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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몸 자랑에 각하 대접 받는다' 전두환 골프장 캐디들의 증언이 나왔다

알츠하이머이기 때문에 '방금 한 일도 기억 못 하는 상태'라며 형사재판에 출석하지 않았다

1987년 골프를 즐기고 있는 전두환 전 대통령 부부
1987년 골프를 즐기고 있는 전두환 전 대통령 부부 ⓒ국가기록원

5·18민주화운동 당시 헬기 사격 사실을 증언한 고 조비오 신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뒤 알츠하이머를 이유로 출석을 거부해온 전두환(88) 전 대통령이 골프 스코어를 암산하며 경기를 즐길 정도로 인지 능력이 충분하다는 증언이 나왔다.

17일 ‘한겨레’ 취재 결과, 지난해 11월까지 강원도 ㄱ골프장에서 근무했다는 캐디 ㄴ씨는 “전두환을 직접 수행한 캐디로부터 ‘스코어를 틀릴 뻔했는데, 전두환이 직접 세서 편했다’는 말을 들었다”고 밝혔다.

비슷한 시기에 ㄱ골프장에서 근무했다는 또 다른 캐디 ㄷ씨도 전씨와 함께 골프를 쳤던 골프장 직원으로부터 비슷한 이야기를 들었다고 주장했다. ㄷ씨는 “골프장 직원이 전두환은 ‘아주 정신력도 좋으시다’고 말하면서 얘기해주더라. 타수도 자기가 다 센다고”라고 말했다.

ㄷ씨는 “2~3분이 지나면 까먹는다? 그건 전혀 말도 안 되는 얘기다. 하다못해 캐디도 스코어를 정확히 센다고 노력해서 세는데 헷갈릴 때가 있다. 그런데 골프를 치면서 본인 스코어 계산을 할 수 있다는 건, 기억력이 굉장히 좋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ㄷ씨는 “클럽을 다 기억한다는 얘기도 골프장 직원으로부터 들었다. 그것부터가 일단 알츠하이머일 수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앞서 ‘한겨레’는 지난해 8월 전씨가 알츠하이머를 이유로 첫 형사재판 출석을 거부할 무렵 강원도 ㄱ골프장에서 골프를 친 사실이 확인됐고 지난달에도 전씨와 부인 이순자씨를 같은 골프장에서 봤다는 목격자가 나타났다고 보도했다.(▶관련기사: [단독] “알츠하이머라 재판 못 간다”던 전두환, 멀쩡히 골프 쳤다)

전씨 쪽은 이제까지 형사재판 불출석 의사를 거듭 밝히며 “거기(법정)에 왜 나가는지를 설명해도 상황 파악을 못 하고 정상적인 진술을 할 수 없다”며 “알아들어도 2~3분이 지나면 까먹어서 기억을 못 하는 상태”라고 강조한 바 있다. “전 전 대통령은 방금 한 일도 기억이 안 되는 상태로 하루에 열번도 넘게 이를 닦고 그런다”고 말하기도 했다.

캐디들은 전씨가 ㄱ골프장에 매달 정기적으로 방문한다고 말했다. ㄴ씨는 “골프장 직원에게 전두환은 언제 골프장에 오느냐고 물으니 ‘보통 매달 첫째 주 목요일에 온다’는 대답을 들었다”고 말했다. 최근 전씨가 다수의 사람한테 이순자씨와 함께 골프 치는 모습이 목격된 지난달 6일도 첫째 주 목요일이다.

ㄴ씨는 “전두환이 오는 날에만 단체 카톡방에 ‘오늘 너무 돌아다니지 말고 용모 단정히 하라’는 내용의 공지가 올라와서 전두환이 온다는 걸 알 수 있다”고 말했다. ㄴ씨는 “그런 공지는 다른 VIP 손님이 올 때는 전달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캐디들은 ㄱ골프장 직원들로부터 “우리 골프장은 전두환의 단골 업장”이라는 말도 들었다고 증언했다. ㄴ씨는 “입사 교육을 받을 때 직원들이 그렇게 얘기했다. 그러니 ‘너희는 자부심을 가져라’ 이런 말도 하고. ‘근데 여긴 광주사람 없지?’라고 묻기도 했다”고 말했다.

ㄷ씨는 “‘우리 골프장엔 전두환 전 대통령 온다’ 이런 거로 직원들이 으스대는 게 있었다. 그런 거로 유명인사들에게 홍보도 했다”고 말했다.

ㄴ씨는 골프장 직원들이 전씨를 “각하로 대우했다”고 말했다. ㄴ씨는 “전두환이 골프장에 오면 주변에서 머리 숙이고 조아리면서 ‘각하 오셨습니까?’라고 한다. 전두환은 뒷짐 지고 기세등등하게 다닌다”고 말했다.

ㄷ씨는 “전두환이 오면 차가 건물 안까지 들어가서 엘리베이터 바로 앞에 선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면 바로 카트를 탄다. 밖에서 안 보이게 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ㄷ씨는 “정치적 성향을 떠나서, 일단 전두환이라는 사람이 한 행위가 있고, 일반 국민이라면 결코 존경할 수가 없지 않나. 그런 사회적 분위기나 국민의 민심이 있는데, 골프장에서 그런 VIP 대접을 받는 걸 보고 놀랐다”고 덧붙였다.

전씨가 직접 자신의 건강한 몸 상태를 자랑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ㄷ씨는 “지난해 8~9월쯤 골프장 직원이 전두환과 같이 골프를 치면서 ‘어떻게 그렇게 비거리가 많이 나가세요?’ 물어봤다고 한다. 그러니까 전두환이 자기가 아침에 일어나서 침대에서 손목 운동부터 시작해서 전신 운동을 2시간 한다고 얘기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ㄴ씨는 “회사에 충성심 있고 경력이 오래된 캐디만 전두환을 수행할 수 있어서 함께 경기를 나가본 건 아니지만, 전두환 앞팀이나 뒤팀에서 게임을 하며 직접 두세번 봤다”며 “건강하지 않다면 바로 카트 타고 갈 텐데, 전두환이 걷는 걸 좋아하다 보니까 파5홀 같은 곳도 카트 놓고 걸어 다닌다. 신체적으로는 건강하고, 아주 활기차다. 누가 봐도 그 나이 같지 않다”고 말했다. ㄷ씨는 “제 아버지가 올해 환갑이신데 비슷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전씨 쪽 민정기 전 비서관은 골프장 논란에 대해 16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골프장에 가셨으면 뭐가 문제가 있느냐”라며 “알츠하이머라는 게 병원에 입원해 있거나 집에 누워 계시는 병은 아니니까, 일상생활과 신체 활동은 얼마든지 정상적으로 하신다”고 밝혔다.

전씨는 2017년 4월에 낸 ‘전두환 회고록‘에서 5·18 당시 계엄군의 헬기 사격을 증언한 고 조비오 신부를 ‘가면을 쓴 사탄’이라고 표현해 지난해 5월3일 불구속 기소됐다. 광주지법은 지난해 8월27일 첫 재판을 열었으나 전씨는 알츠하이머 증상 악화를 이유로 법정에 나오지 않았다. 지난 7일 열린 두번째 재판에도 전씨는 역시 알츠하이머 증상 악화 등을 이유로 출석하지 않았다.

1999년 한 유력 정치인과 골프를 치고 있는 전두환 전 대통령.
1999년 한 유력 정치인과 골프를 치고 있는 전두환 전 대통령.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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