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2019년 01월 25일 15시 04분 KST | 업데이트됨 2019년 01월 25일 15시 04분 KST

35년 전 SF 거장이 예측한 2019년의 모습, 현실과 비교했다

조지 오웰 ’1984′의 출간 35주년을 앞두고 35년 후를 상상하는 기고문을 썼다.

아이작 아시모프의 2019년 예측은 조지 오웰의 `1984‘ 출간 35주년을 기념해 이뤄졌다. Isaac Arthur 유튜브 계정 캡처.
huffpost

조지 오웰 `1984′ 35주년 맞아 35년 후를 상상

미래의 과학기술 발전상을 상상해 극적인 이야기로 만들어 보여주는 공상과학소설(SF)에는 다양한 미래 예측이 들어 있다. 그 중엔 뛰어난 통찰력으로 과학발전과 사회정책에 기여한 것들도 있고, 현실과 크게 동떨어진 환상으로 치부된 것들도 있다. 세계 SF 문학계의 거장으로 꼽히는 아이작 아시모프(Isaac Asimov, 1920~1992)가 1942년 `런어라운드‘(Runaround)에서 처음 제시한 `로봇 3원칙’은 오늘날 로봇 개발의 기본원칙으로 인정받고 있다. 반세기에 걸쳐 무려 500편 이상의 작품을 집필한 그는 종종 언론 기고를 통해 수십년 후의 미래상을 예측했다. 그 중엔 2019년의 세상을 그려본 것도 있다.

캐나다의 최대 일간지 `토론토 스타‘가 1984년 새해를 하루 앞둔 1983년 12월31일치 신문에 게재한 그의 기고문에 2019년 예측 내용이 실려 있다. 1984년은 조지 오웰의 음울한 미래소설 `1984’의 배경무대가 된 해이다. 1949년에 나온 이 책의 출간 35주년을 앞두고, 그다음 35년 후를 예상해보자는 것이 기고문의 취지였다. 35년 후는 예측의 영역에 속할까, 아니면 상상의 영역에 가까울까? `토론토 스타’가 2019년을 맞아 다시 웹사이트에 공개한 그의 기고문을 통해 한 세대 전의 기대와 지금의 현실을 비교해보자.

1983년 12월31일치 토론토스타에 실린 아시모프의 기고문.

미-소 간 핵전쟁 일어나지 않는 걸 가정

모바일 컴퓨터 제품과 로봇 홍수 예측

아시모프는 이 에세이에서 35년 후를 말하려면 핵전쟁과 컴퓨터화, 우주 이용 세 가지 부문을 중점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말로 운을 뗐다.

그러나 핵전쟁에 대한 그의 생각은 매우 간단명료했다. “2019년 이전에 미국과 소련 간에 핵전쟁이 일어날 경우, 2019년에 세상이 어떤 모습일지를 말하는 건 아무런 쓸모가 없다.” 살아남을 사람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는 따라서 100% 안전한 가정은 아니지만 핵전쟁이 일어나지 않는 걸 전제로 컴퓨터와 우주의 미래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그는 우선 2019년엔 모바일 컴퓨터 제품이나 로봇이 산업에 넘쳐나고 가정에도 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여기저기서 저항이 있겠지만 컴퓨터의 도도한 행진을 막지는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컴퓨터 기술 없인 살 수 없을 정도로 사회의 복잡성이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의 예측대로 전 세계 공장에는 한 해 수십만 대의 산업용 로봇이 새로 들어서고 있다. 거리를 다니는 사람들의 옷 주머니에는 과거의 슈퍼컴퓨터보다 성능이 좋다는 스마트폰이 들어 있다. 인공지능 스피커 등 초기 형태의 홈 로봇 장치들도 대중화됐다.

학교 교육이 형해화할 것이란 예상은 빗나가

일자리에 대해선 컴퓨터가 일의 방식을 전면적으로 바꿔 전혀 다른 일자리로 대체될 것으로 봤다. 대신 그는 산업혁명 시대를 예로 들어, 기술이 사라지는 일자리보다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낼 것이라는 믿음을 토로했다. 대신 틀에 박힌 사무업무나 조립 공장은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사회가 이에 대처하려면 교육에서 커다란 변화가 필요하며 모든 사람이 컴퓨터 문해력을 갖추고 첨단기술 세상에 적응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교육에 대한 그의 예측은 현실과 많이 벗어나 있다. 예컨대 그는 아이들은 집에 있는 컴퓨터를 통해 모든 것을 배울 수 있으며, 학교는 존재할 것이지만 형해화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하지만 학교 교육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교육의 중심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달 기지, 우주 태양광발전소 등 여전히 먼 미래

그의 상상력은 우주로 눈을 돌리면서 훨씬 더 앞으로 나아갔다. 그는 2019년에 인류는 달에 복귀해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달 자원을 개발하고 이용하는 공장이 달에 지어지고, 여기서 생산되는 건축자재들은 우주 구조물을 짓는 데 쓰일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특히 2019년이 태양 에너지를 모아 지구로 보내는 달 태양광발전소의 원형이 완성되는 해가 될 것으로 예측했다. 그는 이것이 지구 적도에 들어서는 전 인류의 공동자산 가운데 첫 번째 장치가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지구에서는 위험하거나 불가능한 실험을 진행할 수 있는 실험실, 우주에 대한 지식을 극명하게 넓혀줄 수 있는 우주천문대, 그리고 극한기온과 방사선, 무중력, 진공상태 같은 우주만의 특별한 자산을 이용해 지구에서는 만들 수 없는 것들을 만들어내는 우주공장의 출현도 예측의 범주에 넣었다.

눈에 띄는 건 우주를 지구의 산업 폐기물의 유용한 저장소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한 점이다. 우주에는 쓰레기로 고통받는 생명체가 없기 때문이라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이 폐기물은 그러나 지구 인근이 아니라 태양풍을 따라 소행성 벨트 너머 우주의 아주 먼 곳으로 버려질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아마도 2019년에는 우주 정착촌의 그림이 모습을 드러내고, 실제 정착촌이 건설되고 있을 것이라는 게 그의 2019년 상상의 얼개다. 그에게 2019년은 수만 명이 달에 거주하는 다행성 문명시대의 첫 단계였다.

현실은 어떤가? 실제로 미국을 비롯한 러시아, 중국 등 여러 나라가 다시 달 탐사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모두 하나같이 미래 달 기지를 염두에 두고 있다. 달 자원을 개발해 이용하는 것도 포함돼 있다. 그러나 2019년 현재 누구도 이에 대한 구체적인 로드맵을 가진 나라는 없다. 아시모프의 우주 예측에서 들어맞은 건 미국만이 아닌 일정한 규모의 국제적 추진력이 더해지리라는 것 정도라고나 할까?

컴퓨터화와 교육, 우주 개발 예측 정확도가 각기 다른 이유

요약해 보면 그의 2019년 예측은 컴퓨터 기술에선 비교적 정확했으나 교육과 우주 개발에선 너무 앞서갔거나 빗나갔다. 각 부문의 예측에 고려해야 할 변수의 범위가 다른 것이 이런 차이를 부른 것으로 보인다. 컴퓨터 기술의 발전 정도와 그 적용 범위를 예측할 땐 기술 변수의 비중이 매우 높다. 과학기술에 대한 이해도가 높을수록 예측의 정확도도 좋아질 것이다. 그러나 교육의 미래를 예측하려면 기술의 변화만 봐서는 안 된다. 한 사회의 교육 시스템에는 가족과 사회 제도, 사회적 관행과 문화 등 비기술적 요소들의 영향력이 워낙 크다. 우주 개발에선 또 다른 변수가 개입된다. 우주 개발 기술은 거대한 자금과 함께 여러 분야의 과학기술 인력이 대거 투입되는 거대 복합기술이다. 미국이 케네디의 달 착륙 비전 선언 8년 만에 아폴로 11호를 달에 보낼 수 있었던 건 자금과 인력, 기술을 국가적으로 총동원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시보다 사회가 훨씬 더 민주화, 다원화한 지금 국가적 자원을 한곳에 쏟아붓는 식의 총동원 시스템은 불가능하다. 게다가 아시모프가 예측한 우주 기술은 국가 차원을 넘어 국제적인 공동노력과 합의가 뒷받침돼야만 하는 것들이다. 아시모프는 나름 최선의 예측을 했겠으나, 미래 사회는 기술을 비롯한 몇몇 변수에 의해서만 만들어지는 건 아니다. 35년 전에 발표된 아시모프의 2019년 예측은 이를 보여주는 한 사례다.

* 한겨레 신문에 게재된 칼럼입니다.

PRESENTED BY 네스프레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