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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만 노력하는 관계는 공허하다

​독백 아닌 대화를 하자.

ⓒFORGEM via Getty Images
ⓒhuffpost

관계는 함께 하는 상호작용이다. 내가 있고 네가 있어야지만 관계가 만들어진다. 나만의 힘으로 만들어질 수 없는 것이 관계이다. 겁이 많아서 그럴 수도, 혹은 교만해서 그럴 수도 있는데 ‘나’만 있고 ‘너’는 없는 관계를 하는 사람들이 많다. 거의 대부분이 그러하지 않을까 싶다.

​상대방의 생각이나 감정을 지레짐작하고 혼자 판단하며 내 행동과 감정을 선택하는 게 혼자 하는 관계라고 볼 수 있다.

혼자하는 관계는 외롭고 서럽다.

상대와 함께 시공간을 공유하다보면 상대에게 느껴지는 감정들이 자연스레 많아진다. 나에게 관심 없는 것처럼 느껴지면 서운하다. 어떤 표정은 나를 무시하는 것처럼 느껴쳐서 차가웠다. 나보다 다른 사람을 더 신경쓰는 것처럼 느껴져서 질투가 났다. 보고 싶은데 상대도 나와 같은 마음이라고 해서 기뻤다. 그런데 그 감정들 어떠한 것도 표현하지 못했다.

​내 안에 있던 다양한 감정들을 표현하지 않았을 때 상대는 내 마음 중 어떤 마음을 알아 차리고 헤아려줄 수 있을까. 나 혼자서 상대에게 삐쳤다가 서운해 했다가 좋아했다가 미워했다가 별의별 영화를 찍었을건데, 그 장면 중 어느 한 씬에서도 상대의 역할은 없었다. 그 영화 속 주인공은 나 혼자다.

​그 찰나에 우리는 외로움을 느낀다. 내 마음을 몰라주는 상대는 함께 있어도 혼자 있는 느낌을 받게 만든다. 혼자서 소외감을 느끼고 그 관계에서 철수하기도 한다. 그렇게 사람에 대한, 관계에 대한 회의감을 느끼기도 한다.

​“역시 사람을 만나도 외로워. 굳이, 왜 나 혼자 애써야 해. 그럴필요 없어.”라는 생각에 점차 혼자 있기를 선택하게 된다. 허나, 거기에는 상대에게 공감할 기회를 주지 않았다는 내 행동의 맹점이 있다.

​내 마음에도, 상대에게도 기회를 주자. 내 마음을 헤아려 줄 기회를 말이다. 표현해라. 제발 좀 표현해줘라. 그 마음이 정확히 무엇인지 모르겠다면 일단 뭐라도 표현해보자. 그리고 상대에게 물어보자. “내 말이 어떻게 들렸어?” 만약 상대가 내 마음과 다르게 받아들였다면 다시 또 다르게 표현해보자. 내 마음이 제대로 전달됐다고 느낄 때까지 포기하지 말고 계속 표현해봤으면 좋겠다.

혼자하는 관계는 버겁다.

상대와 소통하지 않는 관계에서는 나 혼자 너무 바쁘다. 생각이 많아져서 어떤 말도 어떤 행동도 할 수가 없다. 생각만 하느라 너무 바빠서 그렇다. 상대가 어떤 감정일지, 어떤 생각을 하는지, 내가 이렇게 행동하면. 이렇게 말하면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떤 반응을 보일지 머릿속 시뮬레이션이 무한반복 재생되는 거다. 그러다보니 사람을 만나는 것 자체가 피곤하다. 그냥 혼자 있으면 내가 좋아하는 취미활동만 하면 되고, 상대가 무슨 생각하고 어떻게 느낄지 고민하지 않아도 되고, 내가 무슨 말을 해야 하는지 검열하지 않아도 되니까 세상 편안할 것이다.

​그렇지만 편하고 익숙한 것과 좋아하는 것은 다를 수도 있다. 혼자 지내는 게 익숙하고 자연스러울 수는 있지만 그 생활을 좋아하지 않을 수는 있다. 사람과 함께 하는 것이 수고스럽고 고통스러움이 있지만 그 안에 즐거움과 재미와 행복이 있다. 그 맛을 느껴보지 않았기에 선뜻 그 선을 넘지 못하는 것이다. 내가 쳐 놓은 울타리에서 한발짝만 나오면 사람들과 치근덕 거리는 관계를 하며 사람냄새 나는 삶, 무미건조하지 않고 팍팍하지 않은 삶을 살 수도 있는데 그 한 수의 용기를 내기가 그렇게 어려운가보다.

​물이 있는 곳에 그릇을 갖다 대야 갈증이 해소된다. 나는 너와 직접 소통하고 마음을 주고받을 때 비로소 내 마음이, 내 삶이 촉촉해짐을 느낀다. 애정과 인정에 목 마르고 갈증난다면 사람을 찾아야 한다. 사람에게 다가가야 한다. 사람을 필요로 해라. 이는 일이나 문화생활을 통해 느끼는 충족감과 질적. 양적으로 차원이 다르기 때문이다.

​독백(monologue)아닌 대화(dialogue)를 하자. 상대에게 묻고 대답을 듣자. 혼자서 온갖 사투를 벌이다 지쳐 떨어져나가지 말고 스스로의 마음을 표현해서 공감과 이해를 받자. 상대에게도 물어보고 그에 맞는 반응과 표현을 해보자.

* 필자의 블로그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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