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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자회사 직원 “화장실도 순번 정해 갑니다”

네이버 노조가 20일 공식적인 쟁의행위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오는 20일 쟁의행위에 돌입하기로 한 네이버 노동조합(민주노총 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네이버지회)에 네이버 본사 직원만 가입된 것은 아니다. 네이버 자회사·손자회사 중 5곳이 현재 단체협약 체결을 위한 교섭을 벌이고 있고, 이 가운데 엔비피(NBP)와 컴파트너스는 지난달 31일 쟁의행위에 돌입하기로 결의했다.
11일 오전 경기 성남 네이버 본사 앞에서 열린 네이버 노조 쟁의행위 돌입 기자회견에서 만난 박경식 네이버노조 컴파트너스 부지회장은 “네이버 손자회사라고는 하지만, 낮은 연봉에 응대율 관리라는 명목 아래 화장실도 마음껏 가지 못하고 있다”며 “이런 현실을 바꾸기 위해 교섭을 벌이고 있지만 대표이사는 ‘권한이 없다’는 말만 반복한다”고 말했다.

네이버의 자회사인 네이버아이앤에스(I&S)의 자회사, 즉 네이버의 손자회사인 컴파트너스는 네이버 매출에서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검색광고, 쇼핑·페이·스마트스토어 등 고객 관련 업무와 네이버 본사 업무 편의 등 지원 업무를 맡는다. 모회사인 네이버아이앤에스의 전직 대표이사가 자신의 자녀 등을 절차를 무시한 채 채용했다가 지난해 8월 징계를 받은 회사이기도 하다. 전체 직원은 320명 남짓인데, 이 가운데 70%가 콜센터 상담노동자로 일한다.

박 부지회장은 “노조가 만들어지기 전까지 조회·회의를 명목으로 한 조기 출근 때 수당이 지급되지 않는 ‘임금꺾기’가 있었던 회사”라며 “네이버 손자회사인데도 네이버는 회사를 아웃소싱 파견업체 수준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런 열악한 처우 때문에 이직률도 굉장히 높아, 지난해 4월 네이버 노조가 처음 설립될 때부터 반응이 뜨거웠다 한다. 특히 노사 교섭이 결렬되고 쟁의행위 찬반투표가 열리는 동안에도 조합원의 숫자가 늘어나고 있다고 노조는 밝혔다.

박 부지회장은 교섭 과정에서 회사가 보인 태도에 답답함을 토로했다. 그는 “회사 쪽 교섭위원들이 스스로 ‘본사의 결정이 없으면 아무런 권한이 없다’고 말하는 상황”이라며 “우리 요구사항 가운데 한 사업장은 40분, 다른 사업장은 60분으로 서로 다른 휴게시간을 통일해달라는 요구도 있는데 이조차도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밖에도 노조는 50분 업무당 10분 휴식 보장, 중식비 10만원(이후 5만원으로 조정) 인상 등을 요구했으나 회사 쪽은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박 부지회장은 “네이버 법인 회사 쪽 교섭대표이자 네이버아이앤에스 대표이사인 채선주 네이버 부사장이 결단만 하면 얼마든지 교섭 타결이 가능한 내용”이라며 “네이버 서비스의 최일선에 있는 노동자들이 정당한 대우를 받으며 일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네이버 회사 쪽 관계자는 “업무의 특성상 일이 몰리는 경우 휴게시간에 제한을 둘 수밖에 없는 불가피한 상황이 있다”며 “컴파트너스는 콜센터 업계에서 처우가 굉장히 높은 수준”이라고 반박했다.

한편 네이버노조는 11일 기자회견을 열어 20일 네이버 본사 1층 로비에서 공식적인 쟁의행위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오세윤 네이버노조 지회장은 “시기와 규모를 떠나 조합원의 의사를 제대로 표현할 수 있는 방법으로 쟁의행위를 실시하겠다”며 “회사가 지금처럼 노동3권을 무시하는 태도를 지속하고 대화의 창을 열지 않는다면 가장 강력한 단체행동권(파업)을 고민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회사는 서비스 중단이 우려된다면 진실된 자세로 교섭에 임해야 한다”며 “대외적으로만 대화의 창구가 열려 있다고 말하지 말고, 노사관계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가지고 임하기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네이버 회사 쪽은 “출범 당시의 초심을 잃지 말고 새로운 노사문화, 정보기술(IT) 노조다운 모습을 만들어가기 위해 진실된 자세로 교섭에 임하기를 기대한다”며 “회사는 쟁의행위 중에도 안정적인 서비스 운용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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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노동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