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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명이 반달곰에게 먹힌' 일본 지역의 반달곰 미스터리

겁 많은 반달곰이 사람을 죽였다?

  • 박세회
  • 입력 2019.01.25 12:24
  • 수정 2019.01.25 14:23
사진은 자료사진입니다. 
사진은 자료사진입니다.  ⓒThierry Falise via Getty Images

도요게이자이 온라인에 따르면 일본 아키타현의 가쓰노(鹿角)시 ‘쿠마토리타이’(熊取平)라 불리는 지역 일대는 지금도 반달곰 경계태세를 갖추고 있다.

3년 전 초여름, 2016년 5월부터 6월 사이 반달곰의 습격으로 이 지역에서만 4명이 목숨을 잃었기 때문이다.

이 사건이 충격적이었던 이유는 겁이 많다고 알려진 반달곰의 습성 때문이다. 마을의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쿠마토리’는 ‘곰 잡기’라는 뜻이다) 지역 주민에게 반달곰은 매우 익숙한 존재다. 나무 열매를 먹고 사람을 피한다.

당시 이 사건은 한국에도 보도된 바 있다. 버섯을 따러 숲에 들어갔다는 여성의 시신이 발견된 것을 필두로 3주 사이 남녀 4명의 시신이 발견되어 충격을 안겨준 바 있다. 그러나 이후 현지 조사에서 드러난 몇몇 사실들은 당시 보도와 다르다.

그 첫째는 이 반달곰이 사람을 먹었다는 사실이다. 도요게이자이가 정리한 것을 보면 네 명의 희생자들은 모두 옆구리의 살점이 떨어져 나가거나 내장이 사라지는 등 짐승에게 인육을 먹힌 흔적이 있었다.

전문가들은 이 곰의 무게가 100kg이 넘어가리라 추측했으며 이 반달곰에게‘슈퍼 K’라는 별명을 붙였다.

또 다른 공통점이 발견되기도 했다. 당시 국내 보도로는 희생자들이 버섯을 따기 위해 숲에 들어간 것으로 되어 있었지만, 이후 이들이 죽순을 따기 위해  숲에 들어간 사실이 밝혀졌다. 

이 지역에는 초여름에 대나무의 일종인 섬대의 죽순 ‘네마가리다케’가 많이 나는데, 1킬로에 350엔(3500원) 정도에 거래된다고 한다. 하루에 1만엔(10만원) 이상을 버는 업자도 있을 만큼 수요가 많은 시장. 사건이 일어난 2016년은 죽순 흉작으로 가격이 더 높게 올라 있었다. 

‘슈퍼 K’가 화제가 된 것은 최근 후지티비의 한 보도 프로그램(1월 26일 방송)에서 그 진상을 파헤쳤기 때문이다. 이 프로그램에서 40년 반달곰 연구 경력의 마이타 가즈히코(米田一彦) 일본반달가슴곰연구소 이사장은 ‘네마가리다케는 곰이 아주 좋아하는 먹이이기도 한데다, 그해는 흉작이라 가뜩이나 적은데 인간들에게 자꾸 빼앗겼기 때문일 수 있다’는 취지를 밝혔다. 

꼭 죽순 때문으로 단정할 수는 없지만, 개체 수가 증가한 반면 좋아하는 먹이가 흉작인 특수한 상황이 반달곰의 살육 충동을 부채질했을 가능성은 충분하다.

도호쿠 지방의 한 생태연구원은 2016년 반달곰이 자꾸 도심에 출몰하자 2015년 너도밤나무의 풍작 때문이라는 해석을 내리기도 했다. 너도밤나무가 도호쿠 지방에서 풍작을 이루자 가을에 이를 잔뜩 먹어 영양 상태가 좋아진 어미 곰이 2016년에 새끼를 많이 낳았다는 것이다.

거느린 새끼가 많은 상태에서 자신들이 좋아하는 먹이를 캐가는 인간이 곱게 보일 리는 없었을 것이다. 

그해 곰 사냥꾼들의 추적으로 70kg의 암컷 한 마리가 사살당했으나 그 곰이 ‘슈퍼 K’일 거라는 보장은 없다. 또 4명의 희생자를 죽인 곰이 꼭 한 마리라는 보장도 없다. 다만 그 후 3년 동안 같은 지역에서 또 다른 희생자가 나오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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