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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참전 인디언 노인 조롱한 미국의 고교생이 해명을 내놨다

조롱하기 위한 웃음이 아니었다고 밝혔다

  • 박세회
  • 입력 2019.01.22 17:42
  • 수정 2019.01.22 18:05

미국의 정치적 분열과 인종적 긴장이 커지는 가운데, 한 고등학생이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라고 쓰인 소위 ‘트럼프 모자’를 쓰고 미국 원주민 남성과 대치하며 조롱의 눈길을 보낸 비디오가 분노를 사고 있다. 

지난 19일 워싱턴 DC의 링컨기념관 인근의 광장에서 벌어진 대치의 현장이다.

영상에서 토착 가락의 노래를 부르고 있는 사람은 이날 미국 원주민의 권리를 주장하는 시위에 참석한 오마하 부족 ‘네이선 필립스’로 알려졌다.

베트남전 참전 용사이기도 그는 이날 서너 명의 시위대와 함께 수십 명의 십대들에게 둘러싸였다.

영상을 보면 이 십대들 중 다수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라고 쓰인 모자를 쓰고 있다.

아이들은 인디언 시위대를 둘러싸고 이들이 부르는 노래를 따라 하며 조롱하고 ”장벽을 건설하라”, ”트럼프 재선 가자”라는 내용의 구호를 외쳤다. 이 십대들은 코빙턴 가톨릭 고등학교의 학생으로 확인됐다. 

개중에 두드러진 눈빛이 있었다. 코빙턴 가톨릭 고등학교 학생 닉 샌드먼은 타악기를 두드리는 필립스에 매우 가까이 서서 이상한 미소를 띠고 흔들리지 않는 눈빛으로 필립스를 쳐다봤다. 필립스는 이후 당시 이름조차 몰랐던 이 학생으로부터 위협을 느꼈다고 밝혔다.

이 사건으로 미국 전역에서 분노가 일었다. 샌드먼은 살해 위협과 퇴학 요구를 받았다고 20일에 밝혔다.

분노가 거세지자 코빙턴 가톨릭 고등학교는 학생들의 행동에 대해 사과문을 냈고, 샌드먼은 PR 기업을 통해 성명을 냈다. 인종차별과 위협 혐의에서 거리를 두려는 시도였다. 그는 자신이 필립스를 조롱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난 일부러 그런 표정을 지은 게 아니다. 어떤 시점에서 잠시 웃기도 하는데, 그건 상대방에게 내가 화가 나지 않았고, 위협받는다고 느끼지 않았고, 더 큰 대립으로 치닫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리기 위해서였다.”

성명서에서 샌드먼은 오히려 자신이 격해지는 상황을 진정시키는데 기여했다고 주장했다.

“나는 이 시위자와 어떤 소통도 나누지 않았다. 그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손짓이나 공격적인 동작을 취하지 않았다. 솔직히 나는 그가 왜 내게 다가왔는지 몰라 놀랐고 당황했다. … 나는 이 상황이 통제불능이 되지 않도록 조용히 기도했다.” 

그는 또한 성명서에서 필립스에게 “악의가 없었다”면서도 이 상황의 책임 일부를 필립스에게 돌리려 했다. 

“나는 이 사람의 시위할 권리와 언론의 자유 활동 참여를 존중하며, 링컨 기념관 계단에서 언제든 구호를 외칠 권리를 지지한다. 그가 타인의 개인 공간 침범에 대한 전략을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그건 그가 할 선택이다.” 

한편 필립스는 여러 인터뷰를 통해 백인 학생들과 소리지르는 흑인 남성들 사이의 긴장을 줄여보려고 학생들에게 다가갔다고 분명히 밝혔다. 당시 이 두 시위대 주변에는 히브루 이스라엘인이라고 주장하는 또 다른 시위대가 있었다. 흑인 시위대와 백인 시위대 사이에 갈등이 촉발되자 필립스가 나서 진정시키려 했다는 것. 

필립스는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나는 기도를 하려고 사이에 끼어들었다.”며, 인종간의 긴장이 “폭발 일보 직전”이라 걱정되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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