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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하원이 메이 총리의 '브렉시트 재협상안'을 통과시켰다

EU는 곧바로 '재협상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 허완
  • 입력 2019.01.30 10:51
  • 수정 2019.01.30 11:48
ⓒAssociated Press

영국 테레사 메이 총리가 유럽연합(EU)과 브렉시트 재협상에 나서게 됐다. 기존 합의안에 담긴 아일랜드 백스톱 조항을 ‘대안적 방식’으로 대체하는 방안이 하원에서 통과되면서다. 

그러나 EU는 곧바로 아일랜드 백스톱 관련 재협상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재차 확인했다. 영국이 공식으로 재협상을 요구하기도 전에 찬물을 끼얹은 것이다. 브렉시트 날짜를 불과 59일 앞두고 혼돈이 계속되고 있다.

ⓒNurPhoto via Getty Images

 

영국 하원은 29일(현지시각) 총 7건의 브렉시트 수정안에 대한 표결을 벌였다. 그 중 2건이 통과된 가운데 보수당 중진 그레이엄 브래디가 제출한 수정안이 찬성 317표, 반대 301표로 근소하게 통과됐다.

이 수정안은 지난달 압도적으로 부결됐던 메이 총리의 기존 브렉시트 합의안(Withdrawal Agreement; 탈퇴 합의)에서 아일랜드 백스톱 조항을 ”하드 보더를 피하기 위한 대안적 방식들”로 대체하도록 한다는 내용이다. 재협상이다.

수정안 통과에는 ‘재협상은 어렵다’고 거듭 강조해왔던 메이 총리가 입장을 바꾼 게 결정적이었다. 수정안을 지지하고 나선 메이 총리는 ”탈퇴 합의(에 담긴 백스톱 조항)에 중대하고 법적 구속력이 있는 변화”를 모색하겠다며 의원들을 설득했다.

메이 총리는 이 수정안이 통과되면 ”하원이 지지를 보내기 위해서는 탈퇴 합의에 어떤 변화가 있어야 할지에 대한 분명한 메시지를 브뤼셀(EU)에 보내게 될 것”이라고 호소했다. EU와의 협상에서 이를 레버리지로 쓸 수 있다는 논리다.

이를 통해 메이 총리는 자신이 공략하려 했던 ‘우군’을 일단 확보한 모양새다. 기존 합의안이 부결되는 과정에서 나란히 반대표를 던졌던 보수당 내 브렉시트 강경파와 북아일랜드 민주연합당(DUP)은 이번 수정안에 대해 찬성으로 돌아섰다. 

이제 메이 총리는 처음으로 하원 다수의 뜻이 모아진 방안을 들고 EU로 향하게 됐다. 문제는, 그 다음에 어떻게 될 것인지 불분명하다는 데 있다.

ⓒReuters TV / Reuters

 

수정안이 통과된 직후, 도날드 투스크 EU 상임의장은 대변인을 통해 ”탈퇴 합의는 영국의 질서 있는 유럽연합 탈퇴를 보장하는 최선이자 유일한 방법”이라고 밝혔다. ”백스톱은 탈퇴 합의의 일부이며, 탈퇴 합의는 재협상 대상이 아니다.”

표결에 앞서 이 수정안이 공개됐을 때도 EU는 회의적 의견을 밝힌 바 있다. 기존 합의안에 담긴 아일랜드 백스톱 조항도 ‘양보한 것’이기 때문에 재협상은 불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한 EU 고위 관계자는 ”우리는 탈퇴 합의 협상을 재개(reopen)하지 않을 것”이라고 가디언에 말했다. ”어쩌면 ‘재개‘가 무엇을 의미하느냐에 대한 의미론에 관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만약 선언문, 확약, 입장 정도면 할 수 있다. 그러나 메이 총리가 정말로 이 모든 걸 재개하겠다면, 그건 ‘노’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협상에 참여했던 한 EU 고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여름에도 안 된다고 말했고, 11월에도 안 된다고 말했고, 12월에도 안 된다고 말했고, 다시 한 번 안 된다고 말할 것이다.”

아일랜드 부총리 겸 외무장관 사이먼 코베니는 ”백스톱은 어떤 상황에서도 (북아일랜드-아일랜드에) 물리적 국경을 막기 위한 보험 정책으로 영국과 EU가 합의한 것”이라고 밝혔다. 근본적인 변화는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Reuters TV / Reuters

 

아일랜드 백스톱을 대체하겠다는 ”대안적 방식들”이 무엇인지도 분명하지 않다. 수정안에도 구체적으로 명시되어 있지 않다. 메이 총리가 EU에 뭘 요구할 것인지, 무엇을 얻어낼 수 있을지, 또 재협상 결과물이 강경파들을 충분히 만족시킬 수 있을지 불분명하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강경파들은 백스톱 종료 시한을 명시하고, 영국이 일방적으로 종료시킬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메이 총리도 재협상이 쉽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둘 중 하나를 얻어낼 수 있을지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두 가지 모두 EU가 단호히 거부해왔던 내용이다.

EU 관계자들은 비공식적으로는 어느 정도 기존 합의안에 손을 댈 수는 있다는 입장을 밝히면서도 영국이 기대하는 것과 EU가 줄 수 있는 것 사이의 격차가 너무 크다고 인식하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영국이 ”찬물 샤워”를 하고 와야 한다는 것.

만약 기존 합의안에서 크게 다르지 않은 수준의 재협상 합의안이 나온다면 강경파들은 인준을 무산시킬 가능성이 크다. 

보수당 내 강경파를 대표하는 유럽연구그룹(ERG)의 부회장 스티브 베이커는 ”브래디의 수정안에 찬성표를 던지는 건 총리가 제대로 된 합의안을 가져올 수 있는지 보자는 데 표를 던진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보수당의 일부 온건파 의원들은 메이 총리가 강경파에 ”휘둘렸다”고 말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FT는 메이 총리가 ”달성 불가능할지 모른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데도 일단 당의 의견을 모아 한숨 돌렸을 뿐이라고 평가했다. 

ⓒHandout . / Reuters

 

메이 총리는 2월13일 전까지 재협상을 마무리 짓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만약 그 때까지 결과가 마련되지 않으면 의원들은 14일에 다시 한 번 이날처럼 다양한 수정안들에 대한 표결을 벌이게 된다고 그는 설명했다.

한편 이날 표결에 부쳐진 수정안들 중 ‘노딜(no deal) 브렉시트는 없다’는 내용의 안건도 찬성 318표, 반대 310표로 통과됐다. 다만 이는 법적 구속력 없는 선언적 결의안에 불과하다. 

정작 노딜 브렉시트를 방지하기 위해 고안된 수정안은 부결됐다. 2월말까지 합의안이 마련되지 않으면 2019년 말까지 브렉시트를 연기(리스본조약 50조 연장)하도록 강제하는 이베트 쿠퍼 노동당 의원의 수정안은 찬성 298표, 반대 321표를 얻었다.

노동당이 당론으로 힘을 보탰고 보수당 온건파들이 찬성 대열에 가담했음에도 탈퇴 여론이 높았던 지역을 지역구로 둔 노동당 의원들이 이탈한 것으로 보인다. 

그밖에도 노딜 브렉시트 가능성을 차단하고 영국을 EU 관세동맹에 잔류하자는 노동당의 공식 수정안도 31표차로 부결됐다. 브렉시트 2년 연기, 의회 통제권 확보 등을 기초로 하는 나머지 수정안들도 부결됐다.

 

허완 에디터 : wan.heo@huff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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