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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특집_4편] 어린이집 문제, 해답은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빨랐던 사회 변화, 늦었던 정부 대응, 구멍 난 보육 재정 ②

  • 백승호
  • 입력 2019.02.12 10:07
  • 수정 2019.03.04 16:37

 

 앞선 기사에서 이어지는 내용입니다.

허프포스트코리아의 저출산 특집기사는 총 5회로 나누어 게재됩니다. 1편과 2편에서는 육아와 출산에 대한 부담이 거의 대부분 여성에게 지워진 사회에서, 출산을 결심한 여성이 겪는 어려움에 대해 담았으며 3~5편에서는 국가의 저출산 대책, 특히 보육과 관련한 정책의 한계점에 대해 이야기할 예정입니다.

[저출산특집_1편] 아이 낳기로 결심한 여성이 앞으로 7년간 겪게 될 일 ①

[저출산특집_2편] 아이 낳기로 결심한 여성이 앞으로 7년간 겪게 될 일 ②

[저출산특집_3편] 빨랐던 사회 변화, 늦었던 정부 대응, 구멍 난 보육 재정 ①

[저출산특집_4편] 빨랐던 사회 변화, 늦었던 정부 대응, 구멍 난 보육 재정 ②

[저출산특집_5편] 과로와 탈진의 사회, ‘아이’를 벗어나야 저출산의 해법이 보인다

 

 

민간어린이집 문제, 해답은 어디에 있을까?

단기적 해법은 나왔지만…아직은 보류 중

2018년에 가장 논란이 컸던 이슈 중 하나는 바로 사립유치원 비리였다. 박용진 의원은 작년 국정감사에서 전국 사립 유치원 비리 실태를 고발했다. 여기에는 사립유치원 원장이 외제 승용차 유지비나 아파트 관리비를 원비에서 지출하거나 술집 및 숙박업소 비용도 원비로 지출한 내용이 있었다. 뿐만 아니라 교비를 유류비로 지출하거나 헌금 용도로 사용하는 등 사적인 용도로 유용한 사례도 수두룩했다. 개중에는 심지어 명품백을 사거나 성인용품을 구입하는 경우도 발견되었다.

영유아를 키우는 부모를 포함한 많은 국민들은 이에 분노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은 사립유치원 비리 근절을 위한 이른바 유치원 3법, 유아교육법, 사립학교법, 학교급식법 개정안을 내놓았다. 법안의 내용은 사립유치원에 대한 회계감시 강화, 비리 유치원에 대한 처벌 강화 등이었다. 이 법안은 현재 계류 중이다. 자유한국당의 극심한 반대 때문에 상임위를 통과하지 못했다. 결국 지난해 말, 국회 교육위원회는 이 개정안을 신속처리안건, 이른바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했다. 법안이 원안통과된다는 보장은 없지만 최장 330일 이내에 본회의에 오르는 것은 확실해졌다.

 

 

그간 민간보육단체들은 원비 유용 지적에 대해 ‘우리는 정부 지원을 받는 것이 아니라 학부모가 내야 할 돈을 정부가 대납해준 것에 불과하다’며 ‘우리는 임차료, 전기료, 인건비 등을 스스로 해결해야 하며 적자가 나도 감수해야 하는 개인사업자’라고 주장했다. 보육시설이 자신들의 사유재산이라는 이들의 주장은 여기에서 나왔다.

그런데 문제는 사립 보육시설의 예산 중 45%가량이 국고에서 나간다는 점이다. 정부 지원이 없이는 제대로 운영될 사립 보육시설이 많지 않다고 해석할 수 있다. 국가는 그간 보육의 공공성을 확보하고 시설을 확충하기 위해 엄청난 예산을 뿌렸다. 하지만 공급의 대부분을 책임졌던 민간어린이집 원장들은 이를 공공의 차원이 아니라 ‘사업’으로 삼았다. 국가와 민간이 ‘어린이집’을 놓고 서로 다른 꿈을 꾸었던 상황이다. 그 결과 사립 보육시설은 ‘공공 보육을 담당하는 시설’이자 동시에 ‘이윤을 추구하는 사업장’인 일종의 점이지대에 위치하게 되었다.

박용진 의원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꺼내든 해법은 ‘지원금을 보조금으로 바꾸는 것’이다. 보조금은 지원금과는 다르게 법의 규제를 받는다. 사립 보육시설이 상당액의 정부지원금을 받는데도 불구하고 그 돈이 ‘학부모가 낼 돈의 정부 대납’이라고 주장하겠다면 그 돈을 ‘정부가 시설에 공식적으로 지급하는 것’으로 바꾸어 법의 통제하에 놓겠다는 게 박용진의 그림이다.

여기에 박 의원은 민간보육시설 회계에 국가회계시스템(에듀파인)을 도입하고 국가지원금과 학부모 부담금을 단일 회계로 운영하는 내용을 법에 포함시켰다. 회계 처리를 투명하게 처리하게끔 유도하고 이를 감시하겠다는 내용이다. 회계 부정 시 형사처벌을 받게 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그런데 여기에는 몇 가지 문제가 있다. 먼저 이들은 정부가 보조금을 근거로 회계감시를 강화할 거라면 시설사용료도 같이 지급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가에서 담당해야 할 교육을 자신들이 맡고 있으니 국가에서 임대료와 전기요금 등을 지급하라는 내용이다. 여기에 이들은 ‘원생 부족으로 발생하는 결손보조금’을 주장할 가능성도 있다. 초·중·고등학교는 결손 금액을 정부가 보조금으로 지급하기 때문에 학생 수가 적어도 수익을 걱정하지 않는다(대신 사립 초중고등학교는 학교법인 형태로 운영되기 때문에 정부의 강한 통제 아래 있다). 국가가 교육받을 권리를 보장한다는 취지다. 유치원이 회계감사와 보조금 지급을 근거로 결손보조금까지 요구하게 되면 이들의 방만한 운영까지 국가가 책임지는 상황에 이르게 된다.

김진석 교수도 “민간(어린이집)의 시장지배력 강화가 양질의 보육서비스를 보편적으로 제공한다는 보육정책의 목표와 반드시 배치되는 것으로 이해될 근거는 없다. 보육서비스에 대한 정부의 강력한 관리 감독 및 규제를 통해 민간영역서비스의 질을 관리할 수 있다는 주장도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면서도 “이를 위해서는 이미 비대해진 소규모 민간서비스 제공자를 관리 감독하기 위한 대규모의 행정인프라의 구축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그 효율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여기에 사립 어린이집 원장들이 수익을 내기 위해 보육품질을 지금보다 더 악화시킬 가능성도 남아 있다. 쥐어짜기 경영의 피해자는 고스란히 어린이집에 다니는 영유아와 그 부모가 된다. ‘마음에 안들면 다른 데 보낼’ 수도 없는 상황이기에 아이를 볼모로 쥐며 부모를 겁주는 형식의 경영이 더 노골적으로 펼쳐질 수 있다.

 

국공립 어린이집 확충으로 제대로 된 ‘공공보육’ 시작해야

문재인 정부는 대선 후보 당시 ‘국공립 보육시설 40% 확대’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제3차 중장기보육기본계획’에 의하면 이 40%는 시설 비율이 아닌 ‘이용 아동 비율’이다.)_ 보건복지부는 2022년까지 매년 450개소 이상의 국공립시설을 확충해간다는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그런데 이 40%는 어떤 숫자일까? 만약 정부의 공약이 달성되고 전체 아동 중 40%가 국공립 어린이집에 입소할 수 있게 된다면 나머지 60%는 그대로 사립어린이집을 이용해야 한다. 문자 그대로 이해한다면 여전히 ‘운이 나쁜’ 절반 이상은 교육품질은 떨어지고 가격은 더 비싼 ‘민간 어린이집’을 이용해야 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그렇지 않다고 설명한다. 서울여대 김진석 교수는 국공립보육시설이 늘면 보육시장에서 민간의 지배력이 축소되고 공공의 영향력이 강화될 수 있다고 믿는다. 바꿔 말하면 ‘국공립 어린이집’이라는 경쟁력 있는 대안이 늘어날수록 민간 어린이집은 국공립 어린이집과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가격을 낮추고 서비스 질을 높일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유치원 단체들은 국가의 ‘국공립 어린이집 확대’ 정책을 지속적으로 반대해왔다.

이는 지역 사례를 봐도 증명이 가능하다. 세종시의 사례다. 세종시는 유치원으로만 따지면 95%가 국공립이다. 어린이집은 아직 민간(앞서 설명했듯 민간 어린이집 중에는 아파트 단지 내에 위치한 가정어린이집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데 이는 0~1세 영아를 집 근처에 맡기고 싶어 하는 부모의 특성상 불가피한 면이 있다)이 대다수를 차지하지만 3세 이후 아동부터는 ‘유치원’과 ‘어린이집’중 한 곳을 선택해 보낼 수 있기 때문에 전체 보육시설로 따지면 국공립 시설이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하다.

이곳의 분위기는 어떨까? 지난 2018년 3월 연합뉴스 기사를 살펴보면 세종시 부모들의 부담이 한결 덜어졌음을 알 수 있다. 취재에 응한 세종시 거주자는 서울에선 맘에 안드는 유치원에 한 달에 수십만 원씩 내고 아이를 맡겼죠. 세종에선 더 저렴한 비용으로 좋은 유치원에 보낼 수 있어요” 라고 말한다. 서울에서는 국공립이며 사립이며 추첨에서 줄줄이 떨어졌지만 이곳에서는 그런 경쟁을 겪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그는 ”세종에 있는 초등학교에는 거의 모두 단설 유치원이 있는 것 같다”며 ”오히려 사립 유치원을 찾기 어려울 정도”라고 말했다.

여기에 세종시는 올해 국공립 어린이집 22개소를 확충하고, 오는 2022년까지 110개소를 추가 확충해 국공립 어린이집 수용률을 50%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이 지역 주민들의 보육부담은 상당히 줄어들게 된다.

 

 

이는 원비 통계로도 알 수 있다. 세종시의 국공립 보육시설의 부모부담금은 0원이다. 정부 지원금만으로 시설 운영이 가능하단 이야기다. 국공립 시설이 많다 보니 민간 보육시설도 가격을 함부로 올릴 수 없다. 어린이집, 유치원 통합정보 공시 포털 자료에 의하면 이 지역 민간 보육시설의 평균 교육비는 6~7만원 정도다. 서울의 1/3 수준이다.

세종시를 살펴보면 단순히 ‘국공립 보육시설’이 많다는 의미만 있는 게 아니다. 보육시설 자체가 많다. 공공기관의 공격적 시설확충의 결과, 소비자 우위의 보육시장이 만들어졌다.

같이 살펴볼 것이 있다. 2019년 보건복지부 보육 예산안이다. 전체 5조 6479억이 배정된 이 부문에서 상당수(3조4162억)를 차지하는 것은 영유아보육료 지원이다. 0세부터 취학 전까지 아동을 키우는 부모에게 약 10~20만원씩 지원되는 양육수당 항목이다. 이 돈과 누리과정 예산을 합하면 거의 7조에 육박한다.

 

 

반면 국공립 어린이집을 확충하는데 배정된 예산은 686억에 불과하다. 기존 어린이집 시설을 공공화 시키는데 들어가는 돈(629억)을 합해도 1300억이다. 대부분의 부모에게는 자기분담금이 당장 10만원 늘어나는 것보다 입소경쟁 없이 좋은 보육서비스를 제공받는 것이 중요하단 점을 고려할 때 장기적으로는 예산 집행방향을 바꿔나갈 필요가 있다.

국공립 시설의 비율을 40%까지 확보하고 이를 토대로 민간 시장의 영향력을 줄여가는 게 이번 정부, 어쩌면 다음 정부까지 풀어야 할 어려운 숙제다. 이 문제가 해결된다면 그 다음과정으로 나아가야 한다. 보육교사를 현행 자격증 제도에서 초중고 교원과 동일한 임용방식으로 바꾸어 보육교사의 수준과 인원을 국가차원에서 관리하는 것, 보육시설을 민간이 운영할 경우에도 관리감독이 용이하고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개인이 아닌 법인 전환을 유도하는 것 등은 여전히 풀어야 할 과제다. 그리고 보육정책은 저출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중요 단서이긴 하나 전부는 아니다. 이 저출산 기조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문제점을 더 근본적으로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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