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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제재? 군사개입? 베네수엘라에 대한 미국의 제한적 옵션

트럼프는 "모든 옵션이 테이블 위에 있다"고 했지만...

  • 허완
  • 입력 2019.01.25 15:14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베네수엘라 사태에 대해 '모든 옵션이 테이블 위에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옵션은 제한적이라는 평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베네수엘라 사태에 대해 "모든 옵션이 테이블 위에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옵션은 제한적이라는 평가다. ⓒWin McNamee via Getty Images

미국이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끌어내리려 하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모든 옵션이 테이블 위에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훨씬 더 복잡하다.

미국은 지난 몇 년 동안의 강경한 레토릭과 제재 확대 이후에도 아직 마두로에게 압박을 가할 수단을 확보하고 있다. 그러나 추가적인 시도들은 이미 비틀거리고 있는 베네수엘라에 큰 타격을 입히지 못할 수 있으며, 베네수엘라산 석유 수입 금지 같은 중대 조치는 미국 경제에 타격을 입힐 수 있다. 가장 극단적인 조치인 직접적 군사 행동은 적어도 현재까지는 검토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다른 국가들은 23일 야권 지도자인 국회의장 후안 과이도를 베네수엘라의 합법 임시 대통령으로 인정하는 매우 이례적인 조치를 취했다. 부정 선거 의혹 속에 치러진 지난해 대선에서 재선에 성공한 마두로는 여전히 군부와 정보기관을 장악하고 있으며, 일부라 하더라도 대중의 지지를 받고 있다. 그는 스스로 물러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24일(현지시각), 미주기구(Organization of American States) 34개 회원국 중 16개국은 긴급 회의를 열어 과이도를 합법 지도자로 인정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비합법적” 마두로 대통령에 반대하고, 베네수엘라의 인도주의 위기를 지원하기 위해 2000만달러를 마련할 것을 회원국들에 촉구했다.

″베네수엘라인들의 친구로서, 우리는 그들을 더 많이 도울 준비가 되어있다. 그들이 자신들의 국가, 그리고 범죄나 다름없을 만큼 무능하고 비합법적인 마두로 정권에 의해 초래된 파괴로부터 경제를 재건하도록 도울 준비가 되어있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대법원 연례 업무 개시 기념식에 참석해 선거관리위원장(오른쪽) 등과 나란히 앉아 있다. 카라카스, 베네수엘라. 2019년 1월24일.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대법원 연례 업무 개시 기념식에 참석해 선거관리위원장(오른쪽) 등과 나란히 앉아 있다. 카라카스, 베네수엘라. 2019년 1월24일. ⓒASSOCIATED PRESS

 

다음 조치에 대한 질문을 받은 미국 정부 관계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전날 언급한 내용과 비슷한 말을 반복했다. 트럼프는 군사 행동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아무것도 검토하고 있지 않지만 모든 옵션이 테이블 위에 있다”고 답했었다.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공화당, 플로리다) 같은 일부 의원들이 주장하고 나선 강력한 조치로는 베네수엘라산 석유에 대한 제재가 꼽힌다. 베네수엘라는 미국으로 수입되는 쿠르드오일의 네 번째로 큰 공급원이다. 제재는 석유 가격을 끌어올릴 수 있으며, 그렇게 되면 멕시코만 연안 5개주에 위치한 정유회사들의 손실이 초래되고, 미국 경제에도 다른 파급 효과를 미치게 된다.

미국 석유화학협회(AFPM) 회장 쳇 톰슨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내는 서한에서 ”베네수엘라 에너지 분야에 재제를 가하면 베네수엘라의 진짜 문제는 해결하지 못하면서 미국 기업들, 노동자들, 소비자들에게 해를 끼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옵션은 베네수엘라를 ‘테러지원국가’로 지정해 광범위한 제재를 단행하고 베네수엘라 정부 당국자들의 미국 입국 또는 미국 내 이동에 엄격한 제한을 가하는 것이다. 트럼프 정부는 이 옵션을 검토했으나 현재는 이를 배제한 상태다. 해당 국가의 정부가 테러리스트 공격을 지원 또는 지시했다는 증거가 있어야 한다는 법적 요건을 베네수엘라가 충족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마두로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반정부 시위에 참석한 시민들이 스스로를 '임시 대통령'으로 선포한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를 향해 상징적인 '취임 선서'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 카라카스, 베네수엘라. 2019년 1월23일.
마두로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반정부 시위에 참석한 시민들이 스스로를 '임시 대통령'으로 선포한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를 향해 상징적인 '취임 선서'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 카라카스, 베네수엘라. 2019년 1월23일. ⓒASSOCIATED PRESS

 

베네수엘라 출신 유권자들이 많이 살고 있는 플로리다 남부 지역을 지역구로 둔 데비 바서만 슐츠 하원의원(민주당)은 마두로 정부로 흘러들어가는 자금 일부를 차단하기 위해 석유 산업에 ‘타깃’ 제재를 단행하는 방안을 선호한다. ”미국 경제에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그런 조치는 우리가 유보해왔다.” 그의 말이다.

바서만 슐츠 의원은 군사적 해법이 베네수엘라의 정치 위기를 해결하는 옵션은 아니라고 본다. ”대통령이 ‘모든 옵션이 테이블 위에 있다’고 말했고 그게 무슨 뜻인지는 알지만 마두로의 평화로운 퇴진이 목표가 되어야 한다고 본다.”

한 익명의 미국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로서 과이도는 마두로 대통령과 그의 측근들이 재산을 나라 밖으로 빼돌리지 못하게 하도록 미국이 계속 도와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고 한다.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은 트럼프 정부가 ”비합법적인 마두로 정권을 자금원들로부터 단절시키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 자금들은 합법적인 과이도 정부로 가야 한다고 그가 24일 백악관에서 말했다.

볼턴 보좌관은 ”이건 매우 복잡한 문제”라며 ”우리는 새 정부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필요한 일들을 밤낮으로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야당이 주도하는 의회의 의장을 맡고 있는 후안 과이도는 반정부 시위 군중들 앞에서 선거가 새로 치러지기 전까지 자신이 임시 대통령을 맡는다고 선언했다. 카라카스, 베네수엘라. 2019년 1월23일.
야당이 주도하는 의회의 의장을 맡고 있는 후안 과이도는 반정부 시위 군중들 앞에서 선거가 새로 치러지기 전까지 자신이 임시 대통령을 맡는다고 선언했다. 카라카스, 베네수엘라. 2019년 1월23일. ⓒASSOCIATED PRESS

 

미국의 대응은 마두로가 어떤 조치를 취할지, 또한 정보기관이 야당 지도자나 지지자들에 폭력적으로 대응할 것인지 여부에 달려 있다고 싱크탱크 아틀란틱카운슬의 라틴아메리카센터 소장 제이슨 마크작은 설명한다.

마크작은 미국이 새 정부를 보호하기 위해 안보 지원을 제공할 수 있다면서도 이 지역 동맹국들 사이에서 미국의 군사적 개입에 대한 지지는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이 상황의 결과에 대해 미국이 일방적으로 영향을 끼치려 하면 역효과를 낳을 것이라고 본다. 마두로가 미국 편을 든다며 반대편 지지자들을 몰아세울 수 있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싱크탱크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의 부소장 모이세스 렌던은 트럼프 정부가 군사적 개입을 검토하고 있다는 어떤 신호도 없다고 말했다. 마두로 대통령은 미국 외교관들에게 베네수엘라를 떠나라고 통보했다. 미국은 과이도를 유일한 합법 정부로 인정한다는 이유로 이를 거부했다. 과이도는 미국 외교관의 잔류를 요청하고 있다. 국무부는 24일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의 미국 대사관의 필수 인력을 뺀 외교관 및 직원들에게 출국을 지시하면서도 대사관은 업무를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렌던은 카라카스의 미국 외교관들이 위험에 처한다면 미국이 행동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되겠지만 그렇지 않는 한 군사적 대응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건 레토릭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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