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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모론과 포퓰리즘이 세계적 홍역 유행 불렀나

마린 르펜도 백신 접종 의무화를 반대한다.

ⓒNOEL CELIS via Getty Images

인류가 거의 정복했다고 여겨지던 홍역의 공포가 되살아나고 있다. 저개발국들에서 감염 건수와 사망자가 급증한 가운데, 의료 선진 지역인 유럽의 지난해 감염 건수가 전년보다 3배 이상 늘었다. 경제와 의료 인프라 사정으로 접종률이 떨어지는 것뿐 아니라 잘못된 정보에 따른 접종 거부와 포퓰리즘 정책이 이를 부채질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프리카 섬나라 마다가스카르는 홍역 비상이 걸렸다. 지난해 10월 이후 6만6278명이 홍역에 걸려 922명이 숨졌다. 필리핀에서도 올해 들어서만 8443명이 감염돼 136명이 숨졌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배가량 급증한 수치다.

환자가 급증한 가장 큰 이유는 낮은 백신 접종률이다. 전염성이 강한 홍역은 2차례 접종으로 예방할 수 있다. 2000년대 들어 백신 접종률이 올라가면서 대다수 지역에서 홍역은 거의 완전히 극복한 것으로 여겨졌다. 보건 선진국들의 백신 접종률은 90%를 넘어섰다. 하지만 이 추세가 뒤집힌 것이다.

마다가스카르의 경우 2017년 백신 접종률이 58%였다. 홍역 백신이 국가예방접종 프로그램에 포함되지 않아 빈곤층은 접종하기 어렵다. 관광객이 늘어 바이러스가 널리 퍼진 것으로 보인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집계가 완전히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2018년 전세계 홍역 감염자 수가 약 22만9000명이라고 최근 밝혔다. 세계보건기구는 4월까지 집계가 끝나면 지난해보다 50% 증가했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세계보건기구는 이는 보고된 수치일 뿐이라며, 실제 감염자는 그 10배에 이를 것이라고 했다.

홍역 확산세에서 주목할 현상들 중 하나는 유럽의 발병률이 크게 높아진 점이다. 유럽 지역 발병 건수는 2017년 2만5863건에서 2018년 8만2596건으로 3배 이상 증가했다. 우크라이나가 약 5만3000건으로 전년보다 9배 이상 증가한 게 큰 영향을 끼쳤다. 2008년엔 95% 수준이던 우크라이나의 접종률이 러시아와의 분쟁으로 백신 공급이 어려워진 2016년엔 31%까지 떨어진 게 주원인으로 분석된다.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를 포함해 ‘백신 접종은 위험하다’는 인식이 널리 퍼진 것도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잘못된 소문의 시작점은 영국 의사인 앤드루 웨이크필드가 1998년에 발표한 “홍역 백신이 자폐증을 유발한다”는 내용의 논문이다. 논문 내용이 거짓이라는 판정에 그의 의료 면허가 취소됐지만, 지금도 이를 믿는 이들이 백신 접종을 꺼린다. 15만명 이상이 가입한 ‘의무 백신 접종 거부’란 인터넷 사이트에서는 웨이크필드의 주장이 거론되면서 “비타민 C·A가 백신을 대신할 수 있다”는 허위 정보까지 유포됐다. 캐나다와 일본에서도 최근 홍역이 확산되고 있다.

일부 포퓰리스트 정치인들이 퍼뜨린 음모론도 역할을 한다. 이탈리아 포퓰리즘 정부는 지난해 8월 공립학교 입학 때 접종 증명서를 제출하도록 한 규정의 적용을 유예하도록 했다. 프랑스 극우 정당 국민연합의 마린 르펜 대표도 백신 접종 의무화를 반대한다. 이탈리아와 프랑스의 지난해 발생 환자 수는 각각 2500명과 2100명으로 서유럽 국가들 중 상위권이다. 포퓰리스트 정치인들이 백신을 비난하는 이유에는 필요 없는 것을 제약사들의 이익을 위해 공급한다는 음모론이 배경에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홍역·볼거리·풍진 백신이 자폐증과 연결된다고 주장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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