바하'는 선과 악의 경계에 대해 묻는다

어느 장면에서는 ‘곡성‘을 연상하게 한다.

huffpost

일종의 오컬트 영화이다. 어느 장면에서는 ‘곡성‘을 연상하게 한다. ‘악’과 ‘선’은 어떻게 나눌 수 있는가. 사운드와 음악이 좋다. 배우들의 연기도 괜찮다. 박정민, 이재인이라는 젊은 배우들을 주목하게 되었다.

영화의 줄거리

한 시골 마을에서 쌍둥이 자매가 태어난다. 온전치 못한 다리로 태어난 ‘금화’(이재인)와 모두가 오래 살지 못할 것이라고 했던 언니 ‘그것’. 하지만 그들은 올해로 16살이 되었다. 신흥 종교 비리를 찾아내는 종교문제연구소 ‘박목사’(이정재)는 사슴동산이라는 새로운 종교 단체를 조사 중이다. 영월 터널에서 여중생이 사체로 발견되는 사건이 발생하고 이를 쫓던 경찰과 우연히 사슴동산에서 마주친 박목사는 이번 건이 심상치 않음을 직감한다. 하지만 진실이 밝혀지기 전 터널 사건의 용의자는 자살하고, 그가 죽기 전 마지막으로 만난 실체를 알 수 없는 정비공 ‘나한’(박정민)과 16년 전 태어난 쌍둥이 동생 금화의 존재까지 사슴동산에 대해 파고들수록 박목사는 점점 더 많은 미스터리와 마주하게 되는데…! 그것이 태어나고 모든 사건이 시작되었다. - 시네21

악과 선의 경계에 관한 대사들이 마음에 남는다. 예수를 죽이기 위해 만 2세 이전의 아이들을 모두 죽였던 성탄절의 슬픈 배경 이야기. 자신이 믿는 신의 이름으로 다른 종교를 믿는 이들, 심지어는 아이들도 죽이는 이들. 이른바 ‘대의’를 위해 자신과 남을 희생해도 된다고 믿는 이들. 이 영화가 묻는 질문이다. 그때 신은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가라고.

모두가 ‘선’이라고 믿었던 이가 과연 선한 존재인지, 모두가 ‘악’이라고 믿었던 존재가 과연 악한 것인지를 영화는 묻는다. 영화의 ‘그것‘은 악인가, 선인가. 이 물음에 명료한 답을 내기는 어렵다. 그게 어쩌면 인간의 한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 인간은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본다. 그래서 언뜻 보기에 추하고 비정상적인 것은 악으로 규정된다. 악은 대개 ‘짐승’과 연결된다. 선은 온화함과 우아한 외양으로 평가된다. 그런데 악은 종종, 아니 거의 대부분 선의 외양을 하고 나타난다. 가장 천사처럼 보이는 이가 실은 악마이다. 그럴 때 어떻게 선과 악을 구분할 수 있을까.  

제목 ‘사바하‘(娑婆訶)는 ‘원하는 바가 이루어지소서’라는 뜻의 불교용어라고 한다. 그때 원하는 바는 누구의 욕망인가. 절대자의 뜻인가, 아니면 절대자의 힘을 빌어 자신의 욕망을 채우려는 것인가. 인간이 욕망을 벗어나는 것은 어디까지 가능한가. ‘초월’의 욕망도 또 다른 욕망이다. 마음을 비웠다고 떠드는 자가 가장 욕망으로 가득 차 있는 법이다.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 중 하나가 아이를 재우는 엄마의 자장가가 들리는 장면이다. 엄마-보살의 이미지는 언뜻 클리세처럼 보이지만 이 영화는 그 둘을 설득력있게 결합시킨다. ‘대의’를 믿어 저지른 죄악들이 주는 고통을 달래는 자장가 소리들. 그 장면들이 마음에 남는다. 삶과 인간적인 것을 제거하고 이뤄지는 초월과 구원은 없다. 그렇게 주장하는 종교가 사이비종교다.

사이비 종교와 그렇지 않은 종교를 나누는 기준은 뭘까. 여러 기준이 있겠지만 내가 생각하는 기준은 이런 거다. 그 종교가 사람들에게 (정신적, 물질적) 댓가를 요구하고(‘나’를 위해 너희를 바치라!) 그 종교의 창시자가 자신을 내세우면서 스스로를 절대적 존재, ‘신’이라고 주장하는 종교들은 의심해봐야 한다. 종교는 ‘나’가 아니라 ‘나’ 이외의 다른 존재들을 먼저 생각한다.

이 영화에서 ‘악’을 제거하기 위해 ‘나’를 희생하는 존재가 마음에 남는 이유다. 악은 선의 희생 없이 저절로 사라지지 않는다. 그래서 어떤 존재는 오랜 기간을 짐승의 외양으로 산다. 인간들의 혐오와 배척을 견디면서. 종교의 숭고함은 여기에 있다. ”죄과로 인해 고통 받는 중생들을 모두 해탈하게 한 후 성불하겠노라”는 서원을 한 불교의 지장보살이 내게는 종교적 존재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이유다. 종교는 높고 고귀한 곳을 바라보는 것이아니라 낮고 비천한 ‘짐승들’의 세계를 바라본다.

스포일러가 적지 않기에 영화의 내용에 대해 말하기 조심스럽다. 근자에 본 한국영화 중에서는 인상적이다. 추천한다.

* 필자의 페이스북에 실린 글입니다.

PRESENTED BY 호가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