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국-멕시코 국경 장벽 건설 예산 배정에 대한 대가로 일부 이민자들에 대한 일시적 보호를 제공하는 안을 제시했다. 일부 언론들은 긍정적으로 보도했고, 이 제안이 ‘타협안’이며 트럼프가 ‘중도로 이동’했다는 견해도 있었다.

그러나 21일 공화당 상원의원들이 이번 주에 표결에 부치겠다며 발표한 법안을 자세히 살펴보면 타협안이라기보다는 스티븐 밀러 백악관 고문 등 반(反)이민 강경파의 희망사항 목록에 더 가깝다.

트럼프는 오바마 때 만들어진 불법체류 청년 추방유예 프로그램(DACA; Deferred Action for Childhood Arrivals program)의 3년 연장을 제안했다. DACA는 미성년자일 때 부모를 따라 미국에 불법 입국한 이민자 수십만 명의 출국을 막는 프로그램이다. 또한 트럼프는 미국에서 임시 보호 지위 프로그램 하에 거주하고 있는 엘 살바도르, 아이티, 니카라과, 온두라스 출신의 30만 명에게도 3년 연장을 제공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트럼프가 이같은 내용을 19일 발표하기도 전에 제안을 거부했다. 트럼프의 제안이 턱도 없이 부족한 안이며 국경 관련 협상을 시작하기 전에 정부 셧다운부터 중지하라고 맞선 것이다.

트럼프의 제안과 결합된 공화당의 이 법안에는 중미 출신의 어린이와 인신매매 피해자들에 대한 현행 망명법 관련 규정을 없애고, 입국처에 찾아온 미성년자에 대한 망명을 금지하고, 앞으로 임시 보호 지위를 없애고, 이민 구금를 확대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이 모든 조치들 때문에 상원 통과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을 회유하겠다며 낸 제안에 들어있는 독소 조항들을 보면, 우리는 트럼프의 ‘제안’이 협상을 위한 것이 아니라 책임 떠넘기기라고 말할 수 있다. 너무나 뻔하고 예측 가능하며 한심하다.” 이민 관련 시민단체 ‘아메리카스 보이스’의 프랭크 섀리가 22일에 쓴 트윗이다.

이 법안은 고국에서 망명 신청을 하지 않은 경우 부모와 함께 국경에 도착한 미성년자를 포함해 중미 미성년자의 망명을 금지하도록 하고 있다. 매년 망명 신청을 할 수 있는 중미 미성년자 수를 5만 명으로 제한하고, 망명 허용 규모는 1년에 1만5000명으로 묶어두는 내용도 담겼다.

트럼프 정부는 멕시코를 통해 국경을 건너오는 중미 이민자들의 흐름을 끊으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망명 신청자 수를 줄이려고 몇 달 전부터 애써왔다. 그러나 망명을 막으려는 트럼프의 행정명령은 두 연방 법원에서 제지당해, 이번 주의 법안 수정 시도가 뒤따랐다.

“내가 본 중 가장 극단적인 망명 관련 변화가 담긴 법안이다.” ‘이미그레이션 허브’의 디렉터 케리 탤봇이 22일 언론에 밝혔다.

이번에 제안된 공화당 법안에 따르면 망명을 신청하는 미성년자들은 신청서가 불성실하다고 판단될 경우 망명 재신청 영구 금지 등 가혹한 처분을 받게 된다.

이민 활동가들은 온라인에서 우려를 표했으며, 변호사이자 보수 필자인 가브리엘 말러 등 우파 인사들도 수긍했다.

어쨌든 내일 다시 한 번 살펴보겠지만, 민주당은 이 법을 지지해선 안된다. 솔직히 공화당원들도 맥코널(공화당 상원 원내대표)에게 물음표를 날려야 한다.

이 법이 상원에서 통과되려면 최소 60표를 얻어야 한다. 민주당 의원들의 지지를 얻으려는 트럼프의 시도는 타격을 입었다. 22일 대법원이 DACA를 끝내려는 트럼프 정부의 시도를 다시 한 번 가로막은 것이다. 법원의 판결로 미성년자일 때 미국에 입국한 이들(Dreamers)에 대한 보호 조치는 앞으로 최소 몇 달 동안 유지되게 됐다. 트럼프의 DACA 연장 제의를 민주당이 받아들일 이유가 적어진 셈이다.

* 허프포스트US의 Trump’s ‘Compromise’ Immigration Offer To Democrats Includes Major Changes Restricting Asylum Law를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