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미국 정부가 베네수엘라 야당 지도자 후안 과이도를 합법적인 임시 대통령으로 인정했다

'차베스 후계자' 마두로 대통령은 점점 궁지에 몰리게 됐다.

  • 허완
  • 입력 2019.01.24 15:06
  • 수정 2019.01.24 15:20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가 열린 가운데 연설에 나선 국회의장 후안 과이도가 자신이 '대통령 직무대행'이라고 선언했다. 이날은 1958년 베네수엘라 군부 정권 붕괴 기념일이었다. 카라카스, 베네수엘라.  2019년 1월23일.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가 열린 가운데 연설에 나선 국회의장 후안 과이도가 자신이 '대통령 직무대행'이라고 선언했다. 이날은 1958년 베네수엘라 군부 정권 붕괴 기념일이었다. 카라카스, 베네수엘라.  2019년 1월23일. ⓒFEDERICO PARRA via Getty Images

베네수엘라에서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23일 벌어진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야당 지도자 후안 과이도를 베네수엘라의 임시 대통령으로 공식 인정한다고 밝혔다.

“오늘 나는 후안 과이도 베네수엘라 국회의장을 임시 대통령으로 공식 인정한다. 베네수엘라 국민들이 선거로 뽑은 유일하게 적법한 기관인 국회가 헌법을 근거로 니콜라스 마두로의 불법성을 선언했기 때문에 현재 베네수엘라 대통령직은 공석이다.” 트럼프의 성명이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 : 오늘 @POTUS 는 미국이 후안 과이도를 베네수엘라 임시 대통령으로 인정한다고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JGuaido 와 베네수엘라인들에게: 미국은 당신 편이며 우리는 #Libertad 가 회복될 때까지 늘 함께 할 것이다!

 

트럼프의 발표는 과이도가 자신이 베네수엘라의 임시 대통령이라고 선언한지 몇 분 만에 나왔다. 한편 베네수엘라의 수도 카라카스에서는 마두로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 마두로 지지 시위가 동시에 벌어졌다. 

#23Ene 지금 카라카스 차카오의 프란시스코 데 미란다 대로다. @jguaido 를 지지하는 시민들이 거리로 돌아오고 있다.

 

과이도의 선언과 미국의 지지는 마두로 반대 세력이 그를 끌어내릴 만한 충분한 모멘텀이 확보됐다고 믿을 만한 분명한 신호다.

“이것은 마두로 정권에 보내는 중요한 메시지다. 베네수엘라의 헌법과 사법 질서에 따른 평화로운 민주화를 정권이 받아들일 기회다.” 트럼프 정부의 한 고위 인사가 23일 기자들과의 컨퍼런스 콜에서 한 발언이다.

“마두로가 폭력으로 응답하기를 선택한다면, 미국은 모든 선택지를 고려할 것이다. 미국의 외교력과 경제력을 최대한 사용해 베네수엘라의 정당한 임시 대통령을 지원할 것이다.”

미국은 마음에 들지 않는 라틴 아메리카 정부를 전복한 수많은 전적을 가지고 있다. 백악관은 성명을 통해 미국은 다른 서방 국가들도 과이도를 지지할 것을 촉구할 것이라 밝혔다. 

브라질의 신임 우파 대통령 자이르 보우소나루는 브라질이 과이도를 베네수엘라의 임시 지도자로 인정할 것이라는 트윗을 올렸다. 글로벌 어페어스 캐나다에 따르면 캐나다도 과이도를 인정할 것으로 보인다. 칠레, 콜롬비아, 페루, 파라과이 역시 과이도를 인정했다. 보도들에 따르면 멕시코는 계속해서 마두로를 베네수엘라의 합법적 지도자로 간주할 것이라고 밝혔다.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대규모 시위가 열렸다. 카라카스, 베네수엘라. 2019년 1월23일.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대규모 시위가 열렸다. 카라카스, 베네수엘라. 2019년 1월23일. ⓒAnadolu Agency via Getty Images

 

사회주의자였던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이 직접 고른 후계자였던 마두로는 2018년 5월 대선 승리 선언 이후 국내외에서 광범위한 반대에 휩싸여왔다. 그의 선거 승리는 국내 반대파들에 의해 부정됐고, 유엔과 미주 기구(Organization of American States), EU, 미국 등도 그의 승리가 불법 선거에 따른 것이라고 보고 있다다.

미국은 2017년 트럼프 취임 이래 마두로에 대한 압박을 꾸준히 강화해갔다.

미국은 베네수엘라 대선이 ‘민주주의에 대한 모독’이라며 마두로 정권에 대해 제재를 실시했다. 주로 무슬림 국가를 대상으로 하는 트럼프 정부의 2017년 세 번째 입국 금지 조치 개정안에는 베네수엘라 공직자 일부의 미국 입국을 금지하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었다. 트럼프는 2017년 8월에 국가안보고문들에게 왜 미국이 베네수엘라를 침공하여 마두로를 축출하면 안 되느냐고 여러 번 물었다고 AP는 보도했다. 존 볼턴 국가 안보 고문은 11월 연설에서 베네수엘라가 새로운 ‘악의 축’ 중 하나라고 선언했다.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 퇴진 촉구 대규모 시위에 참석한 시민들이 국회의장 후안 과이도가 스스로를 대통령 직무대행이라고 선언하자 손을 들어 지지를 보내고 있다. 카라카스, 베네수엘라. 2019년 1월23일.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 퇴진 촉구 대규모 시위에 참석한 시민들이 국회의장 후안 과이도가 스스로를 대통령 직무대행이라고 선언하자 손을 들어 지지를 보내고 있다. 카라카스, 베네수엘라. 2019년 1월23일. ⓒFEDERICO PARRA via Getty Images

 

그러나 미국이 과이도에 대한 공식 지지를 선언한 것은 마두로에 대한 가장 공격적인 행보다. 이는 1월10일 취임한 마두로의 퇴임을 강력히 요구해온 야당에게 힘을 실어줄 수 있다.

베네수엘라의 야당 운동은 이번 달에 마두로가 ‘지위 강탈자’라고 선언했으며 마두로 축출 시도를 해왔다. 마두로는 권력을 이용해 시위 지도자들을 투옥 또는 망명시켰고, 국회를 방해하고 자기 뜻대로 선거를 조작하는 입법 기관을 새로 만들었다. 과이도는 지난 주에 잠시 구금되었고, 베네수엘라 군부는 아직 마두로를 지지한다. 군부는 방위군 병사들이 이번 주에 일으킨 소규모 반란을 제압하였으며, 마두로 지지를 포기할 계획이 없다고 23일 오전에 밝혔다.

트럼프가 과이도 지지를 선언하자 마두로는 베네수엘라와 미국의 외교 관계를 단절한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 외교관들에게 사흘 안에 베네수엘라를 떠나라고 통보했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미로플라레스 대통령궁 앞 광장에 모인 지지자들에게 연설을 하고 있다. 카라카스, 베네수엘라. 2019년 1월23일.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미로플라레스 대통령궁 앞 광장에 모인 지지자들에게 연설을 하고 있다. 카라카스, 베네수엘라. 2019년 1월23일. ⓒLUIS ROBAYO via Getty Images

 

2014년 국제 유가 하락 이후 베네수엘라의 경제는 수 년째 위기에 빠져있다. 정부가 주요 수출 품목이던 원유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었음이 드러났다. 상상을 초월하는 하이퍼인플레이션이 지속되고 있으며, 의약품 등 기본적 필수품의 수입이 점점 더 어려워지면서 인도주의적 위기에 빠져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최소 300만 명의 난민과 이민자들이 베네수엘라를 떠났고, 대부분은 라틴 아메리카와 카리브해 국가들에 정착했다.

경제 위기와 심해지는 마두로의 독재 때문에 시위가 광범위하게 일어났고, 당국의 가혹한 진압으로 수십 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뿐만 아니라 베네수엘라 정부는 반체제 인사들을 자택에서 체포해 구타와 고문을 가했다고 인권 단체들은 말한다.

트럼프의 공식 선언이 있기 하루 전,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과이도와 야당 운동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다.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공화당-플로리다) 역시 마두로 축출을 촉구했다.

“마두로 정권은 테러리즘을 지원하며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된다.” @marcorubio 가 @WhiteHouse 웨스트 윙 밖에서 기자들에게 밝혔다.

 

그러자 델시 로드리게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맹비난하며 미국 펜스 부통령이 “공개적으로 쿠데타를 촉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양키 고 홈.” 그가 기자회견 도중 한 말이다.

'유일한 대통령' - 미라플로레스 광장에 모인 친정부 시위대가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의 얼굴이 그려진 피켓을 들고 있다. 카라카스, 베네수엘라. 2019년 1월23일.
'유일한 대통령' - 미라플로레스 광장에 모인 친정부 시위대가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의 얼굴이 그려진 피켓을 들고 있다. 카라카스, 베네수엘라. 2019년 1월23일. ⓒLUIS ROBAYO via Getty Images

 

미국 초선 하원의원 로 칸나(민주당-캘리포니아)는 트럼프가 필리핀, 러시아, 사우디아라비아 등 다른 독재 정권에 대해서는 베네수엘라에게 하듯 공격적 자세를 취하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그는 트럼프의 베네수엘라 야당 인정에 관해 처음으로 언급한 진보적 국회의원 중 하나다.

“미국은 민주주의가 없다는 이유로 베네수엘라에 제재를 가하지만 사우디아라비아는 제재하지 않는다? 위선이다. 마두로의 정책은 나쁘고 베네수엘라인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지만 제재로 어려움을 증폭시키거나 정권 교체를 강요하면 상황이 나빠지기만 할 것이다.” 칸나가 23일에 쓴 트윗이다.

분명히 말해두겠다. 미국은 민주주의가 없다는 이유로 베네수엘라에 제재를 가하지만 사우디 아라비아는 제재하지 않는다? 위선이다. 마두로의 정책은 나쁘고 베네수엘라인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지만 제재로 어려움을 증폭시키거나 정권 교체를 강요하면 상황이 나빠지기만 할 것이다.

컨퍼런스 콜 도중 이처럼 미국의 다른 대응들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트럼프 정부 고위 관계자는 미국은 서반구의 민주주의를 지지할 의무가 있다고만 답했다.

또한 미국이 ”어떤 식으로든” 축출할 방법을 찾을 것이라고 마두로에게 경고했다.

“그들이 폭력의 길을 선택하고 헌법 질서와 민주주의를 강탈하려 한다면, 분명히 말해두는데 우리에겐 다양한 선택지가 있다. 모든 가능성을 진지하게 고려할 것이다. 마두로와 그의 친구들이 만약 그런 길을 간다면 그들에겐 가까운 미래라는 게 없어질 것이다. 그들은 살 곳도 없어질 것이다. 그러니 어떤 식으로든 그들의 앞날은 얼마 남지 않게 될 것이다.”

 

* 허프포스트US의 Trump Recognizes Venezuelan Opposition Leader Juan Guaido As Interim President를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

저작권자 © 허프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관 검색어 클릭하면 연관된 모든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베네수엘라 #니콜라스 마두로 #후안 과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