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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브렉시트 전망 : 예측 가능한 모든 시나리오를 따져봤다

브렉시트가 이렇게나 어렵다.

  • 허완
  • 입력 2019.01.16 17:34
  • 수정 2019.01.16 17:54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의 브렉시트 합의안이 15일(현지시각) 압도적인 표차로 의회에서 부결됐다. 이제 관심은 하나로 모아진다.

그래서, 이제 어떻게 되는 것인가?

짧게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무도 모른다’고 할 수 있다. 정말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다.

조금 더 자세하게 설명하자면... 앞으로 이런 일들이 벌어질 수 있다. 

 

1. 정부 불신임 투표

 

제1야당인 노동당은 곧바로 정부에 대한 불신임 투표를 상정했다. 이에 따라 16일에 바로 하원에서 토론을 거쳐 투표가 진행될 예정이다. 현재 노동당 제러미 코빈 대표는 불신임 투표 통과 이후 조기총선을 통해 정권을 탈환하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삼고 있다. 

의원들은 현 정부를 계속 신임할 것인지 결정하게 된다. 만약 과반이 넘는 의원들이 ‘신임’에 표를 던질 경우 메이 총리는 자리를 지킬 수 있게 된다. 정부도 그대로 유지된다. (물론 브렉시트의 미래는 또다른 차원의 문제다. 합의안이 부결됐으므로...)

반면 ‘불신임’이 통과되면 그 때부터 문제가 약간 복잡해진다. 조기총선 실시 가능성이 열리기 때문이다.

ⓒmammuth via Getty Images

 

2. 조기 총선

가디언은 16일에 진행될 토론이 2011년 제정된 의회고정임기법(Fixed-term Parliaments Act)에 의해 실시되는 첫 번째 사례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 법안은 정부의 임기(5년)를 보장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에 따라 총리가 단독으로 의회를 해산하고 조기총선을 소집할 수 없게 됐다. 

이제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한 상태에서 총선이 실시되려면 둘 중 하나의 요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첫 번째는 2017년에 그랬던 것처럼 의원 3분의2 이상이 총선 실시안에 찬성표를 던지는 것이다. 

두 번째가 바로 정부 불신임을 거치는 방법이다. 그러나 불신임안이 통과되더라도 자동적으로 총선이 실시되는 것은 아니다. 우선 현 정부는 14일 안으로 연정 등을 통해 새로운 정부를 구성하거나 기존 정부에 대한 하원의 신임을 다시 구할 수 있다. 

만약 이 때에도 하원이 ‘불신임’을 결정하면 의회는 해산되고 조기총선이 열리게 된다. 관련 법률에 따라 최소 25일(평일 기준)의 선거운동 기간이 보장되어야 하므로 실제 총선은 한 달여 뒤에 치러지게 된다. 

작은 문제가 하나 있다면, 시간이 별로 없다는 사실이다. 브렉시트 공식 발효일(3월29일)이 약 10주 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전에 새 정부가 구성되려면, 또 새 정부가 재협상이라도 해보려면 늦어도 2월 중순까지는 총선 실시 여부가 결정되어야 한다.

ⓒASSOCIATED PRESS

 

그렇다면 노동당이 낸 불신임안이 16일 하원을 통과할 수 있을까?

가능성은 낮다는 평가다. 노동당이 자력으로 과반 의석을 확보할 수 없는 데다 다른당 의원들의 지원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보수당 내 브렉시트 강경파 의원들은 정부를 신임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들은 노동당과 같은 편에서 브렉시트 합의안에 반대표를 던졌지만 정권을 내줄 위험이 있으므로 총선은 원하지 않는다.

북아일랜드 민주연합당(DUP)도 비슷하다. 이들은 노동당 만큼이나 메이 총리의 합의안을 강하게 반대했지만, 코빈은 더 싫어한다. 코빈이 북아일랜드 독립(아일랜드 통일)을 지지하기 때문이다. DUP는 정반대로 아일랜드-영국 통합주의(북아일랜드의 영국 잔류)를 핵심 강령으로 삼는다. 

총선이 무산되면 노동당은 당 안팎의 압박을 받게 될 전망이다.

그동안 2차 국민투표(이른바 ’People’s Vote)를 주장하는 진영은 노동당의 합류를 촉구해왔다. 반면 코빈 대표는 회의적인 의견을 여러 차례 밝혔다. 브렉시트에 찬성표를 던졌던 핵심 지지층의 이탈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마냥 결정을 미룰 수는 없는 처지다. 노동당은 지난해 9월 ”총선을 성사시키지 못한다면, 대중 투표를 포함한 남아있는 모든 옵션을 테이블 위에 올리는 방안을 지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정식 채택한 바 있다.   

 

3. 노딜 브렉시트

조기총선 무산, 즉 정부가 의회의 재신임을 받는다고 가정하더라도 끝이 아니다. 메이 총리는 21일까지 새로운 브렉시트 계획안을 하원에 제출해야 한다. 이후 7일(의회 개회일 기준) 내에 하원은 다시 이에 대한 인준 표결을 벌이게 된다. 

메이 총리가 극적으로 판세를 뒤집을 만한 새로운 계획을 가져오기는 쉽지 않아보인다. 아일랜드섬 국경을 둘러싼 백스톱 조항에 대한 반대가 부결의 가장 큰 원인이었던 만큼 이 부분을 큰 폭으로 수정해야만 하지만, EU가 이를 수용할 가능성은 낮기 때문이다. EU는 일찌감치 재협상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거듭 밝혀왔다.  

강경파인 보리스 존슨 전 외무장관(보수당)이나 DUP는 다르게 생각하는 것으로 보인다. 존슨은 합의안이 부결됐으므로 이제 메이 총리에게는 EU에 재협상을 요구해야 할 ”막중한 의무”가 생겼다고 주장했고, DUP 대표 알린 포스터는 부결된 합의안에 대한 ”근본적인 변화를 EU에 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EU의 입장에서 아일랜드 백스톱 조항을 양보하기는 어렵다. EU 경제통합의 근간을 이루는 관세동맹·단일시장이 걸린 문제이기 때문이다. 아일랜드-영국(북아일랜드)에만 예외를 적용하기 어렵다. EU는 백스톱 종료시한을 12개월로 못 박자는 메이 총리의 제안도 재차 거부했다.

합의안이 부결된 상황에서 새로운 합의안도 마련하지 못한다면? 이론적으로는 노딜(no deal) 브렉시트가 유일한 최후 시나리오로 남는다. 

즉, 3월29일이 되면 영국은 그동안 한 나라처럼 지냈던 EU를 무작정 탈퇴하게 된다. 관세, 통관, 검역, 규제, 시민권 등 사회·경제 전반에 걸쳐 촘촘하게 얽힌 관계들을 앞으로 어떻게 하자는 그 어떤 합의도 없이 말이다.

전문가들은 거대한 혼란이 초래될 것이라고 본다. 기업들은 부품 재고를 쌓아두고 있고, 일부 시민들은 식료품과 의약품 등을 비축하는 중이다. 준전시상황이나 다름 없다.

 

4. 브렉시트 연기

물론 ‘반전’은 또 있다.

좀처럼 다수 의견이 모아지지 않고 있는 가운데 의원 다수가 그나마 동의하는 게 딱 하나 있다. ‘무슨 일이 있어도 노딜 브렉시트 만큼은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합의안이 나오지 않으면 일단 브렉시트를 연기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브렉시트 카운트다운은 영국이 ‘리스본조약 제50조’에 서명한 직후부터 시작됐다. EU 회원국의 탈퇴 절차에 관한 규정이다. 이에 따라 영국은 문서에 서명한 지 꼭 2년이 되는 2019년 3월29일에 EU를 떠나게 된다.

이 날짜를 연기하려면 나머지 EU 회원국들의 동의가 필요하다. EU는 7월 정도까지는 일정을 늦춰줄 수 있다는 입장이다. 새로운 정부가 출범하든, 메이 정부가 그대로 추가로 협상을 벌이든 영국은 그만큼 시간을 벌 수 있게 된다.

이럴 경우, 일부 보수당 및 노동당 의원들이 추진중인 ‘노르웨이 스타일’ 브렉시트를 논의할 시간도 충분히 주어질 수 있다.

이 모델은 영국을 EU 관세동맹·단일시장에 잔류시키는 게 핵심이다. 아일랜드 백스톱 조항을 둘러싼 논란을 벌일 필요가 없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브렉시트에 찬성하는 의원들은 ‘이름 뿐인 브렉시트’라는 이유로 반대할 가능성이 높다. 

ⓒNurPhoto via Getty Images

 

5. 2차 국민투표

2차 국민투표를 요구 캠페인을 벌여온 이들은 의회에서 브렉시트 합의안이 부결되자 환호성을 질렀다. 국민투표 실시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말 그런 것인지는 불분명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의회에서 과반 이상의 지지가 확보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2차 국민투표를 실시하려면 투표의 법적 효력, 절차 등이 담긴 법안을 새로 만들어서 통과시켜야 한다. 

설령 하원 의원 다수의 찬성으로 2차 국민투표가 성사되더라도 문제는 남는다. 역시 시간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국민투표를 실시하려면 법적 준비기간을 포함해 최소 22~28주가 필요하다. 따라서 이 경우에도 브렉시트를 우선 연기하는 게 필요하다.

국민투표 문항을 어떻게 정할 것인지도 문제다. EU 잔류를 원하는 쪽에서는 ‘잔류‘도 문항에 넣어야 한다고 주장할 것이다. 정부는 (만약 새 계획이 마련된다면) ‘정부안에 찬성‘을, 브렉시트 강경파는 ‘노딜 브렉시트’를 각각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Mike Kemp via Getty Images

 

6. 브렉시트 취소...?

물론 브렉시트 자체를 취소하는 것도 옵션 중 하나다. 도날드 투스크 EU 상임의장은 트윗에서 ”유일한 긍정적 해법”은 영국이 EU에 잔류하는 것이라는 의견을 우회적으로 밝혔다.

영국이 브렉시트를 취소하려고 마음 먹는다면, EU 회원국들의 동의는 필요하지 않다.

다만 영국 내에서는 어떤 식으로든 법적 효력이 있는, 민주적인 의견수렴 절차가 필요하다. 2차 국민투표에서 ‘잔류‘가 승리하거나, 조기총선에서 ‘잔류’ 세력이 정권을 확보하는 방법이 있을 수 있다. 다만 어느 쪽이든 가능성이 높아보이지 않는다.

조금 더 간단하게는 의회가 표결로 브렉시트를 취소하는 방법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현재 의원 구성으로는 가능성이 낮다는 관측이다. 메이 총리의 합의안에 반대표를 던졌다고 해서 모두가 브렉시트 자체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반대 여론도 감안해야 한다. 어쨌거나 2016년 국민투표에서 영국인들의 다수는 EU 탈퇴에 찬성했다. 어떤 이유에서든 이 민주적 결정을 번복하려면 느리고 고통스럽더라도 그에 합당한 절차가 필요한 법이다.  

 

허완 에디터 : wan.heo@huff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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