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2019년 02월 03일 11시 34분 KST

미국에서 "우리에게 '수퍼 리치'의 존재가 필요한가?"라는 질문이 나오는 이유

2018년, 이 억만장자들은 매일 2조원 이상을 벌었다.

ILLUSTRATION: DAMON DAHLEN/HUFFPOST; PHOTOS: GETTY IMAGES

세계 최고 부자들이 지금 미국에서 정치적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미국의 유명 정치인 두 명이 최근 부유층 증세를 주장하고 나선 후부터다.

최근 2020 대선 출마를 선언한 엘리자베스 워렌 상원의원(민주당)은 5천만 달러 이상의 자산 보유자에게 2%의 세금을, 10억 달러 이상의 자산 보유자에게 3%의 세금을 부과하자고 제안했다.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 하원의원(민주당)은 연소득이 1천만 달러 이상인 사람들에게는 한계 세율을 높이길 원한다고 말했다.

(한편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무소속)은 더스는 억만장자가 사망했을 때 부과되는 상속세의 최고세율을 77%까지 높이자고 제안했다.)

진보 성향 정치인들의 부유세 정책 제안이 널리 알려지면서, 미국 사회에서는 불평등과 자산에 대한 논의가 전보다 더 크게 이뤄지고 있다.

ASSOCIATED PRESS
엘리자베스 워렌

강경 진보파와 좌파 성향 경제학자들 사이에서는 늘 있어왔던 이야기지만, 내년에 대선을 치를 미국에서는 ‘슈퍼 리치’가 정당한 몫을 내야 한다는 생각이 주류로 떠오르고 있다.

좌파 성향의 루즈벨트 협회의 연구 디렉터 마샬 스타인바움은 여러 해 전부터 부자들에겐 더 높은 세율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우리에겐 억만장자가 필요없다. 억만장자가 없었던 과거에 경제가 더 좋았다.”

스타인바움은 부유층으로부터 세금을 더 받아내면 다른 모든 이들을 위한 돈이 많아진다고 본다. 경제가 케이크라면, 지금 상황은 극소수의 억만장자들이 케이크 하나를 거의 다 차지하고, 다른 모든 이들이 한쪽을 나눠먹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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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부유한 ‘수퍼 리치’들에게 세금을 더 많이 물리면, 그들로선 모든 걸 차지하려 들 유인이 줄어든다. 그들이 추가로 수백만 달러를 벌어봐야 세금으로 나가게 된다는 걸 안다면 모두의 급여를 억압하려는 그들의 투쟁이 약해질 거라는 이론이다. 연봉이 높은 CEO는 자신의 급여를 늘리기 위해 노동자들의 급여를 낮게 유지할 유인이 적어진다.

과거에는 억만장자가 드물었다. 억만장자가 물가상승률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은 지난 수십 년 동안 미국이 세율을 낮추어왔기 때문이다.

지난 주에 반빈곤 비영리단체 옥스팜이 발표한 보고서에 의하면 2008년 이후 전세계 억만장자의 수는 두 배로 늘었다. 2018년, 이 억만장자들은 매일 무려 25억 달러(한화 약 2조8천억원)를 벌어들였다.

포브스가 미국 최대 부자 400명 명단을 처음으로 발표한 1982년에는 억만장자가 십여 명이었다. 당시 미국에서 가장 부유한 사람은 85세의 선박왕이었다. 당시 그의 자산은 20억 달러로 추정되었다. 현재 가치로는 52억 달러다.

현재 포브스의 400명 명단은 전부 억만장자로만 이루어져 있다. 가장 부유한 사람은 아마존 설립자 제프 베조스로, 그의 재산은 1600억 달러(한화 약 190조원)가 넘는다.

 

 

물론 일부 예외를 제외하고 부자들은 세율이 올리자는 발상에 기겁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 사설란은 패닉 상태이며 보수 언론인 러시 림보는 이런 정치인들을 히틀러에 비유하고 있다.

스타벅스의 CEO였으며 2020년 대선 출마를 검토하고 있는 억만장자 하워드 슐츠도 부자 증세 제안에 기겁하여 민주당을 버리고 무소속으로 출마하기로 했다고 CNBC 인터뷰에서 밝혔다.

순자산이 34억 달러인 슐츠는 포브스 명단에서 280위에 올랐다. 그는 공공주택에서 자랐다. 미국에서 가장 성공한 사람 중 하나가 정부 지원을 받는 주택에서 자라났다는 것은 바닥에서 출발한 사람이 꼭대기까지 올라가는데 세금이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작은 예에 불과하다. 그러한 지원이 없었다면 성공한 미국인들 상당수는 지금도 막대한 재산없이 피땀 흘려 일하고 있을 것이다.

미국에서는 억만장자들이 쏟아져 나오게 하는 정책들이 많이 실시되고 있다. 독점 금지법과 규제는 느슨하다. 지적재산권 보호는 강력하다. 세율은 낮고, 정부가 돈을 대는 연구도 이루어진다. 예를 들어 마이크로소프트의 공동 설립자 빌 게이츠(2018년 포브스 명단 2위)는 소프트웨어에 대한 엄격한 저작권과 특허 보호가 없었다면 막대한 재산을 모을 수 없었다고 스타인바움은 지적한다.

고 스티브 잡스가 엄청난 천재였으며 막대한 돈을 벌 자격이 충분히 있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대표작인 아이폰을 만드는데는 정부가 자금을 대어 개발한 테크놀로지를 잔뜩 사용했다. 구글도 정부 지원 연구의 혜택을 보았다고 마리아나 마주카토는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 기고한 에서 주장했다.

“여러 해 동안 미국 납세자들은 애플에게 큰 도움을 주었다.” 그러나 애플 등 테크 기업들은 세금을 덜 내고, 자신이 받은 혜택을 되갚지 않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했다고 마주카토는 썼다.

 

 

대부분의 기업가들은 자신들이 큰 재산을 모은 것은 정부 덕이 아니라 정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성공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싶어한다.

예외도 있다. 워렌 버핏은 자신의 비서와 자신을 비교하며 자신이 세금을 적게 낸다는 글을 써서 화제가 된 바 있다.

10억 달러 정도를 가진 은퇴한 벤처 투자가 크리스 사카는 트위터와 우버에 초기 투자를 한 것으로 유명하다. 사카는 지난 주에 워렌의 부유세를 조심스럽게 지지하는 트윗을 썼다.

“(어느 정도 공립학교, 건강보험 등이 도움이 되어 부자가 될 수 있었던)여기 이 사람(*편집자 주=자신을 지칭)은 5천만 달러 이상의 재산을 가진 사람들에게 연간 2~3%의 세금을 물리자는 엘리자베스 워렌의 제안이 ”극단적이고” ”급진적으로” 합리적이라고 본다.”

허프포스트가 자세한 설명을 요청하자, 사카는 워렌의 제안을 그대로 수용하는 것은 아니라고 신중한 입장을 취했다.

“미국에는 뼈빠지게 일하면서도 생계 유지가 힘든 사람들이 너무 많다. 그들의 사회안전망이 사라지고 있으며, 많은 이들이 아메리칸 드림을 이룰 기회도 그와 함께 사라진다. 워렌 상원의원의 제안은 규정하고 시행하기 힘들 것이고, 흥미로운 대안들도 있다. 나같은 사람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워렌의 제안을 논의해야 하는 것은 맞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워렌의 접근방식을 지지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 모두 일부의 특권을 통해 모두의 생명, 자유, 행복 추구를 보장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에 대해 우리 모두 합리적이고 생산적인 대화를 나눌 필요가 있다.”

한편 슐츠는 억만장자를 만들어내는 시스템을 비판하는 것은 “너무나 비미국적”이라고 했다.

그러나 실제 역사를 보면 초기 미국에서는 왕실의 부에 대한 저항감으로 재산에는 한도가 있어야 한다는 개념이 세제에 담겨 있었다. 1980년대 레이건 시대에 이런 생각이 점점 방향을 틀기 시작했으며, 1990년대에 들어 완전히 판도가 바뀌었다.

테크 붐 덕이었다. 1990년대에 테크 억만장자들은 동경의 대상이 되었다. 미디어에서는 카키 옷을 입는 빌 게이츠 같은 ‘천재’들을 숭앙했다.

대불황 때조차, 금융가들은 비난받았지만 테크계의 부자들은 공격받지 않았다. 지금은 기억도 가물가물해진 일이지만, 페이스북 설립자 마크 저커버그가 세계를 바꾸러 온 신동 취급을 받던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시대가 달라졌다.

2019년을 정의하는 질문은 “억만장자라는 게 있어야 하는가?”라는 것이 대부호 계급이 ‘세상을 바꾸겠다’는 노력은 거의 공허했다는 날카로운 비판을 담은 2018년 책‘승자독식’(Winners Take All)의 저자 아난드 기리다라다스의 말이다.

미국의 대표 사회주의 정치인 버니 샌더스 캠프에서도 일했던 민주당 하원의원 오카시오-코르테스는 최근 인터뷰에서 ‘수퍼 리치‘의 존재 자체가 곧 ‘정책 실패’라고 발언했다. 버니 샌더스의 고문이었던 경제학자 스테파니 켈튼은 아래와 같이 말했다.

″누구도 몇억 원을 ‘벌지’ 않는다. 몇 억원은 ‘가져오는’ 것이다. 자신의 피고용인들, 자산가들에게 유리한 환경과 특허법으로부터.”

 

 

*허프포스트 미국판의 Should Billionaires Even Exist?를 편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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