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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02월 07일 20시 19분 KST

'50만원씩 금품 살포' 조합장 선거에 돈뭉치가 오가는 까닭은?

전국동시조합장선거가 올해로 2회째를 맞는다

광주시선관위 제공

광주 광산구에서 농협 조합장 출마를 준비하던 ㄱ씨는 지난달 중순 마을을 돌며 조합원들을 만났다. ㄱ씨가 사는 곳은 도농복합구역 광산에서 전형적인 농촌 마을에 속한다. 그는 고무줄로 동여맨 5만원권 10장을 쥐고 있다가 악수하는 틈을 타 조합원에게 건넸다. 3월 선거에서 자기를 뽑아달라며 건넨 ‘성의 표시’였다. 

열흘 뒤 광산구선거관리위원회에 ㄱ씨의 금품 살포 신고가 접수됐다. 구선관위가 돈묶음 4개와 15초 분량의 동영상을 확보해 증거로 들이밀었지만 ㄱ씨는 펄쩍 뛰며 부인했다. 광주지검은 7일 그를 공공단체 등 위탁선거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

다음달 13일 전국에서 동시에 치러지는 농·수협과 산림조합장 선거를 앞두고 전국의 농어촌 마을에 돈바람이 거세다.

금품 살포, 조합비 대납, 음식물 제공 등의 혼탁 사례가 잇따라 적발됐다. 신고 포상금을 1억원에서 3억원으로 올린 중앙선관위가 8개 기관과 합동으로 돈 선거를 뿌리 뽑겠다고 큰소리치지만, 지금 추세라면 공염불에 그칠 공산이 크다.

경남선관위는 지난달 상품권 2500만원어치를 사들인 뒤 80만원어치를 조합원 8명한테 제공한 혐의로 조합장 ㄴ씨를 검찰에 고발했다. ㄴ씨는 조사가 시작되자 조합원들에게 현금을 주고 상품권을 회수했다.

경기선관위도 명절 기간에 경로당 8곳을 찾아가 과일·소주 60만원어치를 기부한 조합장 ㄷ씨를 고발했다. 올해 설 연휴 전까지 중앙선관위가 조합장 선거와 관련해 적발한 불법 사례는 95건에 이른다.

이 가운데 26건을 고발 조처하고 68건에 경고 처분을 내렸다. 선거일이 가까워지면 불법 사례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조합장 동시 선거가 처음 치러진 2015년에는 전국에서 867건의 불법 사례를 적발했다. 이 가운데 금품수수와 관련된 것이 40%였다.

조합장 선거가 ‘돈 선거’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원인은 복합적이다. 무엇보다 조합장 처우가 대기업 임원 못잖고, 권한 역시 막강하다. 공직 선거와 달리 유권자 규모가 작아 마음만 먹으면 일대일로 만나 표를 살 수 있다. 조합장 선거가 ‘인생 이모작’을 위한 ‘고위험 투자’처럼 여겨지는 것이다.

박진도 지역재단 이사장은 “이번 선거는 농협의 적폐를 집어내고 개혁 방향을 토론할 중요한 기회다. 만연한 매표 행위를 막으려면 인물과 정책을 공개 비교하는 토론회나 연설회를 허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4년마다 한번씩 치러지는 전국 동시 조합장 선거는 올해가 두번째다. 농협 1113곳에 수협 90곳, 산림조합 140곳까지 모두 1343곳에서 조합장을 뽑는다. 유권자 수는 267만명으로 조합 1곳당 2000여명꼴이다. 후보 등록은 오는 26~27일, 선거운동 기간은 28일부터 3월12일까지다.

편집자 주 : 매일경제에 따르면 조합장은 최대 2억원 정도의 고액 연봉을 받고 연간 수억원 상당의 `지도사업비`도 제공된다. 그러나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지원사업과 관련해 금리, 대출 한도 조정과 함께 유통·가공망을 쥐고 지역 경제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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