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2019년 01월 29일 11시 48분 KST | 업데이트됨 2019년 01월 29일 12시 28분 KST

미국이 대이란 제재 위반 등의 혐의로 중국 화웨이를 기소했다

미국-중국 무역 협상을 이틀 앞두고 발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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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부가 중국 통신장비 업체 화웨이를 기소했다.

미국이 중국 통신장비 업체 화웨이와 이 업체의 최고재무책임자(CFO) 멍완저우 부회장을 사업 기밀 절취, 사법방해, 대이란 경제제재 위반 등의 혐의로 전격 기소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협상 재개를 불과 이틀 앞둔 시점이다.

그동안 미국 정부는 중국 통신업체들의 장비가 중국 정부의 스파이 도구로 쓰일 수 있다고 우려하며 연방 정부기관이 이 업체들의 장비를 도입하지 못하도록 해왔다. 그 중에서도 중국 최대 통신업체이자 5G 네트워크 통신장비 분야에서 세계 점유율 1위를 달리고 있는 화웨이가 미국의 주요 타깃으로 떠올랐다. 

매튜 휘태커 법무장관 직무대행은 28일(현지시각) 기자회견을 열어 “20여개에 가까운 범죄 혐의”에 연루된 화웨이와 화웨이의 자회사들, 화웨이 창업자의 딸인 멍 부회장을 기소했다고 밝혔다. 워싱턴뉴욕 검찰이 각각 기소를 단행했다. 

기소장에 열거된 범죄 혐의들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대이란 경제제재 위반, 기술 탈취, 그리고 사법방해 혐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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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튜 휘태커 미국 법무장관 직무대행(가운데)이 법무부에서 화웨이 기소와 관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윌버 로스 상무장관(왼쪽에서 두번째)과 커스텐 닐슨 국토안보부 장관, 크리스토퍼 레이 연방수사국(FBI) 국장도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법무부가 일부 내용을 공개한 기소장에 따르면, 화웨이는 2007년부터 이란에 위치한 스카이콤(Skycom)이라는 위장 자회사를 통해 이란 통신사에 수출 금지 품목을 판매한 혐의를 받는다. 이 과정에서 미국 네 개 은행들을 속여 결과적으로 미국 자금이 불법적으로 이란에 흘러들어가게 했다는 게 혐의의 요지다.

뉴욕 검찰은 이같은 사실이 알려진 이후에도 화웨이가 미국 정부와 의회에 거짓 진술을 했다고 밝혔다. 

기소장에는 화웨이가 2012년부터 통신사 T-모바일의 미국 법인의 휴대전화 품질 관리 테스트 로봇 ‘태피(Tappy)’의 기술을 절취했다는 내용도 담겼다. 이 부분은 T-모바일이 제기한 민사소송에서 2017년 화웨이의 유죄로 판명난 사건과 관련이 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화웨이는 T-모바일과의 비밀유지 계약을 어기고 관련 정보를 빼돌려 복제품을 만들려 했다는 혐의를 받는다. T-모바일이 이 사실을 파악하고 소송을 제기하려 하자 화웨이는 ‘직원 개인의 일탈’일 뿐, 미국 법인 또는 중국 본사가 지시한 게 아니라고 거짓 주장하는 보고서를 냈다고 법무부는 설명했다. 

″수사 과정에서 입수된 이메일들은 T-모바일의 기밀 정보를 빼내려는 계획이 많은 엔지니어들과 직원들이 연루된 회사 차원의 시도였다는 점을 보여준다.” 법무부의 설명이다. FBI가 확보한 2013년 7월자 내부 이메일에 따르면, 화웨이는 전 세계 다른 업체들로부터 절취한 기밀 정보의 가치에 따라 직원들에게 보너스를  제공했다고 법무부는 덧붙였다.

화웨이는 사법방해 혐의도 받는다. 이란과의 사업 내용을 잘 아는 직원들을 미국 바깥으로 도피시키고, 관련 증거를 파기함으로써 미국 사법당국의 수사를 방해했다는 내용이다. 

법무부는 이와 같은 혐의의 상당수에 멍 부회장이 연루되어 있다고 보고 있다. 멍 부회장은 미국 정부의 요청에 따라 지난달 캐나다에서 체포된 이후 가택연금 상태다. 법무부는 멍 부회장에 대한 범죄인 인도를 캐나다에 공식 요청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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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광둥성 둥관에 위치한 화웨이 연구개발(R&D) 센터. 

 

크리스토퍼 레이 FBI 국장은 ”오늘 공개된 기소장들은 자유롭고 공정한 글로벌 시장을 약화하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화웨이가 의도적으로 미국 기업의 지적재산을 탈취하려는 계획을 세워왔다는 혐의를 분명히 제기한다”고 말했다. 

기자회견장에 동석한 윌버 로스 상무장관은 ”수 년 동안 중국 기업들은 우리의 법을 어기고 제재를 약화해왔으며, 자신들의 불법 행위를 위해 미국 금융 시스템을 활용해왔다”며 ”이런 행위는 끝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정보 당국은 29일 화웨이를 비롯한 중국 통신기업들의 5G 네트워크 투자가 ‘전 세계적 위협’이라는 내용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NYT는 전했다. 여기에 더해 미국 정부는 연방 정부기관 뿐만 아니라 모든 미국 기업들이 핵심 통신망에 중국산 장비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의 행정명령 초안을 준비해왔다.

2012년 중국 통신업체들의 보안 위협을 경고한 의회 보고서가 발표된 이래 화웨이와 ZTE 등은 미국 시장에서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현재 호주, 영국, 캐나다, 독일, 일본 정부도 화웨이 등의 통신장비 도입을 금지하거나 제한하는 조치를 취하며 미국과 보조를 맞추고 있다. 최근에는 폴란드에서 화웨이 직원이 스파이 혐의로 체포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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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베이징에 위치한 화웨이 스토어.

 

한편 이번 기소가 나온 시점에도 관심이 쏠린다. 3월2일 협상 마감 시한을 앞두고 중국 대표단이 워싱턴을 방문해 30일부터 무역 협상을 재개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물론 미국 정부는 화웨이 사건과 무역 협상은 별개의 문제라는 입장이다. 

중국 류허 부총리가 이끄는 대표단은 미국 농산품과 에너지 구입을 대폭 확대하는 한편 정책을 일부 수정하는 내용을 미국에 제시할 것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사안에 정통한 관계자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그러나 중국이 보다 근본적인 구조적 개혁을 요구하는 미국 측 요구를 수용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이 관계자들은 덧붙였다. 이견이 좁혀지기 쉽지 않다는 얘기다. 이날 발표된 화웨이 기소는 어떤 식으로든 무역 협상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허완 에디터 : wan.heo@huffpost.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