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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찌, 그리고 다른 럭셔리 브랜드들의 인종차별 논란과 '블랙 페이스'의 역사

프라다, 돌체앤가바나도 비슷한 비판을 받고 사과했다

  • 박수진
  • 입력 2019.02.08 12:38
  • 수정 2019.02.10 10:10

 

구찌의 발라클라바 스웨터가 흑인을 희화화하는 무대 분장인 ‘블랙 페이스’ 컨셉을 차용했다는 비판에 부딪혔다. 눈 아래까지 덮는 검은색 발라클라바는 트인 입 부분 주위로 붉은 입술이 디자인되어 있다. 석탄에 가까운 까만 피부색과, 크고 두터우며 붉은 입술은 ‘블랙 페이스’ 분장의 전형이다.

논란이 일자 구찌는 공식 사과한 후 해당 스웨터 판매를 중단했다. 하지만 인터넷의 분노는 여전하다. 몇 해째 럭셔리 브랜드들의 비슷한 인종차별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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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고급’ 브랜드라는 곳들이 계속 이럴 수가 있는가? 바로 지난 달에 인종차별 논란으로 판매 중단된 프라다의 열쇠고리와 자기들이 만든 890달러 짜리 블랙 페이스 스웨터가 비슷하다는 걸 구찌 직원들 중 누구도 몰랐던 건가? 아니면 상관 없다는 건가?”

 

 

 

 

 ”지금은 이미 2019년이다. 패션 디자이너들이 인종차별 소지가 있다는 걸 몰랐다는 게 말이 되는가? 구찌는 분명 흑인 비하 맥락이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직원 모두 알고 있을 것이다. 정말 이런 게 문제라는 걸 모른다면 흑인 디자이너를 고용하라. 그리고 미안하지도 않으면서 사과문을 내지 말라.”

 

 

 [1900년 미국 코미디언 빌리 밴의 공연 포스터. 이미지: nmaahc.si.edu]

 

‘블랙 페이스’는 1800년대 후반 미국에서 백인 코미디 배우들이 흑인에 대한 차별 의식을 담아 백인 관객들을 위한 꽁트 연기를 한 데서 시작됐다. 이들은 노예였던 흑인들이 지저분하고, 지능이 낮으며, 도둑질을 한다는 고정관념들을 주된 소재로 삼았다.

이런 역사 때문에 비흑인의 흑인 분장은 미국과 유럽에서 인종차별의 대표 상징 중 하나가 됐지만, 100년이 넘게 지난 2000년대에 들어서도 종종 비하적 맥락을 담은 코미디의 장치로 쓰여왔다.

1920년대 미국 백인 코미디언 에디 캔터의 모습은 '블랙 페이스' 분장의 전형을 보여준다. 석탄에 가까운 어두운 검은 빛의 얼굴과 큰 입, 붉고 두터운 입술, 짧고 곱슬거리는 헤어스타일을 했다.
1920년대 미국 백인 코미디언 에디 캔터의 모습은 '블랙 페이스' 분장의 전형을 보여준다. 석탄에 가까운 어두운 검은 빛의 얼굴과 큰 입, 붉고 두터운 입술, 짧고 곱슬거리는 헤어스타일을 했다. ⓒASSOCIATED PRESS

흑인에 대한 인종차별이 주요 사회 문제로 다뤄지지 않는 일부 아시아 국가들(태국, 일본 등)에서도 연예인들이 ‘블랙 페이스’ 분장을 했다가 국내외에서 역풍을 맞는 일이 종종 벌어진다.

서구권의 시청자와 소비자들이 느낄 수 있는 모욕감이나 불편을 외면한 데다, 아시아에서도 흑인 분장은 거의 모든 경우 아프리카계를 비하하거나 이들에 대한 고정관념을 웃음의 소재로 쓰는 데 사용되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1988년, 연기자들이 흑인 분장을 짙게 하는 코미디 꽁트 ‘시커먼스’가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흑인 비하 논란을 우려해 폐지된 바 있다. 하지만 이후에도 MBC ‘세바퀴’, 그룹 버블시스터즈의 무대 의상 등 예능이나 음악 방송에서 흑인 분장이 반복적으로 사용되어 사과한 사례들이 있다.

 

 

아래는 7일 구찌가 발표한 사과문이다.

″상처 받으신 분들에게 깊이 사과드립니다. 해당 제품은 곧바로 온라인과 오프라인 매장에서 철수했습니다. 자사는 다양성이 온전히 존중받아야 할 기본 가치라고 여기며, 이를 모든 방침의 전면에 두고 있습니다. 자사는 다양성의 가치를 증진하는 데 기여하고자 하며, 이번 사건을 구찌 전 직원이 통렬히 배우는 기회로 삼겠습니다.”

 

박수진 에디터: sujean.park@huff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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