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2019년 01월 23일 11시 19분 KST

‘구속 갈림길’ 양승태 전 대법원장…기자들 질문 또다시 ‘패싱’

박병대 전 대법관에 대한 구속영장 실질심사도 시작됐다.

한겨레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11일 오전 서울중앙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기에 앞서 서울 서초동 대법원 앞에서 입장을 밝히는 동안 이에 반대하는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법원본부 조합원들이 시위를 벌이고 있다.

헌정 사상 처음으로 전직 대법원장에 대한 구속영장 실질심사가 시작됐다. 구속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 출석한 양 전 대법원장은 입을 굳게 다문 채 이날도 취재진의 포토라인을 가볍게 ‘패싱’했다.

23일 오전 10시30분 서울중앙지법 명재권 영장전담 부장판사 심리로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한 구속영장실질심사가 열린 가운데, 양 전 대법원장은 오전 10시24분께 서울중앙지법 2층 서관 입구에 들어섰다. 양 전 대법원장은 검은색 코트에 회색 넥타이 차림으로 최정숙 변호사와 경호원 등을 대동한 채 모습을 드러냈다. 양 전 대법원장은 “전직 대법원장 최초로 구속심사를 받게 된 심경은 어떤지”, “심사에서 어떻게 다투실 것인지” 등 취재진 질문에 잠시 멈칫하는 듯했으나 한마디도 하지 않은 채 취재진의 마이크를 밀어내고 서둘러 영장실질심사가 열리는 321호 법정으로 향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지난 11일 검찰 소환 조사에서도 취재진 질문에 침묵한 채 포토라인을 지나친 바 있다.

이날 영장심사가 끝나면 양 전 대법원장은 경기도 의왕시에 있는 서울구치소에서 영장심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대기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박병대 전 대법관과 고영한 전 대법관은 각 4~5시간 동안 영장 실질심사를 받은 뒤 결과가 나오기까지 서울구치소에서 9~10시간 동안 대기했다.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이 영장심사를 마치고 서울중앙지검 10층에서 대기한 만큼 전직 대법원장에 대한 예우가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지만, 검찰은 경호 필요성이 있는 현직 대통령과 다르게 전직 사법부 수장의 인치 장소를 달리할 법적 근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영장심사 결과는 24일 새벽께 나올 가능성이 크다.

한겨레
'사법농단 의혹'의 박병대 전 대법관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으러 지난해 12월 6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 들어서고 있다.

이날 같은 시각 서울중앙지법 319호 법정에서는 허경호 영장전담 부장판사 심리로 박병대 전 대법관에 대한 구속영장실질심사가 시작됐다. 박 전 대법관은 양 전 대법원장보다 5분 앞서 오전 10시 20분 법원에 도착했다. 파란색 넥타이에 검은색 양복을 입은 박 전 대법관은 취재진이 “영장 재청구됐는데 추가 혐의 부인하나” 등의 질문을 던졌지만, 박 전 대법관 또한 양 전 대법원장처럼 입을 굳게 다문 채 법정으로 향했다.

박 전 대법관에 대한 영장 실질심사는 이번이 두 번째다. 지난해 12월7일 새벽 법원은 박병대·고영한 두 전 대법관에 대해 “범죄 혐의 중 상당 부분에 관해 피의자의 공모관계 성립에 의문의 여지가 있다”며 영장을 기각한 바 있다. 검찰은 지난 18일 양 전 대법원장,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등과 공모 혐의가 구체적으로 드러난 박 전 대법관에 대해서만 영장을 재청구했다.

이날 법원 인근은 구속영장 발부 혹은 기각을 외치는 시민단체들의 기자회견이 잇달아 열릴 예정이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법원본부는 이날 오전 9시30분 서울중앙지법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구속영장 기각은 법원 조직을 보호하는 처사가 아니다. 영장이 기각되면 제 식구 감싸기와 보은적 처분을 내렸다는 국민의 싸늘한 여론을 맞닥뜨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법원본부는 3253명의 법원 공무원, 1만12명의 국민들이 참여한 ‘구속 촉구’ 서명지를 법원에 의견서로 제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