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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날들이 그렇지는 않으리라, 가만히 믿어본다

무탈한 오늘

ⓒ21세기북스
ⓒhuffpost

처음 서울에 올라왔을 때
이토록 커다란 도시에, 닭장처럼 빼곡한 많은 집들 중
내가 발 뻗고 숨 쉴 공간이
손바닥만큼도 없음에 마음이 무척 작아지곤 했다.

버스를 타고 대교를 건너는 저녁,
수많은 불빛들이 강가에 반짝일 때면
저곳의 사람들은 각자의 방에서 잠이 들겠구나, 싶어
마음 한구석이 시큰해졌고
작은 마트에서 파는 생선을 볼 때면
나에게는 저 생선을 구울 자리가 없다는 사실에
새삼 마음이 쓰라렸다.

그 저릿했던 감정들을 그저
가난,이라는 단어로 설명할 수 없다.
그것은 부러움, 우울, 절망, 좌절감으로
이름 붙일 수 있는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내가 몹시 작게 느껴지는 기분에 더 가까운 것이다.

많은 이들이 그와 비슷한, 혹은 그와 같은
저릿한 감정들을 느끼며 하루를 살고 일 년을 살고
긴 시기를 살아가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누군가는 당연하게 누리는 환경이
누군가에게는 꿈꿀 엄두조차 나지 않는 시간들임을 보며
잘못한 것이 없으나 어쩐지 작아지는 감정을 느끼는 날들.

ⓒ21세기북스

움츠러든 어깨로 길을 걷고 있을 이들에게
작은 응원을 보낸다.

후줄근한 오늘을 보냈을지언정
모든 날들이 그렇지는 않으리라 가만히 믿어본다.

* 에세이 ‘무탈한 오늘’에서 발췌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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