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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인 사냥꾼이 멸종위기 종인 마코르 염소를 합법적으로 죽였다

그가 사냥한 건, 마코르 염소였다.

  • 강병진
  • 입력 2019.02.13 12:02
  • 수정 2019.02.15 15:28
ⓒArterra via Getty Images

마코르(markhor)는 주로 히말라야 산맥에 서식하는 야생염소다. 큰 몸집과 거대한 뿔로 유명한데, 마코르 염소의 뿔은 최대 150cm까지 자란다고 한다. 그만큼 유명한 염소인 동시에 사냥꾼들의 타겟이 되는 동물이기도 하다. 멸종위기에 처한 마코르 염소는 현재 전 세계에 약 6,000마리 정도가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최근 한 미국인 사냥꾼이 파키스탄 현지에서 마코르를 사냥한 후 함께 찍은 사진이 파키스탄 현지 언론을 통해 공개됐다. 멸종위기 종 동물을 사냥했지만, 그에게는 합법적인 사냥이라고 한다.

ⓒNewsBytes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이 사진은 파키스탄 북부 길기트발티스탄 주에서 촬영된 것이다. 사진 속 사냥꾼은 사냥을 위해 약 11만 달러를 지불했다고 한다. 사냥꾼의 이름은 브라이언 킨셀 할란이다. ”그는 이 트로피를 갖게 되어 기쁘다”고 말했다.

사진이 공개된 후 파키스탄 현지에서는 마코르 염소 사냥을 금지하지 않는 파키스탄 정부에 대한 성토가 일었다. 마코르 염소는 파키스탄을 공식적으로 상징하는 동물이기도 하다. 하지만 파키스탄 정부 관리와 동물보존단체들은 거액의 돈을 지불한 사냥꾼에게만 사냥을 허용하는 것이 멸종위기에 처한 동물을 잠재적 멸종으로부터 구하는데 도움이 되었다고 설명한다.

파키스탄 정부의 마코르 사냥프로그램은 거액의 돈을 내면 마르코 염소를 사냥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지난 1월에도 마코르 염소 사냥이 논란이 되자, 세계자연기금(WWF)의 파키스탄본부 담당자인 바바라 칸은 ”이 프로그램은 사전 신청 및 승인제를 통해 불법사냥을 통제하고 마코르 개체 수를 조절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프로그램을 통해 걷은 수익금은 지역사회 발전에 쓰인다고 덧붙였다. 엄격한 허가제를 통해 사냥을 통제하면서 밀렵을 막아 동물을 보존한다는 취지다.

ⓒFacebook/Grand Slam Club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지난 2011년 남아있던 마르코 염소의 수는 약 2,500마리에 불과했다. 이후 파키스탄 정부는 지역 내의 모든 사냥을 금지시켰고, 소수의 외국인 사냥꾼들에게만 마르코 사냥을 허가하기 시작했다. 이때도 무조건 사냥하게 한 건 아니다. 길기트발티스탄에서만 사냥해야 하며 시즌 당 12마리만 사냥할 수 있으며 무조건 수컷 마르코 염소만 사냥할 수 있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놀랍게도 그 결과 2015년 마르코 염소 개체 수는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자연보전연맹이 마르코 염소를 멸종위기 종에서 ‘거의 위협적인’ 종으로 다시 지정하기도 했다. 자연보호론자들의 모임인 ‘그린 글로벌 트래블’(Green Global Travel)에 따르면 마르코 염소의 귀환은 ”세계에서 가장 위대하지만 거의 알려지지 않은 보전 성공 사례 중 하나”라고 한다.

물론 이에 대한 반대도 있다. 지난 1월 ‘도도’에 따르면, 휴메인소사이어티 인터내셔널(Humane Society International)은 ”트로피 사냥은 자연을 보전하는 것이 아니며 그것은 돈을 내고 재미로 살인하는 것”이라며 “1%의 부자들이 남들에게 자랑하기 위해 희귀하고 상징적인 동물을 죽이는 비싼 취미”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실제 사진 속의 미국인 사냥꾼을 안내한 타바락 울라란 이름의 현지인은 생각이 다르다고 말한다. 그는 ‘워싱턴포스트’와의 전화인터뷰에서 ”사냥 허가 기금은 종을 보존하는 것만 아니라 지역 보건 및 교육에도 사용된다”며 ”동물의 수가 증가하고 있고, 외국인 사냥꾼들은 파키스탄이 매우 안전하다고 전 세계에 알리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동물을 사냥하게 하면서 동물을 보존한다는 방식은 모순적이다. 하지만 동시에 이 프로그램은 끝이 없는 인간의 욕심을 돈으로 통제시킨 것이기도 하다. 파키스탄의 입장에서는 비난을 감수하면서라도 외국인 사냥꾼을 끌어들일 만한 취지가 충분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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