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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고 부자 26명의 재산이 가장 가난한 38억 명의 재산과 같다

빈부격차 통계를 확인한 옥스팜 보고서

  • 박수진
  • 입력 2019.01.22 15:13
  • 수정 2019.01.22 15:29

″빈부 격차가

사회의 균열을 일으키고,

정치에 독을 풀고,

대중의 분노를 부른다.”

 

빈곤과 싸우는 비영리 단체 옥스팜(Oxfam)이 20일 발표한 보고서 내용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기준, ’26명의 억만장자‘가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사람 38억 명’이 가진 것과 같은 재산을 소유하고 있었다.

2017년에는 ’43명의 억만장자’였으나, 1년 뒤 격차가 더욱 커졌다.

 

빈부격차가 큰 국가인 남아공 더반의 골프장 옆으로 임시주택이 빽빽하게 들어선 마을이 자리잡고 있다.
빈부격차가 큰 국가인 남아공 더반의 골프장 옆으로 임시주택이 빽빽하게 들어선 마을이 자리잡고 있다. ⓒNURPHOTO VIA GETTY IMAGES

 

‘공익이냐 사유재산이냐?’ 라는 제목의 보고서에 따르면 작년에 억만장자들의 재산은 9천억 달러 늘어났다. 하루에 25억 달러씩 늘어난 셈이다. 반면 전세계에서 가난한 쪽에 속하는 절반의 인구의 재산은 11% 줄어들었다.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억만장자의 수는 두 배 늘어났다고 이 보고서에서는 밝히고 있다. 그리고 기업과 거부들은 최근 수십 년 동안 가장 낮은 세금을 내고 있다.

동시에 34억 명은 빈곤 속에 살며 하루에 5.5달러 미만을 쓰며 산다. 대부분 여성이다. 이번 보고서에 의하면 전세계 남성이 보유한 재산이 여성에 비해 50% 더 많았다.

“현재 우리 경제는 근본적으로 비인간적이다.”

미국 옥스팜에서 정책과 캠페인을 담당하는 폴 오브라이언 부회장이 허프포스트에 말했다. 이번 결과에 실망했으나, 놀랍지는 않았다고 한다.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세계적인 리더십이 등장하지 않는 이상, 이런 극단적인 부자들이 나타나는 경향은 줄어들지 않을 것이다. 현재 우리에겐 그런 리더십이 없다.”

 

크레디트 스위스의 데이터로 작성한 이 통계는 마침 22일부터 다보스에서 열리는 세계 경제 포럼을 바로 앞두고 나왔다.

세계 경제 포럼은 아주 부유한, 대부분 남성으로 구성된 세계 정치인과 재계 지도자들이 스위스에서 모여 빈곤을 논하는 곳이다. 다보스는 낮은 법인세와 노동 조건 및 환경 보호를 위해 설계된 규제 철폐를 위해 로비를 펼치는 부유한 사업가들의 모임이라는 강력한 비난을 받아왔다.

 

 

″오직 ‘다보스‘에서만 ‘개인 차 픽업’ 팻말과 ‘난민의 하루’ 전시가 나란히 있는 걸 볼 수 있다.”

 

옥스팜이 강조한 핵심 문제 중 하나는 불공평한 세금 정책이다. 부유한 국가에서 평균 개인 소득세 최고 수준은 1970년의 62%였다. 이 수치는 2013년 38%까지 떨어졌다고 한다.

“많은 사람들이 지금까지 ‘당해왔다’는 걸 깨닫기 시작하고 있다. 2019년 현재도 2억 6200만 명의 어린이들이 교육비 지원이 없어 학교에 가지 못한다. 적절한 재정 체계를 통해 쉽게 자금을 댈 수 있는 기본적 의료 지원이 없어 1만 명이 죽음의 위기를 코 앞에 두고 있다.”

 

“불평등은 피할 수 없는 것이 아니다. 정치적 선택이다.”

 

빈부격차과 불평등은 개발도상국에 한정된 이야기라고 생각할 지 모른다. 하지만 부유한 국가들도 예외는 아니다.

워싱턴 D.C.의 진보 성향 싱크탱크 정책 연구원(Institute for Policy Studies) 역시 15일 비슷한 내용의 보고서를 냈다.

미국에서 가장 부유한 400명은 모든 흑인 가계와 라티노 가계 4분의 1의 재산을 합친 것보다 더 많은 부를 소유하고 있다. 미국의 사회적 유동성도 줄어들고 있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정권은 가장 부유한 사람들에게 감세를 실시했다. 2017년 세금 법은 중산층을 위한 것이라고 홍보되었지만, 현실적으로는 가장 부유한 1%에게 이득을 주기 위한 법이었다.

옥스팜은 절세와 회피를 줄이기 위한 법인 및 ‘슈퍼 리치’에 대한 세제 개혁을 동반하고 세수를 늘리는 ‘인간적 경제’를 촉구한다. 이 돈으로 교육, 건강보험 등 보편적 공공 서비스를 제공하고, 이를 통해 불평등과 빈곤을 줄인다는 모델이다. “불평등은 피할 수 없는 것이 아니다. 정치적 선택이다.” 이것이 이 보고서의 주장이다.

 

2018년 12월 헤링게이 그린 레인스 다리 아래에서 노숙자 4명이 자고 있다. 영국 자선단체 Crisis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영국 전역에서 지낼 곳이 없어 노숙하는 인구는 2만4천명 이상이다.
2018년 12월 헤링게이 그린 레인스 다리 아래에서 노숙자 4명이 자고 있다. 영국 자선단체 Crisis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영국 전역에서 지낼 곳이 없어 노숙하는 인구는 2만4천명 이상이다. ⓒSOPA Images via Getty Images

 

옥스팜 보고서에 대한 비판도 있다. 자본주의가 수십억 명을 극도의 빈곤에서 벗어나게 해주었음을 경시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옥스팜은 인간의 발전과 소득 개선에 대해 우리가 아는 모든 것과 맞지 않는, 세계 빈곤에 대한 크게 잘못된 설명을 다시 한 번 내놓았다.” 영국의 보수 성향 싱크탱크 경제 연구소(Institute of Economic Affairs)가 이번 보고서에 대해 낸 반응이다.

오브라이언은 이러한 비난을 강하게 부정하며, 옥스팜은 ‘규제가 작동하며, 사람들에게 기회를 주는 시장’에 반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우리는 시장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반대하는 것은 사람들에게 기본적인 복지를 제공하지 않고, 일부의 재산과 소득에 제대로 세금을 매기지 않아 ‘수백만 명의 삶의 질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지나친 권력’을 주는 왜곡된 시장이다.”

인류학자이자 ‘분열: 세계 불평등과 해결책’(The Divide: A Brief Guide to Global Inequality and Its Solutions)의 저자인 제이슨 히켈은 정말 빈곤을 없애고자 한다면, 자본주의를 지금 그대로 포용해야 한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고 말한다.

세계은행 기준으로 빈곤은 하루 소득 1.9달러 미만을 뜻한다. 히켈은 이것이 기본적 필요를 충족하기에 크게 부족하다고 말한다. 그는 적절한 영양과 일반적인 수명을 담보하기 위한 하루 최저 소득이 7.4달러는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히켈은 “1980년 이후 빈곤층의 수가 엄청나게 늘었으며, 현재 그 수는 42억 명 정도”라고 말한다.

 

ⓒsiraanamwong via Getty Images

 

이같은 자료를 계속 발표하는 것이 꼭 좋은 영향만 미치는 것은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옥스팜은 2013년부터 여러 암울한 수치를 내놓고 있다. 히켈은 “거의 이해하기 힘들 정도로 극단적”인 수치들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현실에서 달라진 것은 별로 없다.

런던정경대학 개발사회과학 강사 앨리스 에반스는 이런 절망적인 데이터 자료가 오히려 맥빠지게 하고 무관심하게 만들 수도 있다고 한다.

“이런 자료를 발표한다고 해서 사람들이 현실을 바꾸려는 행동을 취하는 성향이 원래 성향과 달라지는 건 아니다. 정말 중요한 것은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고 생각하는지 여부다. 부당한 현실을 보여주는 것만으로 사람들의 행동은 바뀌지 않는다.”

다른 사람이 나서 행동하는 것을 보고, 변화가 실제로 가능하다고 믿을 때 변화가 빨라진다는 것이다.

 

 

웰빙경제연합(Wellbeing Economy Alliance; WEAll)의 캐서린 트레벡은 현재 상황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도 내놓는다. 그는 스코틀랜드, 아이슬란드, 뉴질랜드 정부와 함께 성공을 가리는 경제 지표를 전통적인 기준과 다르게 설정하는 정책을 설계하고 있다. 그 결과로 2019년 뉴질랜드 예산은 환경과 시민 웰빙에 초점을 맞춘 정책을 반영했다.

트레벡 역시 이같은 노력들이 외따로 고립된 프로젝트로 진행되며, 전반적인 경제 기조들과 함께 가지 못하며 관련 없이 진행될 때가 많다는 점을 인정한다.

″전체 시스템은 이런 정책들을 뒷받침하지 않는다. 그래서 이런 정책들은 취약성이 있다.”

그러나 새로운 경제 시스템을 만들어 가려는 이들에게 일말의 영감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그는 말한다.

미국, 브라질, 폴란드, 이탈리아 등 전세계에서 우익 포퓰리스트 정권이 들어서고 있다. 이런 변화를 일으킬 정치적 의지는 세계적으로 부족해지는 것으로 보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옥스팜의 오브라이언은 새로운 시스템을 만들 기회가 있다고 믿는다. 미국의 인종차별 철폐 운동, 사회주의 부상 등이 그 예다.

“이것은 단지 좌파 정치가 부상했다는 뜻이 아니다. ‘이 시스템이 모두를 위해 잘 굴러가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새로운 정치의 부상이다.”

 

*허프포스트US의 26 Billionaires Own The Same Wealth As The Poorest 3.8 Billion People을 편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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