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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동해가 '일본해'라는 걸 인정하는 건 왜 중요한가?

국제 사회에서 동해의 위치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 박세회
  • 입력 2019.02.14 14:03
  • 수정 2019.02.14 15:40
ⓒBloomberg via Getty Images

동해가 다시 이슈로 떠올랐다. 

아베 총리가 지난 12일 국회 중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일본해’는 국제사회에서 확립된 유일한 호칭으로, 이를 변경할 필요성이나 근거는 없다”며 ”이를 국제기관과 국제사회에 계속해서 단호하게 주장해 올바른 이해와 우리나라(일본)에 대한 지지를 요구하겠다”고 밝혀서다. 

이 소식을 전한 연합뉴스의 댓글을 살펴보면 ”그냥 시원하게 한판 붙자!”, ”한국은 일본해를 병기할게 아니라 동해로 무조건 유일 호칭을 쓰도록 밀어붙여라”라는 의견들이 있다. 일본과 관련한 국제 분쟁 뉴스는 항상 우리를 즉각적으로 분노하게 한다. 

언론도 마찬가지다. KBS, 이데일리, 국제뉴스 등은 아베의 발언을 ‘망언’이라 소개했다. 그러나 이런 식의 감정 소모는 국제사회에서 동해의 정당성을 인정받는 데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 

논의를 시작하기 전에 현실을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

바다에는 원래 이름이 있는 것이 아니다. 바다의 이름은 때에 따라 바뀌고, 책에 따라 바뀌고, 때로는 인간이 모여 새로 정하기도 한다. 현시점에서 누군가 지도를 제작할 때 바다의 이름을 참고한다면 어떤 자료를 참고할까?

이때 참고할 문서를 만드는 가장 권위있는 기구는 국제수로기구(International Hydrographic Organization)다. 이 기구에서 1953년에 개정한 특별간행물 격의 문서(S23) ‘해양과 바다의 경계’(Limits of Oceans and Seas) 3판이 현재까지 합의된 바다 이름의 최신판이다. 이 문서에서 동해를 지칭하는 이름은 ‘일본해(Japan Sea)’로 되어 있다.

한국이 ‘동해’를 주장할 기회는 거의 없었다.

1929년 국제수로기구(IHO)가 ‘해양과 바다의 경계’ 초판을 발간 했을 당시 우리나라가 일본의 식민지하에서 국제사회에 동해명칭의 정당성을 주장할 수 있는 기회를 갖지 못했다(외교부 홈페이지 외교정책 참고).

이 책자의 제2판 발간시(1937년) 우리나라는 여전히 일본의 식민 지배하에 있었으며, 제3판 발간시(1953년)에는 6.25 전쟁 중이었다. 

그러나 이는 동해를 ‘일본해’로 인정해야 한다는 말이 아니다. 앞서 말한 것과 마찬가지로 바다의 이름은 정해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6.25 전쟁 이후 한국 정부는 ‘동해’ 표기의 정당성을 마련하기 위해 지속해서 노력해왔다. 일례로 1965년 ‘한·일 어업협정’ 체결 당시 한·일 양국은 해역의 명칭에 합의하지 못해 결국 ‘동해’와 ‘일본해’를 자국어판 협정문에 각각 별도로 사용키로 했다.

그 노력의 결과가 가시화된 것이 병기율의 변화다. 1990년대 초까지만 해도 국외의 세계지도, 정부 문서, 교과서에 동해 이름이 병기된 비율은 0.2%에 불과했다. 그러나 2005년 18.1%, 2007년 23.8%, 2009년 28.1%로 가파르게 상승했다. 현재는 약 30% 가량이 동해와 일본해를 병기하고 있는 것으로 본다.

다만, 국외에서 제작된 지도에 ‘동해’를 단독 표기한 경우는 전무하다는 사실 역시 알고 넘어가야 한다. 

실질적인 변화를 원한다면, 즉각적인 분노를 표현하기보다는 동해를 위해 움직이는 기관들의 활동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국제수로기구

우리나라에서 동해 표기를 위해 움직이는 기관은 크게 3곳이다. 

정부 기구에서는 해양수산부 산하의 국립해양조사원(이하 ‘국조원’)이 있다. 국립해양조사원은 주로 기술적인 분야의 대응을 맡는다. 선박이 운항하려면 전자해도를 사용한다. 국조원은 우리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들이 동해로 단독 표기된 지도를 사용하도록 배포한다. 

또한 국제수로기구 회원국의 전문가들을 초대해서 교육 훈련을 하는 과정을 담당한다. 기술연수를 명목으로 하는데, 그 과정 중에 동해의 정당성을 알리는 교육이 있다. 

외교부는 국제사회에서 ‘동해’표기 정당성에 대한 지지입장을 확산시키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다. 외교부는 동해 표기의 정당성을 역사성과 국제규범에서 찾는다. 역사적으로 ‘동해‘는 1602년 마테오 리치(Matteo Ricci)의 “곤여만국전도(坤與萬國全圖)”에서 처음 사용되었다고 주장하는 ‘일본해’ 명칭보다 앞선다.  “삼국사기(三國史記)” 동명왕편, 광개토대왕릉비, “팔도총도(八道總圖)”, “아국총도(我國總圖)”를 비롯한 다양한 사료와 고지도에서 동해 표기를 확인할 수 있다. 

역사성보다 중요한 것은 국제규범이다. 동해수역은 한국, 북한, 일본, 러시아 4개국에 인접하며 ‘주권적 권리’를 공유하고 있는 바다다. 이처럼 두 개 이상의 국가가 공유하고 있는 지형물에 대한 지명은  ”단일 지명에 합의를 위해 노력하되 공통 지명 미합의 시, 기술적인 이유로 불가할 경우를 제외하고 (각각 다른 언어로 사용된) 각각의 지명 사용(병기) 권고”(국제수로기구(IHO) 결의 1/1972) 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권고일 뿐이다. 현 상황은 좀 더 복잡하다. 2017년 4월에 국제수로기구의 총회에서는 해양명칭 지침에 대한 개정 여부 등이 논의됐다. “해양과 바다의 경계(Limits of Oceans and Seas)” 4판 제작을 염두에 둔 회의다. 이 총회 이후 사무국은 차기 총회까지 한일 양국과 북한 등 이해 관계국들이 동해 명칭에 대한 비공식협의를 하도록 요구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2017년 4월 국제수로기구 제1차 총회 결정에 따라 해양과 바다의 경계 S-23의 개정 문제에 관해 논의하기 위한 비공식 협의를 추진 중에 있다”라며 ”상기 결정에 따라 IHO 차원의 동해 병기를 위한 논의의 틀이 마련된 만큼 정부로서는 관련국과의 협의를 계속해 나갈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외교부의 주도로 1994년에 조직된 비영리 민간단체 동해연구회도 있다. 이 조직이 가장 크게 힘을 쏟는 것은 국제세미나의 개최다. 이를 통해 각국의 전문가들에게 동해 표기의 필요성을 알린다. 1995년에 시작한 이 세미나는 2018년으로 제24회를 맞았다. 지난 2018년에는 미국 오스트리아 인도네시아 일본 대만 등 6개국에서 전문가 36명이 참가해 바다 명칭 표준화에 관한 12편의 논문을 발표하고 토론을 벌였다. 

*박세회 sehoi.park@huff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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