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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철 청와대 보좌관은 당장 학계로 돌아가야 한다

21세기 한국의 경제 운용 방향에 맞지 않는 분이다.

ⓒ뉴스1
ⓒhuffpost

김현철 청와대 경제보좌관(신남방정책특별위원)이 어제 경영인 조찬모임에서 청년층과 중장년층를 가리켜 헬조센 탓, SNS 악플 달지 말고 아세안으로 가라는 요지의 발언을 했다가 거센 비난을 받고 사과했다. 이 발언은 여러 측면에서 문제가 상당히 많지만, 가장 큰 문제는 김현철 보좌관의 교수 시절 주장에 비추어 봤을 때 당시 그 분이 가졌던 잘못된 시장경제 관념이 전혀 바뀌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자, 생각해 보자. 우리나라의 과거와 현재를 따져 보았을 때 한국인들은 파독간호사/광부, 중동 건설붐 시절부터 거의 당시 한국보다 경제 사정이 나은 국가에 일을 하러 떠났다. 그리고 반대로 지금 우리나라에 일하러 오는 외국인들은 거의 중국, 몽골, 필리핀, 중앙아시아 등 한국 대비 저개발국 국민들이다. 선진국 국민들은 거의 없다. 즉 해외 취업은 항상 상대적으로 자국보다 선진국에 그 수요가 많지 그 역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는 통계청의 국적/체류자격별 외국인 입국현황 자료를 보면 더 명확해지는데, 2018년 6월 한 달간 다양한 취업자격으로 입국한 네팔인은 1086명이지만 동일 분류기준으로 입국한 미국인은 고작 5명에 불과하며, 나머지 선진국을 모두 합해도 70명으로 키르기스스탄 비전문취업비자 87명보다도 적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해외취업도 주로 일본 등 선진국 편향이다. 즉 김현철 보좌관은 통계적으로 명확히 드러나는 경제적 현상을 부정하고 그 역의 현상을 주문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자국보다 상대적으로 경제적 수준이 낮은 국가에서 일하기를 꺼릴까? 물론 가장 크게는 언어의 장벽 및 문화의 차이 등이 존재하지만,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생활 수준의 격하라고 할 수 있다고 본다. 이를테면 성장 과정에서 CGV 영화관의 헐리웃 영화와 픽사 애니메이션, 인스타그램에 업로드 하고 싶은 힙한 거리와 식당, 각종 커피전문 브랜드와 맛집이 자연스러웠던 사람이 저개발국의 인프라를 감내할 수 있을까? 어려울 것이다.

경제학에서 임금의 하방경직성을 이야기한 것처럼 이렇게 개개인의 소비 생활에도 하방경직성이 존재한다. 소득이 없어진 노년층이 보유한 집을 좀처럼 줄이지 못하거나, 젊은 층이 불안정한 고용 속에서도 소비를 급격하게 신축적으로 조절하기가 어려운 것은 이 때문이다. 그렇다면 김현철 보좌관은 이러한 소비성향의 하방경직성을 왜 고려하지 않고 정부의 신남방정책에 청년과 중장년층이 선봉에 서기를 바라는가?

이는 그가 과거 ‘일본 전문가’ 를 자처하며 일본의 소비 풍토를 배울 것을 강조한 바 있다는 점에서 드러난다. 젊은이들 저개발국 가서 후진 인프라를 감내하라는 것이 새로운 주장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 분은 과거 젊은이들이 3포, 7포라고 하지만 한 끼 밥값만한 커피를 사 마시며, 돈이 많이 드는 결혼식과 서울 부동산에 집착하려 한다고 언론 인터뷰에서 언급하신 적이 있다. 전 국민이 저성장 시대에 맞춰서 소비를 줄이고 일본처럼 소박한 결혼과 작은 집, 그리고 경차에 만족해야 한다고 주장하시는 것이다.

그러나 이 주장이 얼마나 자가당착적인지는 같은 인터뷰에서 바로 드러난다. 사람들이 소비를 줄여야 한다고 하면서 동시에 일본의 디플레이션을 ‘병적 현상’ 이라고 정의했던 점이 바로 그것이다. 해당 인터뷰를 읽고 나서 사람들이 소비를 줄여야 한다면서, 인구 절벽으로 인한 디플레를 막아야 한다니 대체 이게 양립 가능하긴 한 이야기인지 혼란스러웠다. 인구도 줄어드는데 저성장 시대이니까 다들 과소비하지 말고 소비를 줄여라? 이것이야말로 나라가 망하는 지름길이다.

감히 주장컨대, 이 분은 21세기 대한민국의 경제 운용 방향에 맞지 않는 분이다. 과거에 박근혜 정권을 많이 비판하고 경영인들 불러모아 독설을 하시고 해서 이름을 얻었을지는 모르겠지만 이 분이 제대로 된 일본 전문가인지도 사실 잘 모르겠고, 근본적으로 기본 시장경제 원리에 입각한 말씀을 하시는 분도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정부에 있지만 박근혜 정부와 똑같은 워딩을 하시는 것이다. 이 분 계속 청와대에 계시면 큰일난다. 교수님은 이제 그만 학계로 돌아가셨으면 한다.

* 필자의 페이스북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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