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2019년 01월 23일 17시 21분 KST | 업데이트됨 2019년 01월 23일 17시 28분 KST

EU가 영국에게 : 노딜 브렉시트는 아일랜드 하드보더 부활을 뜻한다

EU가 이런 원칙을 재확인했다.

ASSOCIATED PRESS

영국이 아무런 합의 없이 유럽연합(EU)을 떠나면 북아일랜드-아일랜드 사이에 물리적 국경이 부활하게 될 것이라고 EU가 밝혔다. 노딜(no deal) 브렉시트가 벌어지면 통관 등을 위해 어쩔 수 없이 국경을 통제해야 한다는 원칙을 재확인한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의 수석 대변인 마르가리티스 쉬나스는 22일(현지시각) 노딜 브렉시트가 아일랜드 국경에 끼칠 영향은 ”꽤 명백하다”고 말했다.

″노딜 브렉시트 시나리오에서 아일랜드에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이냐고 계속 묻는다면, (대답은) 꽤 명백하다고 생각한다. 하드 보더가 생길 것이다.”

그는 하드 보더가 부활하면 ‘굿프라이데이 협정’으로 매듭 지어진 북아일랜드 내부의 갈등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이는 어쩔 수 없는 결과라고 설명했다.

″물론 우리는 평화를 바란다. 물론 우리는 굿프라이데이 협정을 지지한다. 그러나 (하드 보더 부활은) 노딜 브렉시트 시나리오에 수반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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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랜드 국경 문제는 EU와 영국의 브렉시트 합의안 진전을 가로막는 최대 장애물로 작용해왔다. 양측은 진통 끝에 하드 보더 부활을 막기 위한 안전장치인 백스톱(backstop)을 합의안에 넣었다. 

합의안에 따르면, 영국이 3월29일 EU를 공식 탈퇴하더라도 양측이 전환기간(2020년 12월)까지 무역 등에 관한 협상을 벌이는 동안 영국은 EU 단일시장·관세동맹에 잔류한다.

만약 이 협상이 타결되지 않은 채 전환기간이 종료되면 관세 부과 등을 위한 국경 통제(하드 보더 부활)가 필요해진다. 이 때 등장하는 게 바로 백스톱 조항이다. 협상 타결 전까지 영국 전체를 관세동맹에 잔류시키고, 북아일랜드는 단일시장에도 일정 부분 남기는 것. 국경 통제 필요성을 원천 차단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이같은 내용이 담긴 합의안은 영국 하원에서 압도적으로 부결됐다. 백스톱 조항에 대한 반대가 크게 작용한 결과다.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는 EU로부터 양보를 받아내겠다는 입장이지만 EU는 ‘재협상 불가’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영국 의회가 끝내 합의안을 통과시키지 않아 노딜 브렉시트가 벌어지면 원칙상 영국은 전환기간 없이 곧바로 EU 단일시장·관세동맹에서도 탈퇴하게 된다. 북아일랜드(영국)-아일랜드(EU) 국경을 오가는 제품에 대해 곧바로 통관, 검역 등의 절차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이날 EU 집행위 대변인의 발언은 이같은 기본 원칙을 재차 확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타협은 없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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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국경을 마주하고 있는 당사자인 아일랜드 정부는 잠시 뒤 미묘하게 엇갈리는 입장을 냈다. 하드 보더 부활은 어떤 경우에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

아일랜드 정부는 그동안 백스톱 조항을 위해 EU 협상단을 상대로 물밑에서 치열하게 ‘로비’를 벌이면서도 사안의 민감성 등을 고려해 공개적인 언급을 자제해왔다.

리오 버라드커 아일랜드 총리는 노딜 브렉시트가 벌어지더라도 하드 보더 부활을 피하기 위해 아일랜드가 영국과 별도의 양자 합의를 맺어야 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영국과 아일랜드 모두에게는 굿프라이데이 협정을 준수하고, 평화 프로세스를 보호하며, 아일랜드 및 북아일랜드인들에게 했던 약속, 즉 하드 보더는 없을 것이라는 약속을 지켜야 할 의무가 있다.”

″관세와 규제에 대한 완전한 일치를 통해 하드 보더를 피하는 합의안을 (영국과) 협상해야만 할 것이다.”

아일랜드 외무장관 사이먼 코베니도 노딜 브렉시트에 대한 정부의 대응책에 하드 보더에 관한 내용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아일랜드 정부는 국경 (통제)시설을 이 섬에 재도입하는 것을 지지하지 않을 것이다. 노딜 브렉시트 (대비) 계획에서도 우리는 이를 준비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분명, (영국-EU) 합의안이 없다면, 하드보더 부활을 막기는 매우, 매우 어려울 것이며 우리는 EU 집행위, 이 섬의 관계에 대한 책임이 있는 영국 정부와 매우, 매우 긴밀하게 협력해야 할 것이다.”

그는 쉬나스 EU 집행위 대변인의 발언은 ”집행위가 EU 단일시장과 관세동맹의 통일성을 보호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는 사실을 반영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럼에도 일부 EU 외교 관계자들은 아일랜드 정부의 입장에 놀라움을 표했다고 FT는 전했다. EU 단일시장의 국경을 보호하기 위해 아일랜드가 국경을 통제하는 것 말고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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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쉬나르 대변인은 최근 며칠 간 노딜 브렉시트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고 말했다. 합의안 부결 이후 메이 총리가 제시한 ‘플랜 B’를 염두에 둔 발언으로 보인다.

메이 총리가 내놓은 대안은 압도적으로 부결됐던 기존 합의안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점 때문에 혹평을 받았다. 의회 통과 가능성도 여전히 낮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현재 단계에서 브뤼셀(EU)에서 새롭게 할 말은 없다. 런던(영국)에서 새로 나온 게 없기 때문이다.” 쉬나르 대변인이 말했다.

 ”우리는 영국 의회에서 진행되는 논의 과정을 계속해서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다. 우리는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영국이 의사를 분명하게 정리해줄 것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