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미투 1년 : 서지현 검사의 폭로 후 한국 사회에 벌어진 변화 5가지

사회 전반에 뿌리 깊게 내린 문화가 달라지기엔 아주 짧은 시간이지만, 다행히 변화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뉴스1

오늘(1월 29일)은 서지현 검사가 안태근 전 검사장의 성추행과 인사 불이익에 대해 폭로한 지 꼭 1년 되는 날이다.

서 검사는 지난달 7일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생각하고 싶지 않은) 가장 큰 두려움은 진실이 끝끝내 밝혀지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고, (생각하고 싶지 않은) 가장 큰 절망은 어떤 것도 변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투 1년. 한국 사회는 얼마만큼 변했을까. 사회 전반에 뿌리 깊게 내린 문화가 달라지기엔 아주 짧은 시간이지만, 다행히 변화가 하나도 없었던 것은 아니다.

 

1. 가해자가 법정 구속됐다

ⓒ뉴스1

한국의 첫 미투 운동을 촉발한 안태근 전 검사장(53)이 23일 징역 2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미투 1년을 일주일 가량 앞두고 벌어진 일이다. 재판부는 성추행, 인사 불이익 혐의 모두 유죄로 인정했으며 안 전 검사장에 대해 ”국민의 믿음과 검찰 구성원의 기대를 저버렸다”고 판결했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실형이 선고되리라 예상하지 못했던지 안 전 검사장은 선고 직후 ”너무 뜻밖”이라는 말과 함께 한숨을 내쉬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2. 사회 각계각층에서 권력자의 성폭력이 폭로됐다 

ⓒ뉴스1

안희정, 고은, 이윤택, 조재현, 조민기 등등 정치·예술·스포츠계 등등 사회 곳곳에서 용기 있는 고백이 터져 나왔다. 그뿐만 아니라 교사들의 성폭력을 고발하는 ‘스쿨 미투’도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KBS에 따르면, 지난 1년간 성폭력 고발이 쏟아진 학교의 숫자는 총 69개다. 스쿨미투 학생들은 다음 달 유엔 아동권리위원회에 참석해 1년간의 성과와 한계, 학내 성폭력 실태 등을 증언할 계획이다.

 

3. 법원 판결에서 변화의 바람이 조금씩 불고 있다

권순일 대법관 
권순일 대법관  ⓒ뉴스1

2018년 4월, 마침내 대법원 판결에서 ‘성인지 감수성’이라는 단어가 처음으로 등장했다. 미투 폭로가 한창 뜨거웠던 4월, 대법원 2부(주심 권순일 대법관)은 학생을 성희롱해 해임된 대학교수의 해임이 위법하다고 본 2심 재판부에 대해 ”‘성인지 감수성’이 결여됐고, 피해자의 ‘2차 피해’를 고려하지 않은 판결”이라고 지적했다.

2차 피해에 대한 불안감 등등 성폭력 피해자의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는 의미인데, 사법부 최초의 ‘성인지 감수성 인정’ 판결이다. 그리고 대법원 판결 후 8개월 동안 총 26건의 법원 판결에서 ‘성인지 감수성’이 언급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조현욱 한국여성변호사회 회장은 SBS와의 인터뷰에서 ”(기존에는 법원이) 가해자 중심 입장에서 (피해자) 진술의 일관성과 증명력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취지로 봤는데, 그렇게 보면 안 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신아 한국성폭력상담소 활동가는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상담소가 개소한 이래로 지속적으로 사법부에 성인지성을 가지고 피해자 관점에서 판결을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27년이 지난 2018년에 이르러서야 성인지 감수성을 인정한 첫 판결이 나왔다”며 ”사법부가 그동안 일반 시민들이 갖고 있는 상식선보다 못한 판결을 내려왔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평했다. 

 

4. 성범죄 신고가 역대 최고로 늘었다

ⓒFilip_Krstic via Getty Images

서울신문이 대검찰청 통계를 인용한 바에 따르면, 2018년 성범죄 신고 인원(피해자 기준)은 4만1089명으로 통계 작성 후 가장 많았다. 강간, 강제추행, 성폭력처벌특례법 위반 등을 더한 수치다. 2012년과 비교하면 6년 만에 성범죄 신고가 77.7% 폭증한 것이다.

지난해 3월 출범한 범정부 성희롱·성폭력 신고센터에도 10개월간 상담·신고가 총 2284건 접수됐는데, 여성가족부 관계자는 ”형사고소가 어렵더라도 직장 내 성희롱 문제를 고발하고 싶다는 내용이 많다”고 전했다.

 

5. 미투 법안 9건이 통과됐다

ⓒ뉴스1

한국일보에 따르면, 지난 1년간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은 미투 관련 대책 법안은 9개다. 지난 1년간 비슷한 내용의 법안이 중복 발의됐기 때문에 실효성 있는 법안 숫자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해도 많이 적은 실적이긴 하다.

데이트폭력 등 피해자에 대한 정부 지원 근거를 담은 여성폭력방지기본법 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긴 했으나, ‘성평등‘이 ‘양성평등‘으로 수정되는 등 원안에서 후퇴했다는 평가도 이어지고 있다. 폭행이나 협박이 없어도 상대방 의사에 반하는 성관계를 처벌하는 ‘비동의 간음죄’와 성폭력 고발자를 공격하는 수단이 됐던 ‘사실적시 명예훼손죄’ 폐지 법안도 아직 계류 중이다.

국회 보좌진들은 ‘미투’ 법안 처리가 부진한 이유에 대해 KBS와의 인터뷰에서 ”(의원들이) ‘미투’라는 이슈를 홍보용으로 쓰는 경우가 많았다”며 50대 이상 남성이 72%에 달하는 법사위 구성으로 인한 탓도 크다고 전했다.

국회 보좌진 A씨는 ”성인지 감수성이 낮은 구성원들에 의해 법안들이 주로 평가받다 보니, 그냥 미뤄버리고 사장시킨다”며 ”‘여성 문제‘가 아닌 ‘사회 문제’인데, 그저 여가위의 일, 여성 의원의 일, 여가부의 일로만 치부하며 계속 미뤄두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저작권자 © 허프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관 검색어 클릭하면 연관된 모든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여성 #미투 #미투 운동 #서지현 검사 #미투 1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