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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커 vs 워렌 : 2020 미국 대선에 임하는 민주당 앞에 놓인 두 개의 길

두 사람은 민주당 내에 공존하는 두 진영을 상징한다.

  • 허완
  • 입력 2019.02.15 19:15
나란히 2020년 대선 출마를 선언한 엘리자베스 워렌 상원의원(메사추세츠)과 코리 부커 상원의원(뉴저지)은 민주당 내에 공존하는 두 진영을 상징한다.
나란히 2020년 대선 출마를 선언한 엘리자베스 워렌 상원의원(메사추세츠)과 코리 부커 상원의원(뉴저지)은 민주당 내에 공존하는 두 진영을 상징한다. ⓒBill Clark via Getty Images

엘리자베스 워렌 상원의원(민주당-매사추세츠)은 지난 9일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연설대에는 워렌의 정치적 정체성의 핵심이 새겨져 있었다. ‘투쟁’(FIGHT)이라는 단어를 문자로 보내면 워렌의 캠페인에 대한 업데이트 정보를 받을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워렌은 자신이 투사(fighter)라는 사실을 그 무엇보다도 알리고 싶어한다. ‘투쟁’은 상원의원 재직 중에 낸 두 권의 책 ‘싸울 기회(A Fighting Chance)‘, ‘이 싸움은 우리의 싸움이다(This Fight Is Our Fight)’ 제목에도 들어가 있다. 이날 워렌은 40분 동안 연설하며 ‘투쟁’이라는 단어를 28번 썼다.

워렌이 발표 장소로 선택한 로렌스의 에버렛 제분소는 역사적 의미가 있는 곳이다. 1912년에 주로 이민자 여성들로 이루어진 노동자들이 더 나은 급여와 근무 조건을 요구하며 파업을 벌였던 장소다. 워렌은 이를 언급한 다음, 맹추위 속에도 모인 3500명의 청중에게 “이것은 우리 인생의 싸움”이라고 말했다. “꿈이 가능한 미국, 모두를 위한 미국을 만들기 위한 싸움이다. 나는 그 싸움에 투신했다.”

워렌의 팀과 우군들은 민주당 유권자들이 바라마지 않는 ‘싸울 준비가 된 자세’를 워렌측이 취하고 있다고 믿는다. 걷잡을 수 없는 경제적 불평등을 일으키고 있다고 워렌이 간주하는 세력들과 싸워 이기는데 집중하는 자세다. 즉 공화당, 대형 은행, 기업, 기업이 쓰는 로비스트들이다.

엘리자베스 워렌은 경제적 불평등과 기득권에 맞선 '투쟁(fight)'을 말하는 후보다.
엘리자베스 워렌은 경제적 불평등과 기득권에 맞선 '투쟁(fight)'을 말하는 후보다. ⓒScott Olson via Getty Images

 

반면 코리 부커 상원의원(민주당-뉴저지)은 대선 경선 시즌에 미국에서 가장 먼저 코커스가 열리는 주인 아이오와에서 상당히 다른 연설을 했다. 그는 계급, 인종, 젠더에 따라 분열된 미국을 통합시키자는데 중점을 둔 메시지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아이오와 유권자들을 설득하려 했다. 그러면서 그는 1960년대 중반 흑인 인권 운동이었던 셀마 몽고메리 행진에 감동받은 한 백인 변호사가 자신의 부모를 도와서 인종차별주의자 부동산 중개인을 이길 수 있도록 해주었던 이야기를 언급했다. 9일 2시간 넘게 이어진 타운홀 미팅 두 번에 걸쳐 부커는 ‘사랑(love)’이라는 단어를 스무 번도 넘게 썼다.

“다른 미국인에 대한 험담과 트롤링, 비하와 모욕으로 하나가 될 수는 없다.” 그는 디모인의 타운 홀을 가득 메운 관중들에게 “애국심은 국가에 대한 사랑이다. 같은 나라의 동료 시민들을 사랑하지 않으면 나라를 사랑할 수 없다”고 말했다.

“사랑은 내가 당신을, 당신의 가치를, 당신의 존엄을 인식한다는 뜻이다.” 최근 부커가 낸 책의 제목은 ‘통합’(Unity)이었다. “우리의 의견이 언제나 같지는 않을 수 있다. 우리가 서로를 썩 좋아하지 않는 날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사랑은 ‘나는 당신을 본다’고 말한다.”

코리 부커는 분열되어 있는 미국의 '통합'을 강조한다.
코리 부커는 분열되어 있는 미국의 '통합'을 강조한다. ⓒScott Olson via Getty Images

 

미국 북동부의 두 상원의원인 워렌과 부커는 민주당에서도 진보적인 쪽으로 분류된다. 이들은 내년 선거 기간 내내 민주당에서 벌어질 구호 경쟁의 양 극단을 상징한다. 미국 사회와 문화에 오래 전부터 존재해왔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의해 더욱 악화된 균열을 바로잡는데 집중하는 후보냐, 아니면 민주당의 숙적을 꺾는데 집중할 후보냐?

“[민주당의] 지지층은 두 파로 나뉜다.” 아이오와주 포크 카운티의 민주당 위원장 션 배니유스키의 말이다. “진보파 대 기존층이 있다. ‘그들이 저급하게 굴면 우리는 품위를 지킨다’ 대 ‘우리는 싸우고 싶다’의 대결이다.”

2016년에 당시 퍼스트레이디였던 미셸 오바마가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해서 유명해진 말인 ‘그들이 저급하게 굴면 우리는 품위를 지킨다’를 배니유스키가 인용했다는 것 자체가 이 논쟁의 잘 언급되지는 않는 다른 요소를 암시한다. 지금도 민주당에서 가장 인기있는 정치인인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을 노골적으로 비판할 후보는 없지만, 이 논쟁은 사실상 오바마의 정치적 리더십 스타일에 대한 논쟁이라는 점이다.

잘 알려져 있듯 오바마는 ‘희망과 변화(Hope and Change)’를 구호로 내세웠고, 여러 이슈들에 있어 양당측의 협력을 구하는 것에 바탕을 둔 전략을 들고 백악관에 입성했다.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 미치 맥코널의 끝없는 반대는 그런 계획들을 망쳐버렸고, 오바마는 재선 후에는 보다 일방적으로 행동하는 쪽으로 전환했다. 

지금 민주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논쟁은 어떤 측면에서는 버락 오바마의 정치적 리더십 스타일에 대한 논쟁이기도 하다.
지금 민주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논쟁은 어떤 측면에서는 버락 오바마의 정치적 리더십 스타일에 대한 논쟁이기도 하다. ⓒASSOCIATED PRESS

 

수사적(rhetorical) 대조는 어느 정도는 이념적 차이를 반영한다. 워렌과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무소속-버몬트)이 아마도 가장 유명한 진보적 포퓰리스트일 것이고, 둘 다 경쟁자들의 잘못을 드러내는 것을 좋아한다. 아마존이 최저임금을 15달러로 올린 것은 사실상 아마존의 CEO 제프 베조스에 대한 샌더스의 끊임없는 공격 때문이나 마찬가지다. 노조들이 선호하는 셰로드 브라운 상원의원(민주당-오하이오)이 출마할 가능성이 있는데, 브라운 역시 미국 기득권층에 대한 맹렬한 비난에 능한 인물이다.

그 반대편에 있는 인물들 중 하나가 부커다. 부커는 독자적으로 운영되는 공립학교인 차터 스쿨을 지지한다며 민주당의 당론에 맞섰다. 온건파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공화당과 가까운 관계를 유지하는 것에 대해 사과하기를 거부했다. 베토 오루크 전 하원의원(텍사스)과 에이미 클로부커 상원의원(미네소타) 같은 중도좌파들도 화합을 자주 언급한다.

“우리의 배경은 다를 수 있다.” 클로부커는 지난 일요일(10일) 미네아폴리스에서 눈바람을 맞아가며 출마를 선언했다. “우리가 기도하는 방법이 서로 다를 수 있다. 외모가 다를 수 있고, 사랑하는 방법이 다를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 모두는 공유하는 꿈으로 이루어진 같은 나라에 살고 있다.”

2012년 민주당 경선에 뛰어들어 힐러리 클린턴과 경쟁했던 버니 샌더스(무소속, 버몬트) 상원의원은 엘리자베스 워렌과 더불어 아마도 가장 유명한 진보적 포퓰리스트일 것이다.
2012년 민주당 경선에 뛰어들어 힐러리 클린턴과 경쟁했던 버니 샌더스(무소속, 버몬트) 상원의원은 엘리자베스 워렌과 더불어 아마도 가장 유명한 진보적 포퓰리스트일 것이다. ⓒASSOCIATED PRESS

 

카말라 해리스 상원의원(캘리포니아), 커스틴 길리브랜드 상원의원(뉴욕) 등 다른 주요 후보들은 두 스타일을 혼합하는 경향이 있다.

이같은 분열은 곳곳에서 목격된다. 지난 1월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열린 마틴 루터 킹 주니어 기념 행사에서, 부커는 킹이 사람들을 화합시켰던 일들을 언급했다. “킹은 누군가가 우리를 너무나 낮게 끌어내려 그들을 증오할 정도로 만들어서는 결코 안된다고 했다.” 반면 샌더스는 킹을 미국 정치 시스템을 크게 바꾸고 싶어했던 반란자로 묘사했다.

“우리는 그의 혁명적 정신, ‘가치의 급진적 혁명’ 요구, 당대의 모든 정치 및 경제 기득권층에 맞선 놀라운 용기에 충실해야 한다.” 샌더스의 말이다.

워렌은 9일 연설에서 점점 커지는 소득 불평등이 “수십 년 동안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을 상대로 계급 전쟁을 펼쳐온” 미국에서 가장 부유한 이들의 탓이라고 직격탄을 날렸지만, 바이든은 미국의 경제 엘리트들까지도 아우르려 한다.

“우리가 문제를 겪고 있는 이유가 500명의 억만장자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바이든이 2018년에 브루킹스 연구소 행사에서 한 발언이다. ”최상위권 사람들이 나쁜 사람들은 아니다.”  

오바마 정부에서 부통령을 지냈던 조 바이든은 '온건파'를 대표한다. 아직 대선 출마를 선언하지는 않았지만, 그는 여론조사에서 버니 샌더스와 함께 선두권을 형성하고 있다.
오바마 정부에서 부통령을 지냈던 조 바이든은 '온건파'를 대표한다. 아직 대선 출마를 선언하지는 않았지만, 그는 여론조사에서 버니 샌더스와 함께 선두권을 형성하고 있다. ⓒASSOCIATED PRESS

 

물론 이 양측의 거리가 한도 끝도 없이 먼 것은 아니다. 워렌은 공화당 우세 주인 오클라호마에서 자랐다는 말을 자주 하고, 트럼프의 분할 정복 전략을 따라할 생각은 없다. 부커가 공화당이나 특별한 이해관계자들에게 무조건 굽히겠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워렌 지지자들은 민주당이 정책적 승리보다는 정치적 통합을 우선시하겠다는 자세는 이미 버렸다고 생각한다.

“그녀는 직설적이다.” 아이오와주 수 시티에서 열렸던 워렌 행사에 참석한 은퇴한 간호사 제이나 애덤은 이에 찬성한다. “사람들에게 희망만을 주려는 건 이제 통하지 않는다. 진흙탕 싸움도 감수해야 한다.”

반면 부커의 지지자들은 2008년에 오바마가 썼던 레토릭을 손질해서 사용함으로써 그가 오바마의 경선과 대선 승리를 재현할 수 있을 것이며, 부커는 트럼프가 끊임없이 일으키는 분열에 대한 해독제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지금의 미국인들은 분열에 지칠 대로 지쳐있다. 코리 부커는 진정한 통합의 메시지에 기반해 커리어를 쌓아왔다.” 오바마를 초창기부터 지지해 왔으며 현재는 부커를 지지하는 뉴햄프셔의 저명한 민주당원 짐 디머스의 말이다. “그는 언제나 미국을 하나로 만들 수 있는 메시지, 스타일, 톤을 사용해 왔다.”

2020년 대선에 대한 초기 설문 조사들에서는 바이든과 샌더스가 선두권을 형성하고 있다. 이걸 근거로 민주당원들이 어떤 스타일을 선호할지를 짐작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이번 달에 발표된 CNN 조사 결과, 민주당원과 민주당 성향 무소속의 68%는 공화당과 손 잡고 일할 의지가 있는지가 극히 혹은 아주 중요하다고 답했다. 65%는 이슈들에 대한 진보적 자세가 있는지가 극히 혹은 아주 중요하다고 답했다. 워싱턴 정가에 아웃사이더의 관점을 도입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답은 47%에 불과했다.

 

* 허프포스트US의 The Lover And The Fighter: Cory Booker And Elizabeth Warren Embody The 2020 Divide를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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