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브렉시트 찬성파' 다이슨이 영국 본사를 싱가포르로 옮긴다

다이슨은 '미래'를 위해서라고 설명했지만 의원들은 비판을 쏟아냈다.

  • 허완
  • 입력 2019.01.23 11:53
  • 수정 2019.01.23 12:01
영국 전자제품 기업 다이슨의 창업자이자 회장인 제임스 다이슨이 신제품 '에어랩' 출시 이벤트에서 프리젠테이션을 하고 있다. 뉴욕, 미국. 2018년 10월9일.
영국 전자제품 기업 다이슨의 창업자이자 회장인 제임스 다이슨이 신제품 '에어랩' 출시 이벤트에서 프리젠테이션을 하고 있다. 뉴욕, 미국. 2018년 10월9일. ⓒBloomberg via Getty Images

억만장자이자 발명가, 청소기와 헤어드라이어로 유명한 전자제품 기업 다이슨의 창업자, ‘필요하면 그들이 우리한테 올 것이므로’ 영국이 합의 없이 유럽연합(EU)을 탈퇴해버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던 제임스 다이슨 회장이 다이슨의 영국 본사를 싱가포르로 이전한다.

다이슨 CEO 짐 로완은 이 결정이 ”브렉시트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브렉시트와는 관련 없다’

22일(현지시각) 영국 가디언파이낸셜타임스(FT) 보도를 보면, 다이슨은 잉글랜드 남서부 윌트셔(Wiltshire)에 위치한 본사를 ”몇 개월 내로” 싱가포르로 이전할 계획이다. 

로완은 본사 이전 결정이 ”미래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자 회사의 ”발전”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몇 년 동안 매출의 측면에서 아시아에서의 성장 기회가 급증하는 것을 목격해왔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다이슨은 ”하이엔드 청소기, 헤어 드라이어, 공기청정기가 중산층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중국, 한국, 인도를 비롯한 아시아에서 단단한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제임스 다이슨의 장남이자 엔지니어인 제이크 다이슨이 청소기 신제품을 공개하고 있다. 그는 유력한 후계자로 꼽힌다. 파리, 프랑스. 2018년 3월6일.
제임스 다이슨의 장남이자 엔지니어인 제이크 다이슨이 청소기 신제품을 공개하고 있다. 그는 유력한 후계자로 꼽힌다. 파리, 프랑스. 2018년 3월6일. ⓒERIC PIERMONT via Getty Images

 

반면 영국 시장의 중요성은 크게 줄어든 상태다. 다이슨이 한 해에 판매한 제품들 중 고작 4%만이 영국에서 팔렸다는 것. 다이슨은 2003년에 영국 내 생산을 중단했다. 

현재 다이슨은 이미 모든 제품을 아시아에서 생산하고 있으며, 전체 수익의 절반 이상을 아시아에서 내고 있다. 다이슨은 지난해 10월 전기차 생산 공장을 영국이 아닌 싱가포르에 짓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로완은 다이슨이 ”계속해서 영국에 세금을 낼 것”이며, 4500여명이 근무하는 영국 내 연구·개발센터에도 투자를 계속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본사 이전으로 영국 직원들의 일자리가 줄어들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다이슨은 2018년 전년대비 28% 상승한 44억파운드(약 6조43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자와 법인세, 감가상각비를 뺀 이익(EBITDA)은 33%나 늘어난 11억파운드(약 1조6000억원)를 기록해 회사 창립 이래 처음으로 10억파운드를 넘어섰다.

  

브렉시트와 관련 없다고?

그러나 다이슨이 영국을 대표하는 ‘혁신 기업‘이자 ‘영국 최고의 성공 스토리’로 여겨져 왔다는 점에서 본사 이전은 상징적 사건으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로완 CEO는 다이슨이 여전히 영국 최고의 성공 스토리로 언급될 수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다이슨은 이제 ”글로벌 기술 기업”으로 언급되어야 한다고 말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영국 정부 대변인은 ”최첨단 R&D에서부터 혁신적인 제품들에 이르기까지, 다이슨은 영국 전역에 위치한 엔지니어링 시설에 대한 투자를 계속하고 이곳에 인력을 유지함으로써 계속해서 영국에 장기적 미래를 둘 것”이라고 밝혔다. 

제임스 다이슨이 영국 본사를 방문한 당시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에게 제품을 설명하는 모습. 2014년 11월21일.
제임스 다이슨이 영국 본사를 방문한 당시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에게 제품을 설명하는 모습. 2014년 11월21일. ⓒWPA Pool via Getty Images

 

본사 이전 결정이 브렉시트와는 관련 없다는 설명에도 불구하고 여야 의원들은 다이슨을 향해 비판을 쏟아냈다.

자유민주당 라일라 모란 의원은 ”이것은 브렉시트를 지지한 사업가 제임스 다이슨의 충격적인 위선”이라며 ”제임스 다이슨이 무슨 말을 하든 그는 영국을 차버리는 것이다. 이건 ‘브렉시트 영국’이라는 구상에 대한 불신임 투표로 밖에는 볼 수 없다”고 말했다.

노동당 조 스티븐스 의원은 ”브렉시트 찬성파를 이끄는 이들의 부끄러운 줄 모르는 위선에는 끝이 없고, 오늘 우리는 브렉시트의 최대 지지자 중 하나인 제임스 다이슨이 자신의 회사 본사를 영국에서 싱가포르로 옮긴다는 소식을 들었다”고 꼬집었다.

한편 비상장 회사인 다이슨은 제임스경이 모회사를 통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다이슨은 2017년에 1억8500만파운드(약 2700억원)의 세금을 영국에 냈다. 영국과 싱가포르의 법인세는 각각 19%, 17%다.

 

허완 에디터 : wan.heo@huffpost.kr

저작권자 © 허프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관 검색어 클릭하면 연관된 모든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영국 #싱가포르 #브렉시트 #다이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