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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패스트푸드는 중국인의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쳤나

현재 중국의 최대 패스트푸드 브랜드는 KFC다.

  • 이원열
  • 입력 2019.01.23 14:52
  • 수정 2019.01.23 15:18
ⓒZhang Peng via Getty Images

 

KFC가 중국 수도 베이징에 처음으로 매장을 연 것은 1987년이었다. 베이징 사람들은 미국의 맛을 보기 위해 구름처럼 몰려들었다. 마오쩌둥 시대의 제한이 얼마 지나지 않은 때라 외국 브랜드란 아직 신기함의 대상이었다. 해외 패스트푸드 레스토랑들은 품질과 현대성을 상징했다. 번쩍이는 3층짜리 KFC 베이징점은 세계 최대 규모로, 500명까지 수용할 수 있다.

당시 KFC에서의 식사는 대부분의 중국인들에게 럭셔리로 받아들여졌고 ‘파인 다이닝’이라고도 불렸다. 당시 중국의 평균 월 소득은 약 100위안(현재 미화 15달러에 해당)이었다. 버거가 6위안, 프라이드 치킨 세트가 2.5위안이라, 주로 특별한 날에만 가는 식당이었다.

현재 중국의 최대 패스트푸드 브랜드는 KFC다. 매장이 전국에 5천 곳이 넘는다. 지난 30년 동안 타코벨, 맥도날드, 피자헛 등도 중국에 진출했다.

확장 규모가 엄청났다. 중국의 패스트푸드 산업의 연간 수입은 1250억 달러에 달한다. 맥도날드 매장은 2,500곳 정도며, 거의 매일 새로운 지점이 열린다. 매장 2,000개를 거느린 프라이드 치킨 브랜드 디코스(Dicos) 등 중국 기업들도 경쟁에 뛰어들었다.

중국인들의 패스트푸드 사랑에는 대가가 따른다. 의학계에서는 당뇨병 및 비전염성 질병의 빠른 증가가 식단 변화와 관계가 있다고 본다. 젊은 세대들이 보다 건강한 식단을 선택하고 더 나은 선택지를 요구하기 시작하며, 패스트푸드의 인기 상승세는 누그러드는 것으로 보인다.

10월에 홍콩 대학교의 건강한 고밀도 도시 실험실(Healthy High Density Cities Lab)이 옥스포드 대학교와 손잡고 발표한 논문에 의하면 패스트푸드 매장 근처에 사는 사람들은 2형 당뇨병 발병률이 더 높았다.

“우리는 패스트푸드가 건강에 좋지 않고 칼로리 섭취를 늘린다는 걸 알고 있다. 지방과 염분이 지나치게 많은 음식을 먹는 다른 국가들을 통해 패스트푸드가 비만과 고혈압과 연관이 있다는 걸 알고 있다.” 노스 캐롤라이나 대학교의 세계 영양학 교수 배리 팝킨의 말이다. 팝킨은 오래 전부터 계속되어 온 중국 건강 및 영양 설문조사를 담당하며 중국 정부와 함께 공중 보건과 영양 관련 작업을 해왔다.

 

중국 남부 선전(深圳)
중국 남부 선전(深圳) ⓒLiu Liqun via Getty Images

코카콜라가 감세와 탄산음료 세금 등의 규제 회피를 꾀하며 베이징 보건 관리들에게 로비한 것이 밝혀져 맹비난을 받는 가운데, 정크 푸드 기업들이 중국에 미치는 영향이 이번 달 들어 주목받고 있다.

“중국이 워낙 크다보니 대부분의 서방 [패스트푸드] 브랜드들은 중국에 자리잡고 싶어한다고 생각한다. 여러 CEO들이 공개적으로 이를 밝히며 중국이 기업의 성과에 아주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세계화 프로젝트의 일부였으며, 비교적 빠른 속도로 진행되었다.” 공공 정책 단체 브라이터 그린의 미아 맥도날드의 말이다.

빠른 도시화와 패스트푸드 매장 증가 및 접근성 강화로 인해 중국인들의 식단에 변화가 생겼다고 영양학 전문가들은 말한다. “서구 브랜드이며 아주 깨끗하고 현대적이라는 이미지가 매력이다. 시골 같은 삶을 살던 과거에는 접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브라이터 그린의 ‘만성 질환, 식단 변화, 지속 가능성’ 보고서를 함께 작성한 컨설턴트 주디 뱅크먼의 말이다.

그러나 소금, 설탕, 가공육 비중이 높은 식단은 중국 전역의 만성 질환 증가와 관계가 있다고 팝킨은 말한다. 세계적 전문가인 팝킨은 ‘영양 전이’(nutrition transition)이라는 용어를 만든 것으로 가장 유명한데, 개발도상국이 곡물과 섬유가 많은 전통 식단에서 설탕, 지방, 동물성 제품이 많은 서구식 식단으로 바뀌는 현상을 가리킨다. 중국에서도 이런 일이 일어났다.

“아시아 전역에서 일어나고 있지만, 중국의 소득 증가 속도가 가장 빠르고 정부가 소비를 부추기고 있어 중국에서 가장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은 “지방, 나트륨, 설탕 섭취 규제에 진지하게” 나서지 않고 있다.

의학 저널 더 랜싯에 의하면 2014년 이후 중국은 비만인 성인이 가장 많은 국가다(미국이 2위다). 중국 성인의 30%가 과체중, 12%는 비만이라고 중국 보건 감시단체 중국 질병 통제 예방 센터는 밝혔다.

중국의 당뇨병 환자는 1억 명이 넘는다. 12~18세의 중국 청소년은 미국 십대에 비해 당뇨병 발병률이 4배 정도 높다. 중국의 위험 요인은 도시화와 경제 개발 속도(도시에서는 건강에 좋지 않은 음식을 접하기가 더 쉬워진다)인데, 이는 당뇨병과 관계가 있다. 유전학 연구에 따르면 중국인의 유전적 요인도 백인에 비해 당뇨병 발병 위험을 늘린다는 주장이 있다.

팝킨은 질병 예방과 치료에 시급히 착수하지 않는다면 중국은 위기를 맞을 수 있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2017년의 짠 간식 소비는 2005년에 비해 2.5배 증가했다고 노스 캐롤라이나 대학교 연구는 밝혔다.

“성인 사망률이 높아지기 시작할 것이며, 전염병과 영양실조 감소로 인한 사망률 하락을 상쇄할 것이다. [중국인들은] 사망률과 장애가 증가할 것이 예측되는 지점으로 서서히 향해가고 있다. … 보건 전문가들이 이야기하고 있으나 정부는 손을 놓고 있는 심각한 이슈다.” 팝킨의 말이다.

그러나 중국 소비자들이 정크 푸드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조짐도 보인다. 중국 패스트푸드 산업은 2019년에 단 2% 성장할 것으로 예측되는데, 이는 2016년 이후 최저치라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상하이와 베이징의 부유한 지역들에서는 유기농 카페와 파머스 마켓이 패셔너블한 몰에 속속 생겨나고 있다.

영양 건강을 알리는 베이징의 단체 굿 푸드 헌트의 프로젝트 최고 책임자 세실리아 조우는 건강한 음식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다고 말한다.

식단 악화로 인해 중국인들의 건강이 나빠졌지만, 조우 등의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다른 식품에 대한 수요가 생겼다. “그들은 환경과 식품 윤리에 대해 더 신경을 쓴다. 그래서 젊은 세대 사이에서 비건과 채식주의 라이프스타일이 인기를 얻고 있다.” 조우의 말이다.

 

 *허프포스트US의 How America’s Junk Food Problem Made Its Way To China를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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