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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02월 16일 17시 15분 KST | 업데이트됨 2019년 02월 16일 17시 15분 KST

옥스퍼드대, 세계 공통 도덕 7가지 찾아냈다

관통하는 키워드는 `협력’이다.

픽사베이
7가지 도덕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협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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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공동체에는 구성원들이 지켜야 할 규범이 있다. 이는 공동체를 유지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들이다. 전쟁이나 반란, 학살과 저항, 배반과 음모 같은 유혈의 갈등과 충돌을 겪으면서도 인류 사회가 자멸하지 않고 오늘날의 모습을 유지할 수 있었던 데는 이 규범들의 힘이 크다. 그 중엔 특정한 사회에서만 볼 수 있는 것도 있고, 여러 사회에서 공유하는 규범도 있을 것이다. 20만년에 걸쳐 성장하고 변화해 온 인류 진화 역사에서 오랜 세월 지구촌 공동체를 유지시켜 온 공통의 도덕은 과연 무엇일까?

영국 옥스퍼드대 인지진화인류학연구소의 연구진이 전 세계를 관통하는 일곱 가지 보편적 도덕 규칙을 찾아냈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 7가지는 ”가족을 도와라, 소속 집단에 충성하라, 호의를 갚아라, 용감하라, 윗사람을 따르라, 자원을 공평하게 나눠라, 타인의 재산을 존중하라”는 것이다. 이 7가지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협력’이다.

가족을 도와라

소속 집단에 충성하라

호의를 갚아라

용감하라

윗사람을 따르라

자원을 공평히 나눠라

타인의 것을 존중하라

전 세계 60개 커뮤니티를 조사한 이번 연구는 지금까지 이뤄진 것 가운데 가장 광범위하고 종합적인 비교연구라고 연구진은 밝혔다. 연구진은 세계 각 지역의 민족문화 자료를 집대성해 놓은 예일대의 HRAF(Human Relations Area Files) 파일 속 600여개 자료에서 찾아낸 60개 사회 공동체의 기록들을 심층 분석했다. 연구를 이끈 올리버 스코트 커리(Oliver Scott Curry) 박사는 ”이번 연구에서 사람은 누구나 비슷한 사회 문제에 직면해 있으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비슷한 도덕 규범을 이용한다는 사실이 드러났다”고 말했다. 그는 ”수 세기 동안 이어진 도덕적 보편주의자와 상대주의자 간의 논쟁사에서 이제 몇가지 해답을 얻었다”는 말로 이번 연구의 의의를 설명했다.

커런트 바이올로지
세계 공통의 도덕 규범을 찾기 위해 조사한 지역들.

200만년에 걸친 수렵생활에서 태동

이번 연구는 한마디로 ‘협력도덕론’을 검증한 것이다. 이 이론은 인류의 도덕이란 사회생활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협력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생겨나고 진화해온 것으로 본다. 따라서 세상에는 많은 유형의 협력, 즉 도덕이 있다. 연구진은 협력도덕의 뿌리는 수천만년 이어져 온 집단 생활, 그리고 200만년에 걸친 수렵 생활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 시대엔 서로 협력하지 않고는 생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 협력도덕론은 인류의 주요한 행동 특성을 잘 설명해준다. 가족 부양에 특별한 의무감을 느끼고 근친상간을 혐오하는 혈연선택(kin selection), 집단을 이루고 동맹을 맺으며 충성을 강조하는 상호주의(Mutualism), 타인을 믿어주고 호의에 보답하며 죄책감과 감사, 보상과 용서의 메카니즘을 설명하는 사회교환(Social exchange) 이론 등의 바탕에 이 협력 도덕이 자리하고 있다는 것이다. 용맹스러움이나 관대함, 윗사람에 대한 순종, 공평한 자원 배분, 기존 소유권의 인정 같은 분쟁해결(conflict resolution) 방식이 인류 사회에 자리 잡은 것도 여기에 기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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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의 마사이족 마을. 

협력은 도덕적 선...세계 각지서 골고루 확인

연구진은 7가지의 도덕 규범에서 세 가지 공통점도 확인했다. 첫째는 7가지 협력 행동은 예나 지금이나 도덕적 선으로 간주되고 있다는 점이다. 둘째는 대부분의 도덕이 대부분의 사회에서 발견됐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어떤 사회도 이런 도덕을 부정하거나 나쁜 것으로 간주하지 않았다. 셋째, 이러한 도덕 가치들은 어떤 특정한 곳에 치우치지 않고 여러 대륙에서 골고루 확인됐다는 점이다. 예컨대 북동 아프리카 에티오피아의 지배계층인 암하라족은 가족 또는 친족의 의무를 어기는 것을 부끄러운 일로 간주한다. 시쳇말로 호로자식 취급한다는 얘기다.

또 동아프리카의 마사이족은 전사의 미덕을 지키는 사람들한테 여전히 높은 존경심을 보낸다. 특히 전투 중 목숨을 잃는 것은 불굴의 전사 정신에 따른 고귀한 자기희생으로 추앙받는다. 중부 아프리카 잠비아의 벰바족(Bemba)은 어르신의 권위를 대단히 존중한다. 인도네시아 이리안자야의 카파우쿠(Kapauku)족에게 정의를 가리키는 말로 쓰이는 `우타 우타’(uta-uta)는 반-반이라는 뜻이다. 우리가 공평이라고 부르는 단어의 개념과 비슷하다. 멕시코 원주민인 타라후마라 부족 사회에선 다른 사람의 재산을 존중하는 것이 대인관계의 전제다. 연구진은 한국에 대해서도 이웃 간의 협력과 상호부조, 강력한 집단내부 결속력을 언급했다. 아마도 이웃사촌, 두레 같은 한국의 오랜 전통을 지칭한 것으로 보인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 결과는 협력도덕론을 강력하게 뒷받침한다”며 ”도덕적 상대주의에 대한 이보다 더 강력한 지지대는 없다”고 주장했다. ”한마디로 흄이 옳았고 로크는 틀렸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눈길을 끄는 건 공동체별로 7가지 도덕에 대한 우선순위나 중요도는 다르다는 점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연구진은 이를 다음 연구 과제로 삼았다. 이번 연구는 미 시카고대가 발행하는 국제 학술지 `커런트 앤스로폴로지‘( Current Anthropology) 2월호에 `협력은 선인가 : 60개 사회에서의 협력 도덕성 이론 테스트’라는 제목의 논문으로 소개됐다.

최근 지구촌 곳곳에서는 전통 도덕의 가치들이 위협받고 있다. 부의 불평등, 세대 갈등 등이 심해지면서 일어나는 현상이다. 더욱 큰 문제는 사회 구성원이 아닌 시스템 자체가 전통의 도덕 규범을 훼손하도록 강제하고 있다는 점이다. 수십만년을 거치며 사회 공동체의 발전을 지탱해준 도덕 규범들의 붕괴는 인류 사회의 미래에 어떤 영향을 끼칠까?

* 한겨레 신문에 게재된 칼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