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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적인 이유가 아닌 병역거부가 처음으로 인정됐다

현역입영 거부가 아닌 예비군 훈련 거부

지난해 6월, 헌법재판소는 종교나 양심을 이유로 군복무를 거부한 이들을 위해 대체복무를 정하지 않은 병역법 조항에 대해서 재판관 6대 3(각하)의견으로 헌법에 합치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Im Yeongsik via Getty Images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대법원은 지난 11월 전원합의체 판결을 내리며 ‘양심에 따라 현행 병역제도는 거부하지만 대체복무는 이행할 의지가 있는 사람’에 대해서 잇따라 무죄를 선고하고 있다. 그리고 무죄를 선고받은 이들은 모두 ‘종교적 이유로 인한 병역거부자’들이었다. 정확히는 여호와의 증인 신도들이다. 11월 이후에만 100여건에 이른다.

그런데 종교적 이유가 아닌 다른 이유에 의한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한 판결이 18일 처음 나왔다. 경향신문 보도에 의하면 법원은 병역법과 예비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20대 남성 A씨가 주장한 ”타인의 생명을 빼앗는 전쟁을 위한 군사훈련에 참석할 수 없다는 신념에 따른 것이므로 정당한 이유가 있다”는 내용을 받아들이며 무죄를 선고했다.

법원에 따르면 A씨는 폭력적인 아버지와 그로 인해 고통을 겪은 어머니 슬하에서 자라며 어려서부터 폭력에 대한 경각심을 가지게 됐다. 이후 미군이 헬기에서 기관총을 난사해 민간인을 학살하는 동영상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그러면서 A씨는 인간이 인간에게 저지를 수 있는 가장 끔찍한 잘못이 타인의 생명을 빼앗는 것이고 그것은 전쟁이라는 수단으로 정당화될 수 없다는 신념을 가지게 됐다.

A씨는 입대 거부를 결심했지만 어머니와 친지들의 간곡한 설득으로 양심과 타협해 입대했다. 신병 훈련을 받는 과정에서 전쟁이 일어났을 때 자신이 적에게 총을 쏠 수 있을까라고 자문하고 결코 그럴 수 없다고 확신하게 됐다고 한다.

A씨는 군복무를 마치고 예비역에 편입됐으나 더는 양심을 속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 이후 예비군 훈련에 참석하지 않았다. 검찰은 A씨가 ‘정당한 사유’ 없이 지정된 일시에 입영하지 않았다며 기소했다.

재판부는 판결에서 A씨에 대해 “자신의 신념을 형성하게 된 과정을 상세하게 진술하고 있다”며 “수년간 계속되는 조사와 재판, 사회적 비난에 의해 겪는 정신적 고통과 안정된 직장을 얻기 어려워 입게 되는 경제적 손실, 형벌의 위험 등 예비군 훈련을 거부함으로써 받게 되는 불이익이 예비군 훈련에 참석함으로써 발생하는 시간적, 육체적, 경제적 불이익보다 현저히 많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A씨가 “유죄로 판단되는 경우 예비군 훈련을 면할 수 있는 중한 징역형을 선고받기를 요청하고 있다”면서 “훈련을 거부한 때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선고되기 전이라는 점까지 종합해보면  예비군 훈련 거부가 양심에 의한 것으로 인정된다”고 판결했다.

종교적 이유가 아닌 병역거부에 대해 첫 무죄판결이 나온 가운데 국방부는 지난 1월, 대체복무제와 관련해 ‘양심적 병역거부자‘라는 용어 대신 ‘종교적 신앙 등에 따른 병역거부자’라는 용어를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국방부의 이 결정은 병역거부의 의미를 ‘종교’로 축소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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