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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노총이 '서울대 파업'을 지지하게 된 웃픈 이유

"뭐라고요?"

  • 백승호
  • 입력 2019.02.15 17:25
  • 수정 2019.02.15 17:42

서울대 도서관 난방사태가 지구 반대편 사람들의 ‘분노의 지지’까지 이끌어냈다.

프랑스 최대 노총인 노동총동맹(CGT)은 13일, 민주노총 서울대 일반노조 기계전기분회(이하 서울대 기전노조) 소속 노동자들의 파업에 대해 ”차별을 끝내기 위해 파업 투쟁을 하고 있는 한국 동지들과 연대”한다는 성명을 보냈다. 서울대 기전노조 측이 먼저 요청한 것도 아닌데 왜 느닷없이 프랑스노총은 ‘연대’를 선언한 걸까? 과정이 흥미롭다.

 

 

서울대 파업 사건은 서울대 총학생회의 입장문으로 불거졌다. 서울대 기전노조는 합법적인 파업권을 갖고 지난 7일부터 파업에 돌입했다. 그 과정에서 대학 도서관 등 일부 건물의 난방이 중단됐다. 그런데 다음날 서울대 총학생회가 ”총학생회장단은 노조의 정당한 파업권을 존중합니다”라면서도 ”다만, 도서관과 같이 학생들의 학업과 연구에 직결되는 시설에서 발생하는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조에 도서관을 파업 대상 시설에서 제외해줄 것을 다시 한번 요청하겠다”고 성명을 내걸었다.

서울대의 이 성명은 곧바로 논란에 휩싸였다. 파업을 지지하는 측에서는 ‘파업권을 침해하는 성명‘, ‘피해 안끼치는 파업을 하라는 거냐‘등의 말을 쏟아냈고 반대 측은 ‘학생들을 인질로 잡는다‘, ‘학습권 침해’라는 주장을 펼쳤다.

논란의 정점은 한 신문의 칼럼에서 나왔다. 서이종 서울대 중앙도서관장은 조선일보 기고글에서 ”도서관 난방 중단… 응급실 폐쇄와 무엇이 다른가”라는 제목으로 ”젊은이들이 공부하는 도서관과 연구실마저 내 몫 챙기기의 볼모로 전락하는 잔인한 현실이라면 그야말로 젊은이들이 되뇌는 진짜 헬조선의 끝판왕”이라며 ”세계 어느 나라에 그 나라의 미래 인재를 양성하는 대학의 핵심 시설인 도서관과 연구실의 난방을 끄고 바리케이드를 치고 임금 투쟁하는 나라가 있는지 묻고싶다”며 글을 마무리했다.

그리고 한겨레가 서 도서관장의 질문에 답하기 위해 ‘외국선 정말 도서관과 연구시설 파업 없을까?’ 라는 주제로 취재에 돌입했다. 질문은 프랑스노총에게도 돌아갔다. 그런데 프랑스 노총은 질문 자체를 이해하지 못했다. 파업을 반대하는 측이 주장하는 ‘학생을 볼모로 삼아 학습권을 침해한다’라는 말이 무슨 말인지, 그들 입장에서는 이해되지 않았던 것이다.

민주노총은 프랑스노총이 ‘파업권이 제대로 존중받지 못하는 한국의 현실에 대한 자세한 추가 설명을 듣고서야 간신히 이해하게 됐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민주노총은 ”대부분 나라 사람들에게는 ‘학생을 볼모로 삼는다’는 주장이 ‘노동자가 파업한다’는 행위에 연결되거나 이해할 수 있는 개념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되레 프랑스노총은 서울대 기전노조에 대한 파업 지지성명을 보내왔다. 이들은 ‘난방 논란’이 보수 언론과 일부 교수들의 ‘혐오 캠페인(Hate Campaign)’이라고 지적하며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파업권 침해’라고 말했다.

정리하자면 ‘외국에선 학생들을 볼모로 잡고 도서관 파업같은 건 안한다’던 한 교수의 물음이 저 먼 지구 반대편 노동조합의 지지성명까지 끌어낸 것이다.

한편 그 교수가 궁금해했던 ‘다른 나라 도서관의 파업 여부’는 아래 한겨레 기사를 보면 자세히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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