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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도 거울 볼 줄 안다" 과학자들은 이걸 어떻게 증명했나?

놀래기가 거울을 살펴보며 춤을 춘다

  • 박세회
  • 입력 2019.02.08 17:45
  • 수정 2019.02.08 17:48

물고기가 거울에 비친 상이 자신이라는 걸 인식할 수 있을까?

일본의 오사카시립대학과 독일 과학자들로 이뤄진 국제 연구진이 지난 8일 과학저널 ‘플로스 바이올로지’에 실린 논문을 통해 “청줄청소놀래기(학명 Labroides dimidiatus)가 마크 테스트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이는 거울 속에 보이는 자신의 상을 알아봤다는 의미다. 

연구진은 어떻게 실험을 했을까? 놀래기 앞에 거울을 세웠다. 

고양이 새끼들은 거울과 온종일 싸우는 경우가 있다. 거울에 비친 상이 자신이라는 걸 모르기 때문이다. 놀래기도 마찬가지다. 

처음에는 거울에 비친 상이 경쟁자인 줄 알고 계속 입으로 쫀다. 그러나 하루가 지나자 공격 행동이 줄기 시작하더니 1주일이 지난 시점에는 완전히 사라진다.

그 과정에서 연구진은 거울을 넣은 지 3~4일이 지났을 때부터 놀래기가 특이한 행동을 보이는 것을 관찰했다. 거울 근처에서 갑자기 빠르게 선회하거나 춤을 추는 등의 행동을 한 것. 연구진은 이 단계에서 물고기가 자신의 상을 인식한 것으로 봤다.

‘거울 테스트’의 핵심 단계는 그 이후다. 동물의 몸에 특정 마크를 부착하고 동물을 거울 앞에 세운다. 이번 실험에서 연구진은 물고기를 마취한 뒤 머리 옆이나 목 아래 거울 없이는 볼 수 없는 부위에 마크를 찍어 2주 동안 관찰했다.

ⓒjournals.plos.org

특히 해당 마크는 작은 갈색 점 모양으로 크기나 모양 면에서 언뜻 체외 기생충처럼 보이도록 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목에 점을 찍은 물고기 4마리 중 3마리가 바닥에 목을 문지르는 행동을 보였다. 손이 없어 자신의 몸에 붙은 이물질을 떼어낼 수 없는 물고기들은 뭔가를 떼어낼 때 이런 행동을 보인다. 

마크를 찍지 않은 물고기나 투명한 마크를 찍은 물고기는 이런 행동을 보이지 않았다는 점에서 연구진은 놀래기가 거울을 통해 자신의 몸에 있는 마크를 인식한 것으로 해석했다.

논문에 따르면 기존 연구에서 코끼리 3마리 중 1마리, 까치 5마리 중 2마리가 이와 유사한 거울 테스트를 통과했다. 비율상으로 볼 때 놀래기가 더 많이 통과한 것이다.

허프포스트 JP에 따르면 연구에 참여한 일본 오사카시립대 코다 마사노리 교수는 ”물고기는 기억력과 지능이 낮은 것으로 여겨왔으나 이 발견은 물고기도 자기 인식 등의 고급 지성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점이 밝혀졌다”라며 ”우리는 물고기에 대해 ‘크게 착각’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인간중심이 아닌 어류와 척추동물의 지능을 검토해봐야 할 때가 왔다”고 밝혔다.

한겨레신문의 생물 및 환경 전문 매체 애니멀피플은 ”테스트를 통과한 사람 이외의 동물은 침팬지 등 유인원을 비롯해 코끼리, 돌고래, 까치 등 소수”라며 ”이 ‘엘리트 동물’ 대열에 물고기가 들어섰다”고 평했다. 

다만 연구진은 ”이 놀라운 발견은 마크 테스트의 해석에 대한 도전이다. (침팬지) 등의 다른 종에서 자기 인식의 증거로 여겨지는 이런 행동 반응을 물고기가 보였다고 해서 자기 인식이 있다는 결론을 이끌어내는 것은 타당한가?”라며 ”아니면 상을 인식하지 못하는 물고기와 자기 인식 사이에 어떤 또 다른 인식의 단계가 있는 것은 아닐까”라고 의문을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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