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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02월 12일 14시 46분 KST | 업데이트됨 2019년 02월 12일 14시 46분 KST

필리핀으로 불법 수출된 플라스틱 쓰레기의 슬픈 귀향

이제 정부와 기업이 변해야 합니다.

huffpost
지난 3일 필리핀에 불법 수출된 플라스틱 쓰레기가 설날을 맞아 귀향했습니다. 새해 ‘복’ 대신 ‘플라스틱 쓰레기’를 받게 된 슬픈 명절 이야기를 전합니다.

″새해 ‘플라스틱 쓰레기’ 많이 받으세요”

설날 연휴, 가족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뉴스에서 난데없는 소식이 들려 옵니다. 평택항에 컨테이너가 실려 있는 화물 선박이 보이고, 그린피스 활동가들이 ‘환경부, 일회용 플라스틱 규제!’라고 쓰인 배너를 들고 있습니다.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플라스틱 쓰레기의 모습도 보입니다. 도대체 무슨 일일까요?

그린피스는 지난해 필리핀으로 불법 수출됐다가 한국으로 돌아오는 플라스틱 쓰레기 1400톤을 맞이하기 위해 그 현장에 나갔습니다. 설날을 맞이해 새해 ‘복’ 대신 ‘플라스틱 쓰레기’를 받게 된 한국의 슬픈 이야기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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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오전 6시 30분 한국에서 필리핀으로 불법 수출된 플라스틱 쓰레기 1400톤을 실은 선박 '스펙트럼 N(SPECTRUM N)' 호가 평택항에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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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피스 활동가들이 평택항에서 환경부가 기업이 제품 포장재, 용기 등에 제한 없이 소비하고 있는 일회용 플라스틱량을 규제할 것을 요구하는 현수막을 들고 있다

버리는 사람 따로, 치우는 사람 따로?

2017년 ‘플라스틱 쓰레기 대란’을 기억하실 텐데요. 분리수거만 잘하면 깨끗하게 처리될 줄 알았던 재활용에 대한 믿음이 깨지는 충격적인 사건이었습니다.

플라스틱 쓰레기 대란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인 지난해 말, 필리핀에서 한국발 불법 플라스틱 쓰레기 6500톤의 존재가 알려지기 시작했습니다. 같은 해 7월과 10월 두 차례에 걸쳐 ‘재활용이 가능한 플라스틱 조각’으로 신고돼 필리핀으로 수출됐는데, 11월 필리핀 세관에서 컨테이너를 검사하던 중 내용물이 각종 유해 물질과 플라스틱이 뒤섞인 쓰레기로 가득 차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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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피스 필리핀사무소 관계자가 필리핀 미사미스 오리엔탈에 압수 보관 중인 한국발 플라스틱 쓰레기 5100 톤을 조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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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발 플라스틱 쓰레기 대부분은 플라스틱 용기, 포장재 등 일회용 플라스틱 쓰레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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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발 플라스틱 쓰레기 대부분은 플라스틱 용기, 포장재 등 일회용 플라스틱 쓰레기이다

″한국 플라스틱 쓰레기, 다시 가져가세요”

이 사실이 알려지며 필리핀 140여개 환경단체 연합인 ‘에코웨이스트‘는 한국 대사관과 필리핀 관세청 앞에서 시위를 벌였습니다. 현지 매체에서 방치된 쓰레기 모습과 인근 지역 주민들의 피해를 폭로한 이후 한국은 ‘불법 플라스틱 쓰레기 수출국’이라는 낙인이 찍혔습니다.

필리핀 시민들은 ”전 세계의 일회용 플라스틱 오염 때문에 선진국들이 개발도상국을 쓰레기장 취급하는 일이 발생하는데, 아이러니하게도 해양 플라스틱 오염이 가장 심한 곳이 어디인지 거론할 때는 모두 개발도상국을 손가락질한다”, ”한국과 같은 선진국이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를 필리핀과 같은 개발도상국에 떠넘기는 것은 정의롭지 못한 일”이라며 한국 정부의 책임 있는 조치와 재발 방지 대책을 강력하게 요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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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국민들이 마닐라에 있는 필리핀 관세청 앞에서 한국 플라스틱 쓰레기 반송을 요구하는 가두 행진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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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국민들이 마닐라에 있는 필리핀 관세청 앞에서 한국 플라스틱 쓰레기 반송을 요구하는 가두 행진을 하고 있다

그린피스가 필리핀에 방치된 플라스틱 쓰레기의 모습을 공개하며 이 사건은 국내에서도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했습니다. 사건이 커지자 한국과 필리핀 양국 정부는 쓰레기를 반환하기로 합의했고, 필리핀 세관에서 압류 중인 1400톤이 먼저 한국으로 들어오게 된 것입니다.

이번 필리핀 불법 플라스틱 쓰레기 수출은 현재 우리의 재활용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는 것을 보여줍니다.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많은 플라스틱을 소비하고, 다른 나라로 그 처리에 대한 책임을 전가해 오던 부끄러운 현실입니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전체 폐플라스틱 수출량 67,441톤 중 동남아시아 5개국(베트남, 말레이시아, 필리핀, 태국, 인도네시아)에 53,461톤, 전체의 80%에 달하는 플라스틱 쓰레기를 수출했습니다.

한국에서 처리하지 못해 필리핀으로 보낸 플라스틱 쓰레기, 고향인 한국으로 다시 돌아온 이 6500톤의 플라스틱 더미는 애초에 재활용이 힘들어 수출됐기 때문에 소각될 가능성이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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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한국으로 반송된 플라스틱 쓰레기는 불법 수출된 플라스틱 쓰레기 총 6500톤 중 민다나오 국제 컨테이너 터미널에 압류돼 있던 51개 컨테이너 1400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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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3일 한국에서 불법 수출된 플라스틱 쓰레기 1400톤을 실은 선박이 필리핀 민다나오섬 카가얀 데오로항에서 평택항으로 출발했다

문제는 한 번 쓰고 버리는 ‘일회용’ 문화와 무제한 소비!

도대체 왜 이런 일이 생기는 걸까요? 우리는 매일 다양한 일회용 플라스틱 제품과 용기, 포장재 등을 1회 혹은 짧은 시간 소비하고 버립니다. 소비재 및 유통 기업에서는 경제성과 효율성을 내세워 일회용 플라스틱을 제약 없이 사용해 소비자에게 제품을 공급하고 있습니다. 또 언제부터인가 소비자들은 일회용 플라스틱 제품이 ‘편리‘하고 ‘깨끗’하다는 인식을 하게 되며 일회용 플라스틱 제품을 남용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2015년 기준 1년에 약 672만 톤, 1인 평균 132kg 정도의 플라스틱을 소비합니다. 이는 플라스틱 생산 시설을 갖춘 63개국 중 3위로 미국, 일본보다 1인당 소비량이 높죠. 일회용 플라스틱 소비가 많은 만큼 그에 따른 폐기물량도 많습니다. 환경부에 따르면 2017년 플라스틱 생활계폐기물량(포장재 비닐, 스티로폼, 일회용 플라스틱 용기 등)은 연간 3,783,298톤, 산업 플라스틱 폐기물량을 더하면 전체 폐기물은 연간 8,764,599톤에 달합니다. 이는 같은 해 한국인 1인당 평균 몸무게인 65kg을 적용해 계산해봤을 때, 1억3400만 명, 즉 대한민국 총인구의 2.6배에 달하는 무게죠. 이 중 재활용이 되지 않는 일회용 플라스틱 쓰레기는 70% 이상으로 이는 소각, 매립 또는 수출됩니다.

깨어진 재활용 신화

재활용으로는 지구가 겪고 있는 심각한 플라스틱 문제를 해결할 수 없습니다. 지금까지 전 세계에서 생산된 플라스틱 83억 톤 중 63억 톤이 버려졌습니다. 그중 90%는 소각되거나 자연으로 흘러가 썩지 않고 미세플라스틱으로 잘게 분해돼 생태계를 파괴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것은 결국 우리의 식탁으로 다시 돌아오고 있다는 사실도 증명됐습니다.

폐플라스틱을 태워 에너지로 변환하는 폐기물 에너지는 다이옥신 등 잔류성 유기 오염 물질을 배출하고, 방치나 다름없는 매립 역시 플라스틱 문제의 해결책이 될 수 없습니다. 결국, 플라스틱의 절대적인 소비량 자체를 줄이는 것만이 플라스틱 문제를 원천적으로 해결할 방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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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자원순환센터에는 매일 엄청난 양의 일회용 플라스틱 쓰레기가 들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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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자원순환센터에는 매일 엄청난 양의 일회용 플라스틱 쓰레기가 들어오고 있다

일회용 플라스틱을 사용하지 않을 권리를 보장해주세요

이미 국민 개개인은 텀블러, 장바구니, 스테인리스 빨대 등 일회용 플라스틱 제품 사용을 줄이는 노력을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개인의 참여로만 변화를 이끌어 내기는 어렵습니다. 플라스틱으로 포장돼 있는 제품을 구매하지 않아도 원하는 제품을 사용할 수 있는 개인의 선택이 보장될 수 있도록 이제 정부와 기업이 변해야 합니다. 소비자는 일회용 플라스틱이 아닌 제품을 구매하고 사용하고 싶어도 선택권이 없습니다.

기업들이 일회용 플라스틱을 제한 없이 소비하고 책임은 회피하는 현재 구조는 많은 부작용을 초래합니다. 해마다 생산되는 플라스틱 3분의1 이상은 페트병, 비닐봉지와 같은 포장재에 해당합니다. 이런 제품류는 짧게는 몇 분 길게는 며칠 만에 버려져 쓰레기가 됩니다. 현재 이로 인해 낭비되는 비용은 매년 800억~1200억 달러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지금도 1분마다 트럭 1대 분량의 플라스틱 쓰레기가 바다로 흘러 들어가 해마다 최대 1200만 톤의 플라스틱이 바다로 유입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그린피스
일회용 플라스틱 쓰레기가 해양 생태계를 위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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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회용 플라스틱 쓰레기가 해양 생태계를 위협하고 있다

세계는 ‘탈’플라스틱 중!

플라스틱 쓰레기를 만들지 않기 위해 근본적으로 일회용 플라스틱 제품 판매와 소비를 규제하는 국가가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유럽연합은 2022년부터 해양 폐기물의 10대 대표 품목인 플라스틱 면봉, 식기류, 풍선 막대 판매 및 사용을 금지합니다. 식품 및 음료 용기, 포장지, 플라스틱 봉투 등도 생산자가 폐기와 재활용에 드는 비용을 부담하도록 책임을 강화했죠. 대만은 2030년까지 비닐봉지, 일회용 용기 판매 및 사용을 전면 금지하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이러한 세계의 ‘탈’플라스틱 움직임은 앞으로 계속 확장될 것으로 전망합니다.

환경부, 제2의 ‘플라스틱 쓰레기 대란’을 막아주세요!

하지만 정작 일회용 플라스틱을 무한정 소비해 제품을 생산하는 유통 및 소비재 기업에 부과된 정부의 현재 규제는 제한적이고 생산자 편의에 맞춰져 있습니다. 각 기업의 일회용 플라스틱 소비량에 대한 기본적인 데이터조차 없습니다. 환경부는 지금이 ”우리나라 환경 정책이 다시 한 번 도약하고 발전해야 하는 매우 중요한 시기”라고 얘기합니다. 제2의 플라스틱 쓰레기 대란을 방지하고, 플라스틱 오염으로 인한 위험과 다른 나라로 처리에 대한 책임을 미루는 것을 멈추고 불법 플라스틱 수출국이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서는, 기업들의 불필요한 플라스틱 소비를 강력하게 규제해 나가는 정책의 도약이 필요한 때가 아닐까요?

글 : 김미경 그린피스 서울사무소 플라스틱 캠페인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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