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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언론은 왜 인디 뮤지션 '라이언 애덤스'의 성폭력 패턴을 중요하게 다루나?

한국의 인디신에서도 종종 있는 사례다

ⓒJason LaVeris via Getty Images

라이언 애덤스(1974년 출생, 45세)는 미국에서는 2000년대 초반 솔로 커리어의 정점을 찍고 이후에도 인디 밴드 ‘더 카디널스’의 보컬로 활동한 뮤지션이다. 2015년 테일러 스위프트의 앨범 전체를 그대로 리메이크한 ’1989’를 발표해 다시 큰 관심을 받았다. 

지금은 2019년. 사실 대중의 의식 속에서 그의 시대는 살짝 지나갔고, 그를 향한 세간의 관심도 사그라들었다. 2000년대에 정말 열심히 음악을 찾아 들은 사람이 아니라면, 라이언 애덤스를 검색해보고는 ”이 사람이 맨디 무어(영화 배우)의 전남편이야?”라고 놀랄 뿐이다.

그러나 그의 음악적 영향력은 여전하다. 70만 명이 넘는 트위터 팔로워를 거느린 그는 기타 팝, 얼터너티브 또는 인디 음악으로 표현되는 세계에서 왕은 아니지만 ‘귀족’에 비유할 만한 신분과 권력을 누렸다.

이번 뉴욕타임스의 폭로 기사에 등장한 피해자 중 하나인 ‘피비 브리저스‘(Phoebe Bridgers)의 앨범 소개 기사를 보자. 컬쳐 잡지 나일론의 기사 제목은 ”라이언 애덤스가 ‘넥스트 밥 딜런’이라 칭한 피비 브리저스를 만나다”이다.

역시나 컬쳐 잡지인 히어로 매거진의 기사 제목은 ”라이언 애덤스가 점 찍은 LA의 뮤지션 피비 브리저스를 만나다”이다. 미국은 넓은 시장이고 애덤스는 지지를 표하는 것만으로 성공의 사다리 정도는 만들어 줄 수 있는 사람이다.

뉴욕타임스는 지난 13일 애덤스가 최소한 7명의 여성과의 관계에서 권력을 부적절하게 사용했다고 폭로했다. 뉴욕타임스의 표현을 인용하자면 ”라이언 애덤스가 음악 활동을 도와주겠다는 것을 빌미로 접근해 성적인 상황을 조장했다”는 것이 요지다. 이 매체는 애덤스가 이 여성들에게 말로 정서적인 압박을 가한 정황도 밝혔다. 

특히 애덤스가 40살일 때 처음 알게 된 베이스 연주자 ‘에이바’(당시 14세)의 경우는 FBI가 수사에 들어간 상황이다. 뉴욕타임스는 에이바가 15~16살일 때 9개월 간 애덤스와 3,217건의 문자 메시지를 주고 받았다고 밝혔다. 

에이바에 따르면 애덤스는 스카이프를 통해 에이바와 누드를 포함한 영상을 주고 받고 폰 섹스를 했다. 미국의 법은 주에 따라 미성년자와의 신체적 접촉을 포함한 성적 관계의 제한 연령을 규정하고 있다.

에이바가 사는 오하이오주는 18세 이하 미성년의 성적인 활동과 관여된 어떤 것도 주고 받거나 거래할 수 없다. 이는 성적인 자기 결정권은 물론 화상 통화를 통한 이미지의 전송까지 포함한다. 애덤스가 사는 뉴욕도 17세 이하의 미성년을 보호하는 비슷한 법이 있다. 

애덤스는 변호인을 통해 ”이 여성이 당시 미성년이었더라도 애덤스는 이를 인지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애덤스가 보낸 문자 중에는 ”사람들이 우리 관계를 알면 아마 내가 알 켈리 같다고 할 거야”라는 내용이 있다. 알 켈리는 1994년부터 지속해서 미성년자와 착취적인 성관계를 가진 혐의를 받고 있다. 

앞서 언급한 브리저스의 경우도 시작은 비슷하다. 애덤스는 브리저스에게 ”우리 시대의 밥 딜런”이라며 추켜세웠고, 작업실로 불러 녹음을 제안했다. 몇 주가 지나지 않아 애덤스는 ‘유럽 투어의 오프닝 무대’에 서달라고 제안했다. 그러나 몇 주가 지나자 애덤스는 집착하기 시작했다. 문자로 브리저스를 괴롭히기 시작했으며 어디 있는지를 끈질기게 물었다. 즉각 답하지 않으면 자살하겠다고 협박했다.

관계를 끝내자 애덤스는 두 사람이 녹음한 노래를 공개하는 데 시큰둥해졌고, 제안했던 투어 콘서트 오프닝 무대를 취소했다.

국내에도 소수의 팬을 가진 솔로 뮤지션 코트니 제이 역시 애덤스가 음악을 빌미로 만나 성적인 관계를 갖기 위해 밀어 붙였다고 밝혔다. 

비슷한 사례로 이름을 밝히지 않은 2명의 여성 싱어송라이터가 뉴욕타임스에 애덤스의 비슷한 패턴을 폭로했다. 

2016년 애덤스와 이혼한 맨디 무어 역시 애덤스가 음악적인 지위를 활용해 상대방을 지배하려는 성향이 강하다고 밝히고 나섰다.

애덤스를 처음 만났을 당시 23살이었던 맨디 무어는 당시 촉망받는 목소리를 가진 뮤지션이었다. 그러나 애덤스와 작업하기 시작하면서 오히려 음악계의 다양한 인맥이 끊어지기 시작했다.

무어는 ”가장 활동적이고 잘 팔렸어야 할 20대 중후반의 나이에 애덤스의 통제적인 성향으로 인해 음악계의 연줄을 만들지 못했다”라고 밝혔다.

당시 애덤스는 무어에게 ”넌 진짜 뮤지션이 아니야”라며 ”왜냐하면 악기 연주를 못 하잖아”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 폭로를 두고 음악 업계에 만연한 ‘남자 천재라는 환상’ 때문이라는 지적이 있다. 가디언뉴욕타임스의 폭로 기사를 인용하며 ”인디 음악 업계에서 이런 일은 빙산의 일각일 뿐”이라고 밝혔다.

가디언의 음악 담당 기자인 로라 스냅스는 이 기사에서 ”나를 비롯해 음악 업계에서 일하는 다수의 여성들에게 이런 이야기는 무척 익숙하다‘라며 ”다른 분야보다 음악 쪽에서 미투 운동의 물결이 느린 이유 중엔 ‘구속받길 싫어하는 남성 천재’에 대한 음악계의 환상이 핵심이다”라고 밝혔다. 

그는 ”남자 천재라는 개념은 모든 종류의 죄악으로부터 단절되어 있다”라며 ”나쁜 짓을 해도 어려운 과거라는 전제 조건을 탓하고 남에게 막 대하는 태도는 트레이드마크인 예민함 때문으로 포장된다”라고 밝혔다.

로라는 또한 ”남성 아티스트의 여성 혐오적인 태도들이 종종 ‘까칠한 예술가’의 핑계로 옹호 받고, 여성이 이들의 행동을 지적하면 예술을 이해하지 못하는 히스테릭한 여자 취급을 받는다”고 밝혔다.

*박세회 sehoi.park@huff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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