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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프 베조스가 타블로이드 매체로부터 '민감한 사진 공개 협박'을 받았다고 폭로했다

미국 타블로이드 매체 내셔널인콰이어러의 '협박' 내용을 공개했다.

  • 허완
  • 입력 2019.02.08 11:58
  • 수정 2019.02.08 12:20
아마존 창업자이자 CEO인 제프 베조스는 자신이 미국 타블로이드 매체 내셔널인콰이어러로부터 민감한 사적인 정보를 공개하겠다는 '협박'을 받았다고 폭로했다.
아마존 창업자이자 CEO인 제프 베조스는 자신이 미국 타블로이드 매체 내셔널인콰이어러로부터 민감한 사적인 정보를 공개하겠다는 '협박'을 받았다고 폭로했다. ⓒBloomberg via Getty Images

아마존의 CEO이자 전 세계 최고 부자, 워싱턴포스트(WP)의 소유주인 제프 베조스가 미국 타블로이드 매체 내셔널인콰이어러(National Enquirer)로부터 자신에 대한 지극히 민감한 사적인 정보를 공개하겠다는 ”협박”을 받았다고 7일(현지시각) 밝혔다. 

베조스는 이 사실을 미디엄에 직접 공개하며 내셔널인콰이어러 등을 소유하고 있는 아메리칸미디어(American Media Inc.; AMI)의 데이비드 페커 회장을 협박의 배후로 지목했다. AMI 측으로부터 받았다는 협박 메일도 그대로 공개했다. 

”물론 나는 내 개인적인 사진이 발행되는 걸 원하지 않는다. 그러나 나는 협박, 정치적 편향, 정치적 공격과 부패 등 그들의 잘 알려진 행태에 관여하지도 않을 것이다.” 베조스가 이같은 내용을 직접 공개하기로 결심한 이유를 밝히며 한 말이다. 

지난달 제프 베조스와 아내 맥킨지는 25년 간의 결혼 생활 끝에 이혼을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그 직후, 베조스의 '불륜설'이 불거졌다.
지난달 제프 베조스와 아내 맥킨지는 25년 간의 결혼 생활 끝에 이혼을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그 직후, 베조스의 '불륜설'이 불거졌다. ⓒBloomberg via Getty Images

 

사건의 배경은 한 달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월9일, 베조스와 아내 맥킨지는 25년 간의 결혼 생활을 끝내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그러자 바로 다음 날, 인콰이어러는 베조스가 폭스뉴스 앵커 출신인 로렌 산체스와 불륜 관계를 맺고 있었으며 이 사실이 들통난 게 갑작스러운 이혼의 배경이었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두 사람의 ‘밀회’ 사진은 물론 베조스의 사적인 문자메시지도 공개했다. 베조스는 이 매체가 자신의 문자메시지를 입수한 배경, 정치적 동기 등을 캐기 시작했다. 

베조스는 이를 위해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폭력 예측 및 관리에 관한 미국 최고 전문가로 알려진 개빈 드 베커를 개인적으로 고용해 조사를 이끌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서 약간의 ‘정치적 맥락’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오랫동안 베조스의 개인 보안 컨설턴트로 활동하기도 했던 베커는 최근 인터뷰에서 산체스의 오빠가 정보 유출에 개입했는지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산체스의 오빠가 자신을 트럼프 지지자라고 밝힌 만큼, 정치적 동기가 있을지 모른다는 의심 때문이었다.

미국 최대의 타블로이드 발행인인 페커 AMI 회장은 1990년대 후반부터 도널드 트럼프와 긴밀한 관계를 맺어왔다. 그는 자신이 소유한 매체들을 트럼프의 온갖 ‘뒷수습(dirty work)’에 동원해온 것으로 알려진다.

대표적인 사례는 대선 직전 페커가 트럼프에게 불륜 스캔들 은폐를 직접 제안한 일이다. 그는 인콰이어러를 동원해 불륜설을 폭로하겠다는 여성들에게 이야기의 독점 공개 판권을 거액에 사들인 다음, 이를 묵혀둠으로써 당사자가 침묵할 수밖에 없도록 만들었다. 이른바 ‘catch & kill’ 전략(?)이다.

트럼프와 베조스는? 트럼프가 자신에게 비판적인 보도를 계속해 온 워싱턴포스트와 그 소유주 베조스를 끊임없이 비판하고 공격해왔던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트럼프는 이 매체가 아마존의 ‘로비스트’라는 근거 없는 주장을 반복하기도 했다. 베조스는 2013년에 워싱턴포스트를 2억5000만달러(전액 현금)에 인수했다. 

데이비드 페커 아메리칸미디어(American Media Inc.) 회장(오른쪽)은 1990년대 후반부터 도널드 트럼프와 친밀한 관계를 맺어왔다. 
데이비드 페커 아메리칸미디어(American Media Inc.) 회장(오른쪽)은 1990년대 후반부터 도널드 트럼프와 친밀한 관계를 맺어왔다.  ⓒFrancois Durand via Getty Images

 

이처럼 자신들에 대한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는 걸 알게 된 AMI 측이 가만히 있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베조스는 ”며칠 전, AMI 고위층으로부터 페커 회장이 우리 조사에 대해 ‘몹시 분노’하고 있다고 우리에게 조언했다”고 밝혔다. 그 후 AMI 측으로부터 구두로 ”제안”을 받았다는 게 베조스의 설명이다. 

그 ”제안”은 간단했다. ”그들은 자기들이 더 많은 내 문자메시지와 사진을 가지고 있다며 우리가 조사를 중단하지 않으면 이를 발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베조스는 자신과 개인 변호인, 베커가 이 협박에 별다른 대꾸를 하지 않자 협박 메일이 날아왔다고 밝혔다.

베조스가 공개한 2월5일자 메일에는 ‘제프 베조스 & 로렌 산체스 사진’이라는 제목이 달렸다. AMI의 CCO(Chief Content Officer) 딜런 하워드는 이 메일에서 자신들이 ”정보수집” 과정에서 입수했다는 사진들을 언급했다.

″흔히 ‘성기 사진(d*ck pick)‘으로 언급되는 ‘벨트 아래 셀카(below the belt selfie)’를 비롯해 인콰이어러는 추가로 9장의 이미지들을 입수했다.”

ⓒBloomberg via Getty Images

 

베조스는 자신의 불륜설에 대한 AMI의 보도에 ”정치적인 동기가 있거나 정치적 배후세력이 있다고 볼 만한 근거가 없다”는 내용의 합의를 강요 받았다고 밝혔다. 양 측이 이런 내용의 입장문을 언론에 발표하고, 그 대가로 AMI는 자신들이 입수한 베조스 관련 텍스트와 사진들을 공개하지 않는다는 조건이었다.

베조스는 자신이 이같은 협박에 응하는 대신 이를 공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는 자신이 공개한 대화 내용은 AMI가 ”언론인의 특권을 무기로 활용”하고 ”진정한 저널리즘의 신조와 목적을 외면”해왔다는 오랜 평가를 강화해준다고 설명했다. 

″만약 내가 이런 식의 강요에 맞서지 못한다면, 누가 그럴 수 있겠는가? (이 부분에 관해 설명하자면, 수많은 사람들이 우리 조사팀에 연락해와 자신들이 AMI와 겪은 비슷한 일들, 그리고 예를 들어 그들의 생계가 달려있었기 때문에 굴복해야만 했던 이유들을 들려줬다.)” 베조스가 적었다. 

한편 아마존, AMI 측은 모두 이에 대한 답변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허완 에디터 : wan.heo@huff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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