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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01월 14일 11시 28분 KST | 업데이트됨 2019년 01월 14일 11시 28분 KST

동물권단체 ‘케어’의 행위는 안락사가 아니라 살처분일 뿐이다

당장이라도 조사에 착수해야 한다.

한겨레
huffpost

동물권단체 ‘케어’의 행위는 안락사가 아니라 그냥 살처분일 뿐이다.

지난 2014년 2월과 3월, 덴마크 코펜하겐 동물원은 사육 중이던 기린 ‘마리우스’와 사자 네 마리를 안락사 시켰다(관련글 - 동물원 안락사의 복잡한 현실과 동물 복지). 마리우스는 ”동물원에 있는 다른 암컷들과 근친교배를 막아야 한다”며 전기충격기로 안락사 시켰고(근친관계가 아닐수록 교배에서 나오는 새끼가 더 건강하다), 사자들은 ”새로운 수사자 한 마리의 공간을 마련해야 한다”는 이유로 한꺼번에 안락사가 진행됐다.

2월에 안락사한 마리우스의 사체는 어린이를 포함한 관람객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3시간 동안 조각조각 분리돼 사자 먹이로 던져졌고, 이 장면이 유튜브에 공개되자 덴마크 동물원의 처사에 대해 전세계 네티즌과 동물애호가들 사이에서 큰 논란이 일었다. 그럼에도 이 동물원은 3월에 사자 네 마리를 더 안락사 시켰으며, ”더 이상 무리를 이끌 기력이 없어서 자연에서라면 이미 우두머리 자리에서 쫓겨났을 법한 늙은 수사자 두 마리와, 새로운 우두머리 수사자가 무리를 장악하고 나면 가장 먼저 죽임을 당할 어린 사자 두 마리를 죽였다”라고 설명했다.

유럽 전역의 350여 개 동물원이 회원으로 있는 ‘유럽동물원수족관협회(EAZA, European Association of Zoos and Aquaria)‘도 코펜하겐 동물원의 조치를 인정했다. 1992년에 설립된 EAZA는 ‘멸종위기종프로그램(EEP, European Endangered Species Programme)’을 회원 동물원을 상대로 실시하고 있는데, EEP는 매년 각 동물들의 교배 여부와 시기·최종적으로 안락사까지 결정한다. 코펜하겐 동물원의 안락사도 이 지침에 따른 것이라고 하며, 이곳의 연구보존책임자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동물원은 디즈니랜드 같은 테마파크가 아니다 ... 동물들의 근친교배를 막는 것이 장기적 관점에서 동물들의 건강 유지와 보존을 위해 필수적인 일이다 ... 동물원은 놀이시설이 아니라 인간들에 의해 점차 서식지를 뺏기고 있는 동물들의 마지막 생존 보호처다” - 덴마크 코펜하겐 동물원 연구보존책임자, 벵트 홀스트
″많은 덴마크인들이 전세계적으로 동물원의 결정을 서명운동을 벌여가면서까지 반대하는 여론이 인 것을 이해하기 어려워하거나, 불쾌해하고 있다. 동물원 윤리위원회의 한 전문가는 ‘디즈니 만화가 동물에 대해 심어놓은 환상(Disneyfication)’에 빠진 세상 사람들의 반응이라고 이를 일축했다.”(Many Danes were surprised and even angered by the international reaction to the event, with a leading expert on the ethics of the treatment of animals decrying the “Disneyfication” of zoo creatures.) - 2014년 3월 25일 영국 가디언 기사 <Danish zoo that killed Marius the giraffe puts down four lions>의 마지막 문장 (번역 출처: 뉴스페퍼민트)

안락사는 그렇게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한국에서 3대 동물보호단체라는 ‘케어(CARE, Coexistence of Animal Rights on Earth)‘가 2015년 이후 약 4년 동안 200마리 이상의 동물을 ‘안락사’ 시켰다는 폭로가 나왔다. 국내언론에서는 이를 계속 안락사라고 부르고 있는데, 우리는 여기서 좀 더 예민하고 냉정하게 사태를 바라볼 필요가 있다. 과연, 케어의 행위가 진짜 ‘안락사‘가 맞긴 한 건가? 이를 판단하는 데에 중요한 단서가 바로 ‘케어 대표 사퇴를 위한 직원연대’의 성명서에 그대로 드러나 있다.

″대부분의 안락사는 ‘보호소 공간 확보‘를 위해 이루어졌습니다. 건강하고 문제가 없는 동물이어도, 이미 결정된 구조 진행을 위해 목숨을 내놓아야만 했습니다. 박소연 대표가 1월 11일 직접 작성한 입장문에서 말하는 ‘불가피한’ 경우에 해당되지 않은 동물들도 안락사가 되었습니다. ... 케어는 안락사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 없이, 의사결정권자의 임의적 판단에 따라 안락사가 진행돼 왔습니다.” - 2018년 1월 12일, [케어 대표 사퇴를 위한 직원 연대] 성명서 내용 중 일부

이 성명서를 보면, 케어의 ‘안락사‘는 사실상 안락사가 아니라 그저 ‘살처분‘에 지나지 않는다는 걸 금방 알 수 있다. ”가이드라인 없이”, ‘임의적 판단에 따라”, 단지 ”공간 확보를 위해”, ”건강하고 문제가 없는 동물이어도” 죽임을 당했기 때문이다. 덴마크 코펜하겐 동물원의 경우처럼 그 어떤 명확한 지침도 없었으며, 공간확보 외에 그 어떤 합리적인 이유도 없이, 그냥 대표가 죽이라고 하니까 ‘처분’한 것에 불과하다.

만약 이런 행위까지 안락사라고 부른다면, 그건 말 그대로 안락사에 대한 모독이 될 것이다. 안락사 자체에 대해서도 이미 수많은 논란이 있는데(어떤 측면에서는 인간의 안락사보다 다른 동물의 안락사가 더 복잡한 문제일 수 있다), 케어의 행위는 차마 안락사라고 부를 수도 없는 만행일 뿐이다. 이와 같은 주먹구구식 살처분을 안락사라고 부르는 건 스스로 생명권과 동물권을 부정하는 거나 마찬가지이며, 한국언론에서도 안락사라는 용어 대신에 다른 표현을 찾아보는 게 마땅할 것이다.

동물보호와 동물권도 단순하지 않다

앞서 코펜하겐 동물원 얘기도 했지만, 기본적으로 ‘동물권‘이나 ‘동물보호’ 문제 역시 간단치가 않다. 이와 관련된 이야기들을 계속 다양하게 하다 보면, 결국 어느 지점에서는 애완동물 또는 반려동물이나 육식과 채식에 대한 논의로 범위가 확대되기 때문이다. 물론 여기서는 직접적으로 다루지 않겠지만, 개인적으로는 반려동물 또는 애완동물이라는 개념 자체에 대해 근본적인 의문이 있다. 과연 이것이 인간과 동물 서로에게 정말 유익하고 필요한 것인가? 단지 인간의 일방적인 욕심 아닌가 하는..

그래서 오랫동안 고민해 왔지만 육식과 채식에 대해 아직 결론을 내리지 못한 것처럼, 애완동물 또는 반려동물에 대해서도 여전히 유보적인 입장에 머물러 있다. 아무튼 이건 단순한 문제가 아닌데, 동물보호나 동물권에 관한 논의에서 가장 대표적인 논의의 출발점으로 삼을 수 있는 부분이 바로 동물원과 관련된 문제들이다. 과연, 동물원의 진정한 역할이 무엇일까? 앞으로 동물원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가? 전세계의 동물원들은 매년 수 천 마리의 동물을 안락사 시키는데, 도대체 어떤 방식을 사용하는 게 적절한가?

외국의 한 동물복지협회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내가 죽기 전에 동물원이 없어질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동물에게 좋은 환경을 제공하는 동물원만 살아남아야 한다. 동물원은 관리하는 동물 종을 줄이고 전체 동물 수를 줄이고 야생과 흡사한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요즘 세계 각지의 동물원들은 ‘종 보존‘과 ‘서식지 보전’을 우선순위에 두고 운영된다. 앞서가는 동물원들은 사육 중인 동물들이 다시 야생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 데에 심혈을 기울인다.

향후에는 불가피하게 멸종위기 동물을 보호하고 학술 연구가 중심이 되는 소수의 동물원만 남고, 나머지 동물원들은 결국 동물들에게 야생과 흡사한 환경에서 서식할 수 있는 넓은 장소를 제공해주는 역할이 주가 될 것이다. 마치 야생동물 보호구역처럼 되는 셈인데, 그렇게 되면 현재와 같이 관람 위주로 운영되는 동물원의 모습은 많이 사라질 테고, 일정한 기준에 따라 제한된 범위에서 생태학습을 위한 공간이 될 것이다. 과연, 한국의 동물원들은 이런 변화에 제대로 대비하고 있는가?

동물권단체 케어
2017.12.22 규탄 기자회견.

한국의 동물보호법, ‘케어’를 조사해야 하는 이유

동물권이나 동물보호에 대한 관심이 날로 증대되고 있는 현실을 반영하듯, 최근에 한국도 ‘동물보호법‘을 개정했다. 이 법 제8조 ‘동물학대 등의 금지’ 제1항은 다음과 같다.

① 누구든지 동물에 대하여 다음 각 호의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1. 목을 매다는 등의 잔인한 방법으로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 2. 노상 등 공개된 장소에서 죽이거나 같은 종류의 다른 동물이 보는 앞에서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 3. 고의로 사료 또는 물을 주지 아니하는 행위로 인하여 동물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 4. 그 밖에 수의학적 처치의 필요, 동물로 인한 사람의 생명ㆍ신체ㆍ재산의 피해 등 농림축산식품부령으로 정하는 정당한 사유 없이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 - 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그리고 케어는 지난 2017년 12월 22일, 이 법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현행 동물보호법은 죽이는 행위와 상해를 입히는 행위만을 동물학대금지조항으로 규율하고 있다. 그러나 이 두 가지 학대유형들은 동물학대사건의 특성상 증거를 입증하기 매우 어렵다. 죽이는 행위를 목격하고도 증거를 채집하지 못한다면, 또 상해의 원인을 입증하지 못하거나 상해가 남지 않는다면 동물을 학대하고 죽이는 행위들을 제대로 처벌할 수 없었던 한계가 있었다. 그동안 대한민국의 동물보호법이 미비하다고 여겨진 것은 이러한 이유였다. 그러나 새로 개정되는 동물보호법에서는 이 두 가지 유형 외에도 ‘신체적 고통’을 주는 행위를 새롭게 동물학대금지조항으로 추가하도록 규율하여, 보다 일반적이고 광범위하게 일어나는 동물학대행위들의 처벌 근거가 적극적이고 포괄적으로 마련되었다는 것에 괄목한 성과를 거뒀다고 평가되었다.” - <동물보호법 시행규칙 입법예고안>규탄 기자회견 내용 중 일부(출처: 동물권단체 케어 홈페이지)

이번에 폭로된 바대로, 2015년부터 약 4년 동안 케어는 200마리 이상의 동물을 ‘살처분’ 했다. 케어가 기자회견에서 말했듯이, 동물학대사건은 그 특성상 증거를 입증하기 매우 어렵다. 그래서 법 개정을 통해 동물학대행위들의 처벌 근거가 적극적이고 포괄적으로 마련되었고, 케어가 저지른 200여 마리의 살처분도 이 법에 따라 조사를 받아야 한다. 게다가 여기에 소요된 비용도 어떻게 마련하고 어떤 식으로 회계 처리를 했는지 추적해서 밝혀내야 한다.

상식적으로, 200마리가 넘는 동물을 케어의 박소연 대표 혼자서 죽였을 리는 없지 않은가. 분명 케어 관계자들이 조직적으로 움직였을 테고, 그 과정에서 ”일반적이고 광범위하게 일어나는 동물학대행위들”이 없었는지 조사 해봐야 하는 것이다. 분명히 일부 케어 직원들 중에도 살처분에 관련된 이들이 있을 테니 케어라는 단체에 대한 직접적인 조사가 필요할 수밖에 없다. 지금 이 시간에도 증거 인멸이 벌어지고 있을지 모르니, 당장이라도 조사에 착수해야 한다.

케어는 동물들을 어떻게 죽였는가? 대표의 지시를 누가 이행했고, 동물을 죽인 구체적인 방법은 무엇인가? 케어의 다른 직원들은 4년 동안 200마리가 넘는 동물들이 죽어가는 동안 정말 이 사실을 전혀 몰랐는가? 죽은 동물들은 도대체 어떻게 최종 처리를 했는가? 개정된 동물보호법은 동물학대 행위자에 대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으며, 상습적으로 위반한 자는 가중 처벌을 할 수 있게 되어 있다.

(상습적 위반일 가능성이 높은) 케어의 살처분은 어떤 처벌을 받는 게 적절할까? 동물보호 활동에 대해 대중이 냉소하게 만들고, 지금도 동물보호를 위해 애쓰는 수많은 이들에게 큰 충격을 준 케어의 행위는 앞으로의 동물권 확대를 위해서도 철저한 조사로 명명백백하게 밝혀야 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케어가 한 행위를 더이상 안락사로 포장해선 안 될 것이다.

* 필자의 블로그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