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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이미자가 데뷔 60돌을 맞았다

그는 ‘동백 아가씨’로 35주 동안 인기차트 1위를 차지하는 대기록을 세우며 정상에 섰다.

  • 김도훈
  • 입력 2019.02.22 09:21
  • 수정 2019.02.22 09:23
ⓒ뉴스1

‘열아홉 순정’을 부르던 열아홉 살 소녀가 일흔아홉 살이 됐다. 한국 가요계의 역사인 ‘엘레지의 여왕’ 이미자씨가 데뷔 60돌을 맞았다. 노래 인생만으로 ‘환갑’을 맞은 그는 21일 서울 소공동의 한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소회를 밝히고, 데뷔 60돌 기념 음반과 신곡을 발표했다.

“여기 계신 분들보다 여러분 부모님들 사랑이 컸기에 여기까지 오지 않았나 싶습니다. 1960년대 초 가장 바빴는데, 돌아보니 당시 너무나 살기 힘들었던 시대를 부모님들이 참고 견디며 애쓰셨기 때문에 오늘날 잘사는 나라가 됐습니다. 그 어려운 시대에 제 노래와 목소리가 잘 맞아서 큰 사랑을 받은 것 같습니다.”

1959년 ‘열아홉 순정’으로 가요계에 발을 들인 그는 1964년 발표한 ‘동백 아가씨’로 35주 동안 인기차트 1위를 차지하는 대기록을 세우며 정상에 섰다. 이후 ‘흑산도 아가씨’ ‘섬마을 선생님’ ‘기러기 아빠’ 등 히트곡을 줄줄이 냈다. 그는 최다 음반(500여 장)과 최다 취입곡(2300여 곡)을 낸 가수로 기네스북에도 올랐다. 1973년 베트남 전쟁 당시 한국군을 위해 최초로 위문공연을 하고, 2002년 평양에서 남쪽 가수로는 처음 단독공연을 펼치는 등 유독 ‘처음’이라는 수식어가 많이 붙는다.

60년 동안 기쁘고 행복한 일만 있었던 건 아니다. “큰 사랑을 받고 가장 기뻐해야 했을 때조차 늘 꼬리표가 붙어 다녔다”고 그는 말했다. “이미자의 노래는 질 낮고 천박하다, 상급 클래스 사람들은 창피해한다, 술집에서 젓가락 두드리며 부르는 노래다, 라는 꼬리표에서 오는 소외감에 힘들었습니다. ‘나도 서구풍 발라드 부를 수 있는데 바꿔볼까?’ 생각도 했습니다. 그러나 저는 참고 견뎠습니다. 지금 와서는 ‘내가 절제하면서 잘 지탱해왔구나’ 하는 자부심도 가집니다.”

그는 자신의 3대 히트곡 ‘동백 아가씨’ ‘섬마을 선생님’ ‘기러기 아빠’가 모두 금지곡으로 묶였을 때를 가장 힘들었던 시기로 꼽았다. “35주간 차트 1위를 했던 ‘동백 아가씨’가 하루 아침에 차트에서 사라졌어요. 무대고 뭐고 아무것도 할 수 없었고, 그 노래들을 어디에서도 들을 수 없었어요. 저의 목숨을 끊어놓는 일이었죠. 그럼에도 금지곡을 사람들이 한사코 불러줬습니다. 그 힘으로 버티며 오늘까지 왔습니다.”

ⓒ한겨레

그 고마움에 보답하고자 내놓은 게 데뷔 60돌 기념 음반 <노래인생 60년 나의 노래 60곡>이다. 시디(CD) 석 장에 60곡을 담았다. 첫번째 시디에는 ‘감사’라는 제목을 붙였다. 데뷔 60돌 기념 신곡 ‘내 노래, 내 사랑 그대에게’를 비롯해 그동안 발표한 기념곡, 주제가 등을 모았다. ‘공감’이라는 제목을 붙인 두번째 시디에는 ‘동백 아가씨’ 등 자신의 전통가요 대표곡들을 담았다. “기존 곡을 다시 불러 녹음한 것도 있어 20~30대부터 70대까지 목소리의 변화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순수’라는 제목의 세번째 시디는 그가 가장 공들인 결과물이다. ‘황성 옛터’ ‘목포의 눈물’ 등 근대가요 20곡을 불러 녹음했다. “나라 잃은 설움, 배고픈 설움을 달래주던 고마운 곡들, 우리 가요의 뿌리가 사라져가고 있습니다. 그게 너무 안타까웠습니다. 부디 우리 후세에 이 곡들이 영원히 남겨졌으면 하는 마음에 제 노래보다 더 공들여 부르고 녹음했습니다.”

후배 가수들에 대한 당부도 잊지 않았다. “가요의 뿌리가 사라지지 않으려면 노랫말 전달력이 중요합니다. 슬프면 슬픔을 전해주고 기쁘면 기쁨을 전해줄 수 있는 노래가 가요입니다. 요즘 서구풍 가요가 몰려오면서 노랫말 전달이 잘 안되는 게 안타까워요. 제가 이 세상에 없더라도 몇 수십년이 흘러도 우리 가요의 뿌리가 남겨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는 오는 5월 8~10일, 30년 전 대중가수로는 처음 공연했던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단독 콘서트 ‘이미자 노래 60주년’을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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