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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01월 23일 10시 46분 KST | 업데이트됨 2019년 01월 23일 10시 46분 KST

손혜원 투기 논란, 공직자 이해충돌 문제를 보는 여러 시선

사익 추구 행위일까, 문화재 보존을 위한 노력일까

뉴스1
huffpost

손혜원 국회의원의 투기 의혹 논란이 진행 중이다. 투기로 보기 애매한 사실들이 확인되면서, 이해 충돌 문제가 새로운 쟁점이 되었다.

공직자로서 취득한 정보를 이용하거나 영향력을 활용해 자신이 매입한 토지의 가치를 올리는 일은 전형적인 권력 남용이자 사익 추구 행위다. 이번 보도에 많은 이들이 공분을 토로했던 것도 이 때문이다. 특권층의 사익 추구는 사회질서에 대한 불신을 낳고 보통 사람들의 부패도 부채질한다.

권력 남용이나 사익 추구보다는 낙후 지역의 문화재 보존과 도시재생을 위한 노력으로 보고 싶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목포 구시가지에 여러 채의 집을 사 모은 국회의원이 근대 건축물 보존과 역사문화지구 활성화 대책을 요구하는 행위를 사익 추구로 의심할 수는 있지만,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은 공익에 부합하는지에 근거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손 의원의 ‘선의’를 인정하더라도 공사 구분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반론도 있을 수 있다. 공인의 행동을 그 ‘선한 의도’에 근거해 판단하면 공직을 사익 추구 수단으로 삼는 행위를 막기 어렵게 된다거나 “지옥으로 가는 길은 선의로 포장되어 있다”는 경구가 여기에 해당된다. 오랜 경험을 통해, 공익과 사익이 뒤섞이게 되면 사람의 본성상 부패가 일상화된다고 확신하는 이들도 많다.

이에 대해 공익과 사익이 크게 뒤섞여 있으면 문제이지만 드러난 것들로만 보자면 심각한 수준은 아니라거나, 투명한 공론장에서 행해진 주장을 무리한 압력 행사로 보는 것은 지나치며, 부패의 문제 또한 공사가 뒤섞이는 것을 원천봉쇄하기보다는 공개성과 투명성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재반론도 가능할 것이다.

고대인들은 선한 일을 하면서 이익까지 얻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보았다. 좋은 일의 가치를 떨어뜨리고 정신을 부패시킨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공익을 추구하는 사람에게는 존경을 주고, 사익을 추구하는 사람에게는 부를 주되 사회적 지위를 낮춤으로써 공과 사를 분리시키자는 게 동서양 공통의 전통적 입장이었다. 그러나 특권층에게 요구된 이러한 자기 성찰의 규범은 사익 추구에 대한 포장으로 전락하거나 숙적을 공격하는 정쟁의 수단으로 변질된 경우도 적지 않았다.

반면 근대인들은 공공선의 달성이 특권층의 공익 추구만으로는 불가능하며 사회 구성원 다수가 공익 제고 활동에 참여함으로써 가능하다고 믿었다. 이때 다수가 그 활동에 참가하는 동기는 사익일수도, 연민이나 연대감 같은 도덕감정일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근대인들의 경우 사익과 공익을 양자택일이 아니라 상호 보완적인 것으로 보았고, 근대의 번영은 그 신념을 바탕으로 가능했다는 점이다. 공직자가 공익 실현을 위해 동원한 수단에 탈법의 요소가 있다면 심판을 받아야 마땅하지만, 공익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사익 발생의 여지가 있다고 해서 이를 범죄시하는 것은 근대의 정신에는 부합하지 않는 셈이다.

공익과 사익이 조금이라도 섞이는 것을 문제 삼는 풍토에서 공익 제고에 기꺼이 나서기란 쉽지 않다. 공공선의 달성을 위해서는 공익과 사익의 혼재 여부보다는 공익 제고 여부에 초점을 맞추고, 보통 사람들의 사익 추구 행위가 공익 제고로 이어질 통로를 늘리고 격려하는 게 바람직하다. 그러나 공익 제고 자체가 목적인 직업을 가진 사람들에 대해서는 사익 추구에 훨씬 큰 제약을 부과하는 것의 사회적 편익이 높다. 여기에는 법을 만들고 행정부를 견제하는 국회의원은 물론 ‘양질의 정보 제공자’이자 ‘권력에 대한 불편부당한 감시자’여야 할 언론도 반드시 포함되어야 할 것이다.

* 한겨레 신문에 게재된 칼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