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
2019년 01월 18일 09시 31분 KST | 업데이트됨 2019년 01월 18일 09시 40분 KST

인도의 한 스타트업이 로봇 안내원을 만들었다. 성별은 역시 여성이다.

로봇은 이미 곳곳에서 사용될 정도로 발전했지만, 여전히 익숙하고 암울한 부분이 존재한다

HUFFPOST IN/GOPAL SATHE

 

미트라와 미트리

 

인도 벵갈루루의 세스나 비즈니스 단지에는 ‘스마트웍스’(Smartworks)라는 협업 공간이 있다.

이곳에서 일하는 안내원의 이름은 미트리(Mitri)다.

미트리는 핑크색과 흰색으로 디자인 된 유니폼을 입는다. 그리고 ‘고정된’ 미소 띤 얼굴로 손님들을 맞고 시설에 대한 질문에 참을성 있게 대답한다.

미트리는 잡일도 도맡는다. 진공 청소기로 바닥을 밀고, 밤이 되면 보안 요원이 되어 건물을 돌아다닌다.

미트리와 이름이 비슷한 미트라(Mitra)는 남성이며, 전혀 다른 일을 한다. 미트라는 현재 자동차 딜러로 일하기 위한 트레이닝을 받는 중이다.

미트리와 미트라는 모두 로봇이며, 플라스틱 케이스에 써있는 성별 표기를 제외하고는 똑같이 생겼다.

로봇 산업은 이미 여러 일터에서 로봇이 사용될 정도로 발전했다. 하지만 여기에는 여전히 맥빠질 정도로 익숙하고 암울한 부분이 존재한다.

바로 로봇을 만들 때조차 ‘권위 있는 남성‘과 ‘돕는 여성’이라는 낡은 선입견에 맞추고 있다는 점이다.

‘시리‘, ‘알렉사‘, ‘코타나’(한국에서는 카카오미니, 누구 등) 가상 도우미들이 전부 여성의 목소리를 기본 설정으로 해두었다는 건 우연의 일치가 아니다.

“원래는 젠더 중립적인 로봇이었다”는 게 미트라와 미트리를 만드는 벵갈룰루의 기업 인벤토 로보틱스(Invento Robotics)의 CEO 발라지 비스와나탄의 말이다.

2년 반 전 설립한 인벤토 로보틱스는 벵갈루루 스타트업계의 터줏대감이다. 비스와나탄은 인간과 어떻게 교류할지를 염두에 두고 휴머노이드 조수를 디자인했다고 밝혔다.

이 로봇은 기본적으로 카메라가 달린 ‘머리’를 돌려 사람을 보며, 사람이 쉽게 손을 뻗어 입력할 수 있는 디스플레이를 몸통에 달고 있다. 바퀴가 있어 이동이 쉽다. 완성 당시, 로봇에는 젠더와 관련된 특성은 없었다.

“처음 만들고 나서 성별이 관계 없는 미트라라는 이름을 붙였다. 그러자 사람들은 ‘왜 로봇을 남성으로 만들었나?’라고 물었다. 젠더 문제에 너무 큰 이유를 부여해서는 안된다. (성별이 없을 때나 지금이나) 똑같은 로봇이다. 그저 (성별 특성을 넣는 것이) 고객들을 상대로 할 때 더 성공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비스와나탄의 설명이다.

“기능은 똑같다. 디자인을 보면, 미트리가 좀더 곡선이 많다. 원래 디자인에는 직선이 더 많았다. 주요한 변화는 색깔과 목소리였다. 무엇을 고객이 더 편하게 느낄 것이냐에 대한 우리 고객의 생각을 따른 것이다.”

CEO는 ‘똑같은 로봇‘이라고 강조하지만, 결과물은 조금 우려스럽다. 미트리는 사람보다는 체스의 말에 더 가깝게 생겼지만, 목소리는 사람 여성의 것이다. 사람이 다가가면 길을 비켜주고, 사람을 향해 돌아본다. 그래서 미트리의 ‘가슴’에 터치스크린 디스플레이를 단 것은 좋지 않은 디자인으로 보이는 일마저 생기고, 어색해 보이는 인터랙션이 생긴다. 바로 이렇게.

HUFFPOST IN/GOPAL SATHE
인벤토 로보틱스의 CEO 발라지 비스와나탄이 미트리를 사용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소비자들이 ‘성별 있는 로봇’을 원한다”

 

비스와나탄은 인벤토 로보틱스가 다양한 상황들을 염두에 두고 로봇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그 중 하나가 공항이다.

미트라는 뭄바이 공항에 두 개, 델리 공항에 세 개, 센네이 공항에 두 개가 있다. 우리는 비스와나탄을 만나기 직전에 센네이 공항에서 우연히 미트라 봇과 마주쳤다. 안타깝게도 그때는 전원이 꺼져 있었고, 근처의 직원들은 미트라 사용에 대해 자세히 말해주지 못했다.

‘스마트웍스’에서와 같은 용도로 쓰고자 준비하는 다른 사무실들도 있다. 태그나 ID 카드 없이 직원을 얼굴 인식으로 출입시키기나, 말로 휴가 신청 방법이나 교육 과정에 대한 질문에 대해 답해주는 등의 관리팀 보조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

소매업장에서도 사용 가능하다. 자동차 영업소에서는 ‘남성’ 디자인을 요구했다. “성별 특성이 드러나는 디자인을 넣는 건 어렵지 않은 일이기 때문에 회사는 남녀 구분해달라는 요구에 별로 연연하지 않는다. 그저 고객이 원하는 것일 뿐”이라는 것이 비스와나탄의 설명이다.

 

스마트웍스의 창업자 니티시 사르다, CEO 하시 비나니는 ‘여성’ 디자인을 요구한 케이스다. 스마트웍스는 직원에게 필요한 모든 것을 다 제공하길 원한다. 인터넷과 매점의 음식, 자판기, 세탁 서비스까지 모든 걸 아우르고 싶어한다.

“우리는 여기에 입주한 회사와 직원들이 성가신 일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하고 싶었다.”

비나니는 벵갈루루가 하이 테크의 중심지라고 말했다. 사르다는 이곳 사람들에겐 미트리와 같은 솔루션이 최선으로 보였다고 덧붙였다.

“우리는 태블릿, 이메일 기반 시스템 등 모든 걸 시도해 보았지만, 시험 결과 이게 최고였다. 냉방이 고르지 못한가? 화장실 청소가 필요한가? 미트리에게 말만 하면 행동을 취할 수 있는 건물 관리인들에게 실시간 자료가 전송된다.” 사르다의 말이다.

그러면서 사르다는 로봇이 실제 안내원을 대체하지는 않을 것이며, 여기서는 다른 일을 하고 있기에 필요했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들은 왜 ‘여성’ 로봇을 만들어 달라고 한 걸까?

비나니는 “입주 기업 직원들 대부분이 남성이다. 그러므로 소수의 여성 직원들에게는 여성 로봇이 일하는 것이 보다 친근하고 접근하기 편할 것이다”라고 답했다.

 

젠더가 부여된 로봇의 역사

 

로봇과 AI 조수의 젠더는 당연한듯 받아들여지지만, 가벼운 문제는 아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CEO 사티아 나델라는 AI를 새로운 운영 체계라고 말한 바 있다. 인간이 만든 시스템이지만, 우리는 로봇이 어떻게 이에 반응할 지 완전히 이해하지 못할 때가 많다. 그래서 로봇을 이야기할 때에도 우리는 젠더 문제를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지난 10월, 아마존이 만든 채용 알고리즘이 여성에 대한 편견을 반영해 결국 폐기되었던 사례를 생각해보라. 심지어 이 AI의 문제는 한동안 아무도 눈치채지 못 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AI 챗봇 ‘루’는 페이스북에서 낯선 이들에게 청혼을 받기도 하고, 유저들과 영화와 음악에 대해 대화를 나눈다. 루에게 여성에 대한 학대나 폭력 이야기를 꺼내면, 루스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주는 대신 재빨리 대화 주제를 바꾼다. 이것은 봇의 결함이 아니다. 제작자들이 생각하지 못한 하나의 시나리오일 뿐이다.

 

최초의 챗봇 프로그램은 1960년대에 나온 ‘엘리자’였다. 역시 여성의 이름이다. 엘리자 이후 우리는 대화 봇과 알고리즘을 여성으로 생각해 온 경향이 있었다. 그에 따른 결과로, 인간의 가상 조수들은 성희롱을 피하는 데 상당한 시간을 소비하고 있다는 연구가 이미 나와있다.

로봇 개발에는 개발자들의 성향이 반영되지만, 어떤 ‘젠더 역할‘을 가진 사람이 사용하게 될지에 대한 예측도 반영된다. 이러한 예측은 AI 개발 과정에 다시 반영된다. ‘젠더, 테크놀로지, 개발’ 저널 21호에 실린 로게 안드레 쇠라의 논문 ‘기계적 젠더: 인간은 로봇의 젠더를 어떻게 정하는가?’에 나온 내용이다.

2018년 나온 한 연구에 의하면 유저들은 권위있는 존재가 필요할 때는 남성 음성을, 유용한 도움이 필요할 때는 여성 음성을 선호하는 성향이 있다고 한다. 로봇에는 젠더가 없다는 비스와나탄의 말은 옳다. 하지만 우리가 인간 세계에서 목격하는 젠더 편향은 우리가 만드는 로봇에도 반영된다. 똑같은 로봇을 파스텔 톤으로 칠하고 둥근 머리를 달아 ‘여성’으로 만들어 사람들을 맞는 안내원으로 쓰고, 넓은 어깨를 달고 깊은 목소리를 주어 ‘남성’으로 만들면 경호원으로 쓰는 효과가 커진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무엇을 말해주는가. 우리는 로봇이 아니라 로봇을 쓰는 사람들에 대해 말하고 있고, 말해야 하는 것이다.

 

다음 세대

 

매년 열리는 세계 최대 규모의 소비자가전쇼(CES)에서 인벤토 로보틱스는 최신 로봇 ‘미트라 v3’을 선보였다.

팔의 움직임이 더 정교해졌고, 엄지손가락을 들어보이거나 작은 물체를 드는 등의 손동작도 할 수 있다. 내비게이션 시스템도 업데이트되어, 사무실, 쇼룸, 공항 등을 더 쉽게 돌아다닐 수 있다.

게다가 소매장 사용에 적합하도록 소프트웨어도 추가되었다. 머리에 달린 카메라를 바코드 리더로도 사용할 수 있다. 상점에서 영양 정보나 이 재료를 사용하는 흔한 레시피를 알려주는 등으로 활용이 가능하다.

흥미롭게도, 새롭게 선보이는 디자인은 미트리가 아닌 미트라다. 여기에는 고객들의 선호가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비스와나탄의 말처럼, ‘로봇의 젠더에 대해 너무 많이 생각하지 말라.’

 

*허프포스트 인도판의 An Indian Start-Up Made A Robot Receptionist: Of Course She’s A Woman을 편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