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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법무장관 대행, '러시아 스캔들' 뮬러 특검 수사 '거의 끝나간다'

수사 진행 상황을 공개적으로 언급한 건 이례적인 일로 여겨진다.

  • 허완
  • 입력 2019.01.29 16:27

매튜 휘태커 미국 법무장관 직무대행이 로버트 뮬러 특검의 ‘러시아 스캔들’ 수사가 거의 끝났다고 말했다. 수사를 지휘하는 법무부가 특검 수사의 진행 상황에 대해 공개적으로 언급하는 것은 꽤 이례적이다.

휘태커는 28일(현지시각) 중국 통신장비 업체 화웨이 기소 관련 기자회견을 마무리 하면서 뜬금없이 ”(특검) 수사는 거의 완료되어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뮬러 특검으로부터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보고를 받기를 기대한다.”

뉴욕타임스(NYT)는 특검과 전혀 관련 없는 기자회견 자리에서 특검 수사 진행 상황을 언급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지적했다. 진행중인 형사 사건 수사에 대한 언급을 사실상 금지해왔던 법무부의 정책에도 위배된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휘태커는 논란의 이 발언을 하기 불과 몇 초 전만 하더라도 ”나는 현재 진행중인 수사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휘태커는 트럼프에 의해 사실상 해임된 제프 세션스를 대신해 지난 11월 법무장관 직무대행에 임명됐다. 그는 과거에 뮬러 특검을 비판했던 전력 때문에 인선 당시에도 우려와 비판이 제기됐다.

이와 같은 언급에 대해 뮬러 특검팀의 대변인은 언급을 거부했다고 NYT는 전했다. 

매튜 휘태커 미국 법무장관 직무대행이 화웨이 기소 관련 기자회견을 위해 법무부 브리핑룸에 들어서고 있다. 2019년 1월28일.
매튜 휘태커 미국 법무장관 직무대행이 화웨이 기소 관련 기자회견을 위해 법무부 브리핑룸에 들어서고 있다. 2019년 1월28일. ⓒSAUL LOEB via Getty Images

 

뮬러 특검은 러시아의 2016년 미국 대선 개입, 러시아와 트럼프 대선 캠프의 공모 의혹 등 이른바 ‘러시아 스캔들’에 대해 수사를 벌여왔다. 수사 과정에서 포착된 사건들도 수사 대상이다.

FBI 국장을 지냈던 뮬러가 이끌고 있는 특검은 연방수사국(FBI)으로부터 사건을 넘겨 받아 2017년 5월 출범했다. FBI가 수사에 착수한 건 2016년이다. 수사가 2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미국은 특검의 수사 기간에 제한을 두지 않는다.

 이날 휘태커의 발언이 나오기 전에도 특검 수사가 막바지를 향하고 있다는 관측이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었다. 그러나 예상하지 못했던 새로운 단서가 등장할 가능성도 있는 만큼 수사 지휘권한을 가진 당국자가 수사 진행 단계를 공개적으로 언급하지 않는 게 일반적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비공식 고문으로 활동해 온 로저 스톤이 보석 석방 직후 플로리다주 포드 로더데일 법원 청사를 빠져나오며 두 손을 들어보이고 있다. 2019년 1월25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비공식 고문으로 활동해 온 로저 스톤이 보석 석방 직후 플로리다주 포드 로더데일 법원 청사를 빠져나오며 두 손을 들어보이고 있다. 2019년 1월25일. ⓒJoe Raedle via Getty Images

 

바로 그 새로운 증거가 나왔음을 시사하는 사건도 있었다. FBI는 지난주 금요일(25일) 밤, 트럼프의 오랜 측근이었던 로저 스톤의 자택 등을 급습해 그를 전격 체포한 것이다. 허위진술과 증인매수, 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다.

이 체포 이후 미국 언론들은 트럼프 대선캠프와 위키리크스의 연결고리를 뒷받침할 증거를 수사팀이 확보한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위키리크스는 대선 당시 민주당 전국위원회(DNC) 고위 인사들의 이메일 해킹 자료 등을 폭로했으며, 이 과정에서 러시아와 공모했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트럼프 대통령의 장남이 위키리크스와 은밀한 ‘DM’을 주고 받았던 사실도 드러났다.

스톤은 2016년 대선 전 여름, 위키리크스와 ”위키리크스가 가지고 있을지 모르는, (경쟁후보인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에게) 해를 입힐 정보”에 대해 ”트럼프 캠프 고위 관계자들”과 논의했다는 혐의를 받는다. 

1970년대부터 미국 정계에서 로비스트, 정치 컨설턴트로 활동해 온 로저 스톤은 평소 말끔한 차림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는 1990년대에 도널드 트럼프의 카지노 사업 관련 로비스트로 일하며 트럼프와 인연을 맺었다.
1970년대부터 미국 정계에서 로비스트, 정치 컨설턴트로 활동해 온 로저 스톤은 평소 말끔한 차림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는 1990년대에 도널드 트럼프의 카지노 사업 관련 로비스트로 일하며 트럼프와 인연을 맺었다. ⓒBloomberg via Getty Images

 

패셔니스타’로도 유명한 스톤은 옷도 제대로 갖춰입지 못한 채 체포에 응해야만 했으며, 보석 석방 직후 평범한 청바지와 폴로 셔츠 차림으로 기자들 앞에 섰다. 두 손을 치켜올렸을 때 뱃살이 드러나기도 했으니 그로서는 치욕적인 순간이었을 게 분명하다. 

그는 28일 자신의 플로리다주 자택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수사당국이 미리 연락을 줬다면 수트와 타이를 갖춰 입고 순순히 체포에 응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훨씬 더 나아보였을 거다.”

″나는 66세다. 총도 보유하지 않고 있다. 유효한 여권도 없다. 전과 기록도 없다. 나는 비폭력 사건으로 기소됐다. (...) 오사마 빈 라덴이나 (멕시코 마약왕) 엘 차포, (콜롬비아 마약왕) 파블로 에스코바르를 급습할 때보다 더 많은 병력을 동원해 우리 집을 급습해 나의 아내와 반려견을 공포에 떨게 했다. 이건 터무니 없는 일이다.”

 

허완 에디터 : wan.heo@huff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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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로버트 뮬러 #매튜 휘태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