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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민 노인 모욕한 미국의 십대 "미안하다고 말하진 못하겠다"

지난 19일에 있었던 워싱턴 DC의 링컨기념과 앞에서의 대치 현장이다

미국 원주민 시위대를 조롱하는 듯한 영상으로 자국 내에서 거대한 분노를 촉발하고 심지어 미국 교육의 현주소를 되짚어 보게 한 고등학생 ‘닉 샌드먼’이 ”미안하다고는 말하지 못하겠다”고 밝혔다.

일단 지난 19일 워싱턴 DC의 링컨기념관 인근의 광장에서 벌어진 대치의 현장을 찍은 위 영상에 관해 설명할 필요가 있다.

영상에는 대치 중인 두 부류의 시위대가 등장한다. 하나는 전통 가락으로 노래를 부르고 있는 원주민 시위대다. 이들은 18, 19일 양일에 걸쳐 미국 원주민의 권리를 주장하기 위해 미국의 입법자들이 모인 수도 워싱턴 DC를 찾았다.

이 원주민 시위대의 주변을 둘러싼 아이들은 ‘코빙턴 가톨릭 고등학교’의 학생들로 이날 영상을 보면 원주민 시위대의 가락을 따라부르며 조롱하고 있다.

이날 현장에서 아이들이 ”장벽을 세워라”, “2020년에도 트럼프” 등의 구호를 외쳤다는 보도도 있다.

영상을 보면 이 십대들 중 다수는 트럼프의 슬로건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라고 쓰인 모자를 쓰고 있다.

미국 원주민 시위대의 선봉에 선 사람은 오마하 부족 ‘네이선 필립스’로 알려졌다.

베트남전 참전 용사이기도 그는 이날 서너 명의 시위대와 함께 수십 명의 십대들에게 둘러싸였다.

개중에 필립스에 매우 가까이 서서 이상한 미소를 띠고 흔들리지 않는 눈빛으로 쳐다보는 학생이 바로 ‘닉 샌드먼’이다.

필립스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당시 이름조차 몰랐던 이 학생으로부터 위협을 느꼈다고 밝혔다.

이 사건으로 미국 전역에서 분노가 일었다. 샌드먼은 살해 위협과 퇴학 요구를 받았다고 20일에 밝혔다. 이 일이 있고 샌드먼이 드디어 텔레비전 인터뷰에 나서 입을 열었다. NBC의 투데이쇼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닉 샌드먼이 한 말을 적으면 아래와 같다.

인터뷰어 : 누군가에게 사과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닉 샌드먼 : ”난 거기 서 있었고 내겐 그럴 권리가 있었다. 난 필립스 씨에게 무례하게 굴지 안았다는 입장이다. 나는 그를 존중한다. 그와 대화를 나누고 싶지만, 그가 노래하는 걸 들으며 거기에 서 있었다는 것만으로 미안하다고는 못 하겠다.”

19일 분노를 촉발한 대치의 현장 주변에서 좀 더 복잡한 사건이 벌어지긴 했다. 당시 이 두 시위대 주변에는 히브루 이스라엘인이라고 주장하는 또 다른 시위대가 있었다. 흑인 시위대가 백인 학생들을 위협하고 다수인 백인 학생들 역시 격하게 반응하며 갈등이 촉발되자 원주민 시위대와 필립스가 나서 이들을 진정시키려 했다는 해석이 다수다.

이 사건이 있고 난 뒤 닉 샌드먼은 홍보대행사를 고용해 3페이지 분량의 ‘성명서’를 내고 자신의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해당 성명서에서 샌드먼은 ″난 일부러 그런 표정을 지은 게 아니다”라며 ”어떤 시점에서 잠시 웃기도 하는데, 그건 상대방에게 내가 화가 나지 않았고, 위협받는다고 느끼지 않았고, 더 큰 대립으로 치닫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리기 위해서였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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