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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이라는 가치는 찰나의 반짝임에 가깝다는 생각이 든다

무탈한 오늘

ⓒ21세기북스
ⓒhuffpost

“그냥, 그렇게 잘 지내고 있어요.
어떻게 잘 지내냐고 물으면
대답할 말을 찾지 못하고 우물쭈물하겠지만
구름처럼 폭신한 솜사탕을 뜯는 순간
손안에서 찐득하게 녹는
그저 그런 설탕 덩어리가 되어버리듯,
잘 지내는 이유 역시
말하고 나면 아무것도 아닌 게 되어버리니까.
그냥, 잘 지내고 있어요.”

ⓒ21세기북스

8년 전에 적었던 글을 보니 그때 나는 행복했었나 보다.
그렇다고 그 일 년 내내 행복했다고 볼 수는 없기에
사실은 그날, 그 순간,
그 글을 적었던 오후가 행복했다는 게 맞을 것이다 .

행복,이라는 가치는
긴 시간 하염없이 드리우는
온화한 것이라 믿었는데
살면 살수록 그것은
찰나의 반짝임에 가깝다는 생각이 든다.
수천억 개의 별빛으로 이루어진 은하수처럼,
수천억 개의 빛나는 찰나가 모여
행복이라 부를만한 따스함으로 이어지는 게 아닐까.

오늘 나의 반짝임은 미미하고
눈물 나게 기쁜 일도 없었지만
매일 같은 크기의 풍선을 불거나
나날이 더 큰 풍선을 불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날은 커다란 풍선을,
어떤 날은 작은 풍선을 잘 불면 되는 것이다.

ⓒ21세기북스

뭉*에게 먹일 고기를 삶고 약을 먹이고
야윈 몸을 쓰다듬으며 머리맡에 앉아 지켜보는 시간,
이것이 오늘 내가 가장 열심히 불어야 할 풍선임을 알고 있다.
작다고는 하나
언젠가 돌아보면
너무 그리운 풍선일지 모른다.

*며칠 여행을 떠났다 돌아오니 뭉의 밥그릇에는 갈 때 줬던 사료가 그대로 남아있었다. 4일 동안 녀석은 거의 먹지를 않았다. 내가 샤워를 시작하자 욕실 문밖에서 뽀각 뽀각, 뭉의 사료 먹는 소리가 들려왔다.

* 에세이 ‘무탈한 오늘’에서 발췌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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