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2019년 02월 01일 18시 07분 KST | 업데이트됨 2019년 02월 01일 18시 12분 KST

미리보는 2020 민주당 경선 : 왼쪽과 오른쪽의 노선투쟁

미국 민주당 경선은 이미 시작됐다.

NOAH BERGER via Getty Images
2020 대선 출마를 선언한 민주당 카말라 해리스 상원의원(캘리포니아)은 민주당을 왼쪽으로 이끌 정책들을 주장하고 있다.

2020년 대선에서 정권 탈환을 노리는 미국 민주당에게는 피할 수 없는 질문이 하나 있다. 민주당은 더 왼쪽으로 가야 하는가? 아니면 조금 더 오른쪽으로 움직여야 하는가?

우선 간략하게 구도를 살펴보자.

왼쪽에는 ‘초부유세’ 도입을 주장하는 엘리자베스 워렌 상원의원(메사추세츠), ‘모두를 위한 건강보험(Medicare for All)’을 원하는 초선의 카말라 해리스 상원의원(캘리포니아)이 있다. 두 후보는 일찌감치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반대편에는 (이번에도) 대선 출마를 검토중인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이 있다. 소속 정당이 아닌 ‘반(反)트럼프 진영’을 기준으로 묶는다면 얼마 전 (예상을 깨고) 무소속 출마 뜻을 밝힌 하워드 슐츠 전 스타벅스 CEO도 여기에 넣을 수 있다. 

여론조사 1위를 달리고 있는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나 무소속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버몬트), 비토 오루크 하원의원(텍사스) 등 나머지 야권 잠재 주자들은 출마 여부를 저울질 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일찍 레이스에 뛰어든 주자들 사이에서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당 차원에서만 보면 일종의 ‘노선 투쟁’이라고 할 수 있다. 혹은 트럼프의 재선을 막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무엇이냐에 대한 문제일 수도 있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으로, 이건 미국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둘러싼 논쟁이기도 하다.

 

양측의 견해차가 가장 극명하게 드러난 최신 사례를 살펴보자. 포문을 연 건 카말라 해리스였다. 그는 28일(현지시각) CNN 타운홀 미팅에서 제법 폭발적인 주제 하나를 꺼냈다. ”우리에게는 모두를 위한 건강보험이 필요하다.” 

해리스는 현재 미국의 건강보험 제도가 ”비인간적”이라고 지적했다. 수익 기준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민간 보험회사가 치료비 지급을 거절하면 환자들이 ”의학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시스템”이 바로 지금의 체계라는 이유에서다.

그러자 진행자 제이크 태퍼는 국가 또는 준공공기관이 전국민을 대상으로 운영하는 건강보험 체계를 만들자는 얘기는 곧 민간 건강보험을 완전히 없애겠다는 의미냐고 물었다. 

″(치료를) 기다리고 있는데 의사가 ‘당신의 보험사에서 이걸 커버해줄지 잘 모르겠네요’라고 말하는 상황을 겪어보지 않은 분 계십니까?” 해리스가 답했다. ”다 없애버립시다. 옮겨가자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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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만장자이자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출마를 검토하고 있는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은 민주당 내 진보 진영의 주장을 '사회주의'로 규정한다.

 

잘 알려져 있는 것처럼 미국은 선진국들 중에서는 드물게 정부 차원의 건강보험 체계가 없는 국가다. 그 자리를 대체하는 건 민간 보험사들이다. 직장이 있는 사람들은 건강보험 비용의 상당 부분을 회사에서 부담하기 때문에 그나마 사정이 낫지만 자영업자나 프리랜서, 무직자 등은 비싼 보험료를 오롯이 감당하거나 막대한 의료비 지출을 감수할 각오를 해야 한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오바마케어’를 통해 조금이나마 현실을 바꿔보려 했다. 전 국민의 건강보험 가입을 의무화하고, 적용 대상을 확대하는 한편 보험사가 가입자의 나이나 병력을 이유로 보험 가입을 거부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이다.

그러나 오바마 정부는 한국이나 영국처럼 정부가 운영하는 건강보험 시스템을 구축하자는 주장까지 나아가지는 않았다. 해리스의 주장이 미국에서 급진적으로 받아들여지는 배경이다. ‘모두를 위한 건강보험’을 지지하는 민주당 인사들도 선뜻 민간 건강보험 체계를 아예 없애버리자는 주장까지는 나아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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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찌감치 대선 출마를 선언한 민주당 엘리자베스 워렌 상원의원(메사추세츠)은 '초부유세' 같은 진보적 공약을 내세울 계획이다.

 

해리스의 주장은 곧바로 민주당 안팎에 포진한 중도보수층의 비판을 불렀다. 블룸버그 전 시장이 먼저 반응했다. 그는 해리스를 직접 거명하지는 않은 채 그의 제안은 ”오랫동안 우리를 파산에 처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결코 감당할 수 없다. 수조달러가 들어갈 것이다.”

그는 ‘전국민’이 아니라 직장 등에서 제공하는 건강보험 보장을 제공받지 못하는 이들에 한해 국가가 건강보험을 제공할 수는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공공 건강보험으로 ”(현재의) 민간 시스템을 통째로 대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그는 덧붙였다.

슐츠 전 스타벅스 CEO도 가세했다. 그는 CBS ‘디스 모닝’ 인터뷰에서 해리스의 제안이 ”미국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이후 CNN에서 ”미국적이지 않은 것은 아니고, 너무 돈이 많이 든다”는 뜻이었다면서도 비판을 이어갔다.

그는 오바마케어는 ”옳은 일이었다”면서도 현재 보험료가 치솟고 있다며 오바마케어를 ”개선하고 고치는” 작업에 집중할 때라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그는 민주당 내 진보 진영에서 주장하는 대학교 무상 등록금, 모두를 위한 기본 일자리(Federal Jobs Guarantee) 등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런 주장은 ”대선 때 트럼프가 멕시코가 국경 장벽 돈을 낼 것이라고 미국인들에게 말했던 것 만큼이나 거짓”된 주장이라는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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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소속으로 2020년 대선에 출마하는 방안을 "진지하게 검토중"이라는 하워드 슐츠 전 CEO. 뉴욕 브루클린 빈민가 출신인 그는 오늘날의 '스타벅스 제국'을 이끈 억만장자다.

 

슐츠는 워렌의 ‘초부유세’ 도입 주장도 공격했다. NPR ‘모딩 에디션’에 출연한 그는 워렌의 제안이 ”어처구니 없다”며 이는 언론의 주목을 끌기에 좋은 이야기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그는 절대 (그런 법안이) 통과될 수 없다는 걸 확실히 알고 있다.”

블룸버그도 가세했다. 그는 워렌의 제안을 ‘사회주의’에 비교하며 베네수엘라를 언급했다. ”우리에게는 건강한 경제가 필요하며, 우리 시스템을 부끄러워해서는 안 된다. (...) 자본주의가 아닌 시스템을 보려면, 아마도 한 때 세계에서 가장 부유했고 지금은 사람들이 굶어 죽어가고 있는 국가를 보라. 그 이름은 베네수엘라다.”

논쟁이 이어지는 가운데 그동안 잠잠했던 버니 샌더스가 ‘등판’했다. 그는 31일 상속세 최고세율을 현재의 40%에서 77%로 올리자고 제안하고 나섰다. ”극소수가 극히 많은 것을 가지고 대다수가 너무나 적게 가진다면, 도덕적, 경제적, 정치적 관점에서 우리 나라는 번창할 수 없다.”

본격적으로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이 시작되려면 아직 1년이나 남았다. 그러나 트럼프를 상대할 필승 전략, 민주당의 미래, 미국이 나아가야할 방향을 둘러싼 논쟁은 벌써 뜨겁게 달아오르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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