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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는 정신건강을 다룬 드라마 시리즈 3편

[스트리머스] 우울증, 중독, 친구, 꿈, 강아지와 고양이가 나온다

  • 박수진
  • 입력 2019.02.22 15:31
  • 수정 2020.10.17 13:53

러시아 인형처럼 Russian Doll

ⓒNetflix

story. 과거에서 온 상처와 죄책감을 음주와 마약으로 적당히 해결하고 사는 36살 여자가 있다. 여자는 자신의 생일날, 외출한(집 나간) 고양이를 뒤쫓다 사고로 죽는다. 하지만 여자는 사라지거나 사후세계로 가는 대신 자신의 생일 파티가 열린 절친의 집 화장실로 돌아온다. 이상한 기분으로 다음날을 맞은 여자는 이번에는 다른 사고로 죽는데, 그 순간 다시 문밖에서 생일 파티가 열리는 전날 밤의 그 화장실에서 깨어난다. 그렇게 죽음과 ‘리셋’은 계속 반복된다.

매일 죽으며 같은 날을 반복한다는 설정은 익숙하지만, ‘러시아 인형처럼’에서는 죽는 상황이 매번 다르다. 30분짜리 8개 에피소드가 이어지는 동안 싫었던 캐릭터는 좋아지고, 좋았던 캐릭터는 더 좋아지며, 낯선 사람들과 친절함을 주고받는 순간들이 곳곳에 등장한다. 주인공의 직업이 게임 개발자라는 걸 잊지 않고 보면 여러 재미 요소들이 읽힌다.

key. 정신건강, 중독, 관계, 신뢰, 반려동물, 친절함에 대한 이야기와 클로에 세비니를 볼 수 있다.

  

플리즈 라이크 미 Please Like Me

story. 2013년부터 4개 시즌이 제작, 방영되고 막을 내린 호주의 인기 코미디 드라마다. 첫 회에서 주인공 조쉬가 고등학교 시절 내내 사귄 여자친구 클레어는 조쉬에게 결별을 선언하며 그가 게이라는 사실도 알려준다. 같은 날, 우울증을 앓던 조쉬의 엄마는 자살 시도로 응급실에 실려간다. 조쉬는 의사의 조언에 따라 엄마의 집으로 들어가 한동안 같이 살기로 하는데, 또 한편으로는 싱글 게이로서 새로운 연애 생활을 시작한다.

드라마의 제작자이면서 주인공을 연기하는 조쉬가 자기의 실제 경험들을 활용해 모든 에피소드와 대사들을 썼다. 제목에서 노골적으로 드러나듯 감정과 연애, 관계와 불안에 대한 드라마다. 등장인물들은 서로 사이가 좋지만은 않지만, 드라마를 보는 우리가 미워할 수 있는 사람은 하나도 없다. ‘러시아 인형처럼’에서처럼, 절친한 친구들은 항상 마지막에는 곁에 남는다. 정주행을 하다보면 어쩐지 조쉬가 어렵지 않게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연애를 해나가는 것 같은 느낌이 좀 들지만 뭐 괜찮다.

‘비슷한 콘텐츠‘에 뜨는 ‘해나 개즈비: 나의 이야기’는 드라마의 작가/제작자이자 조연으로 출연한 코미디언 해나 개즈비의 스탠드업 쇼다. 1978년생 호주의 시골 출신 레즈비언 코미디언의 선언과도 같은 이 쇼로 정주행을 마감하기를 추천한다.

key. 우울증, 새로운 가족, 오래된 가족, 커밍아웃, 임신중절, 인종차별, 성폭력, 데이팅 앱에 대한 이야기가 있으며 반려동물의 소중함과 직접 끼니를 요리하는 일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알게 된다.

 

매니악 Maniac

story. 조현병을 앓은 이력 때문에 가진 것 많은 집의 천덕꾸러기로 사는 조나 힐과, 가진 것 없고 왜인지는 모르지만 2000년대 드라마 속 이나영처럼 항상 화가 나 있는 엠마 스톤이 신약 실험 아르바이트에서 만난다. ”마음을 해결”하는 것이 목적인 신약이 주인공들의 뇌 속 트라우마와 판타지를 헤집는데, 알고보니 엠마 스톤은 이미 이 ‘신약’에 의존해야만 죽지 않고 하루하루를 살 수 있는 중독자다.

드라마의 키는 두 사람이 잠재의식 속에서 만나고 서로의 꿈 속 결말에 영향을 미치는 데 있다. 덜 압도적인 대신 덜 불행하고 덜 부담스러운 버전의 ‘인셉션‘이나 ‘블랙 미러’라고 표현할 수 있겠다. 안전하고 온건한 결말도 허무할 수 있다.

key. 꿈, 가족으로 인한 트라우마, A.I, 픽셀로 된 가상 캐릭터와의 섹스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며 다른 사람들의 꿈도 내 것만큼이나 이상하다는 걸 알 수 있다.

 

넷플릭스에서 위의 세 시리즈들을 볼 수 있다.

 

*필자의 블로그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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