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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캡틴 마블'에 쏟아지는 저주가 바로 '캡틴 마블'의 존재 이유다

정말 열심히 미워하는 사람들이 있다

  • 박세회
  • 입력 2019.02.07 15:42
  • 수정 2019.02.07 16:06
ⓒReddit/captured

″브리 라슨은 다리도 매력 없고 엉덩이도 평평하고, 목도 짧고, 몸매도 별로고 평범한 얼굴이라 캐스팅 완전히 잘못한 거임. 못생긴 여자가 나의 히어로 영화를 망치고 있어???”

″갤 가돗이 원더우먼에 캐스팅됐을 때는 갤 가돗이 너무 말랐다는 게 불만이었지. 영화 보면 알겠지만 (후반 작업으로) 충분히 고칠 수 있는 거였어. 갤 가돗은 여신을 연기하는데 필요한 강렬한 아름다움을 갖고 있었지만, 라슨은 그것마저도 없잖아.”

1년 전 브리 라슨의 캐스팅 소식이 발표되자 미국의 게시판 레딧에 올라온 글들이다. 이 브리 라슨의 외모 타령이 지겹도록 계속되고 있다. 미국 친구들만 그러는 게 아니다.

한국의 대표적인 남초 카페 중에는 에프엠코리아라는 곳이 있다. 국내외 축구 소식이 가장 빨리 올라오는 곳 중 하나인데, 이 사이트의 게시판에는 브리 라슨과 캡틴 마블에 대한 저주가 하루가 멀다하고 올라온다. 

ⓒFM KOREA

2월 6일에 올라온 글만 캡처한 사진인데, 가장 위에 있는 ‘캡틴 마블에 한 가지 기대되는 점 혹은 바람’이라는 글은 ‘MCU(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최초로 히어로가 빌런으로 흑화(악하게 변함)되었으면 좋겠다’는 내용이다.

‘캡틴 마블 후보였다가 캡틴 페미한테 밀린 여자’라는 글은 ‘캡틴 마블 후보였던 캐서린 윈닉이 진짜 잘 어울린다’는 내용이다. 사진도 있다. 그다음 글도 비슷하다. 캡틴 아메리카의 조력자 샤론 카터 역을 맡았던 ”에밀리 반캠프가 얼굴은 ‘페미 마블’과 비슷한데도 불구하고 훨씬 예쁘니 캡틴 마블 역을 맡으면 좋겠다”는 내용이다.

ⓒFM KOREA/captured

이들의 글을 살펴보면 ‘캡틴 마블’은 할리우드에 침투한 PC(politically correct, 정치적 올바름)의 물결 때문에 자신들의 취향에 맞지 않는 여자 배우를 캐스팅한 영화다. 

캡틴 마블의 예고편이 공개되고 나서는 웃지 못할 해프닝이 있었다. ”왜 브리 라슨은 웃지를 않느냐”고 트집을 잡는 사람들이 많았다. 

심지어 한 트위터 팬은 브리 라슨의 무표정을 웃는 모습으로 수정한 트레일러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MARVEL

이때 브리 라슨의 대응이 참 훌륭했는데, 다른 영화포스터에 등장한 남성 히어로들의 표정을 웃는 모습으로 바꾼 사진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MARVEL

‘여성은 웃어야 한다’는 편견을 효과적으로 비판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브리 라슨이 웃지 않을 뿐만 아니라 표정이 풍부하지 못하다는 비판도 있는데, 그건 좀 아니다. 트레일러에서 따온 아래 장면들을 보자.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탄 브리 라슨이 감정 연기를 못한다는 얘기 하려면 좀 닥쳐줄래?”

아 맞다. 그랬다. 브리 라슨이 2016년에 ‘룸’으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받았더랬다. 

ⓒC Flanigan via Getty Images

3월에 개봉하는 ‘캡틴 마블’이 어떨지는 아무도 모른다. 흥행에 성공할 수도 있고, 실패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확실한 게 있다. 이렇게나 열심히 브리 라슨의 캡틴 마블을 저주하는 사람들이 바로 이 영화의 존재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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