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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01월 12일 18시 06분 KST | 업데이트됨 2019년 01월 12일 18시 06분 KST

과학자들이 권하는 `기후변화 억제 식단'

온실가스 배출 비중 15%를 차지하는 축산업

BerndBrueggemann via Getty Images

 

온실가스 배출 비중 15%를 차지하는 축산업

새해가 시작되면 흔히들 하는 결심 중 하나가 다이어트다. 과영양 상태를 부른 현대 물질문명이 낳은 사회 현상이다. 그런데 다이어트는 단순히 자신의 몸 건강만이 아니라 지구의 건강에도 영향을 미친다. 식량을 생산, 유통, 소비하는 과정에서 무수히 많은 온실가스가 배출되기 때문이다.

2018년 10월25일치 과학저널 <네이처>에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식량 시스템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는 연간 52억 이산화탄소톤(2010년 기준)에 이른다. 메탄과 아산화질소도 온실효과를 고려해 이산화탄소로 환산해 계산했다. 농업은 또 농경지 1260만㎢와 농업용수 1810㎦를 소비한다. 전체 농경지와 농업용수의 3분의1~2분의1은 인간을 위한 것이다. 연구진은 아무런 대책을 취하지 않는다면 2050년에는 온실가스 배출량은 87%(80~92%), 농지는 67%, 농업용수는 65%, 인과 질소는 각각 54%, 51% 늘어날 것으로 추정했다. 2050년 세계 인구가 85억~100억, 세계 소득은 3배로 늘어나는 것을 가정한 계산이다.

축산 온실가스 배출의 65%는 소…kg당 닭의 10배, 콩의 100배

그런데 농업 부문에서 배출하는 온실가스의 72~78%가 축산업에서 나온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가축에서 배출하는 온실가스는 전세계 총 배출량의 15%나 된다. 맛있는 고기를 먹는 대가인 셈이다. 이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자하는 것이 소다. 축산부문 배출량의 65%가 전세계에서 사육되는 15억 마리의 소에서 나온다. 이는 소가 먹이를 소화하는 과정에서 배출하는 메탄가스의 온실효과가 이산화탄소보다 20~30배 높은 데 기인한다.

옥스퍼드대 수석연구원 마코 스프링만은 시엔엔(CNN) 인터뷰에서 ”소 한마리가 체중 1kg을 불리려면 평균 10kg의 먹이가 필요하고, 이 사료를 생산하기 위한 물과 땅 비료가 연쇄적으로 필요하다”며 ” 소고기는 콩보다 온실가스 배출밀도가 100배나 높다”고 말했다. 소고기 1kg을 생산하는 데는 반추동물이 아닌 돼지, 닭보다 10배나 많은 온실가스가 배출된다.

 

 

The Quint

 

과학자들이 제시한 플렉시테리안 식단은?

어떻게 하면 먹거리 부문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을까? 크게 세 가지 방법이 있다.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지 않는 농업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첫째다. 그다음은 음식 쓰레기를 줄이는 것이다. 생산된 식량의 3분의 1 이상은 유통과 소비 과정에서 버려지거나 사라진다고 한다. 나머지 하나의 방법은 식단을 바꾸는 것이다. 온실가스를 적게 배출하는 음식 위주로 식단을 구성하고, 많이 배출하는 음식은 줄이는 방법이다.

과학자들은 그 하나의 실천 방법으로 플렉시테리안 식단(Flexitarian Diet)을 제시했다. 플렉시테리안이란 유동적인 채식주의(flexible vegetarian)를 뜻하는 말로, 일상적으론 채식을 하면서 고기는 상황에 따라 먹되 가능한 한 적게 먹으라는 얘기다. 세계보건기구의 권장식단(HGD)보다 고기 섭취량을 확 줄인 식단이다. 평소의 단백질 섭취는 고기가 아닌 두부, 콩, 계란, 견과류 등으로 대체한다.

과학자들이 기후변화 억제를 위해 제안하는 플렉시테리안 식단의 특징은 대략 다섯 가지다. 첫째, 하루 최소 500g의 과일과 채소를 먹는다. 과일과 채소는 영양 균형을 위해 가능한 한 다양한 색깔로 구성한다.

둘째, 하루 100g 이상의 식물성 단백질 식품을 섭취한다. 콩과 견과류가 대표적인 음식이다.

셋째, 동물성 단백질 식품은 적당량 먹는다. 예컨대 닭고기는 하루에 반 접시, 유제품은 하루에 한 접시를 넘지 않는다. 오리나 닭 같은 가금류, 생선, 우유, 계란 등이 이에 속한다.

넷째, 소나 양 같은 붉은 고기, 즉 반추동물 고기 섭취량은 대폭 줄인다. 예컨대 1주일에 한 번만 먹는다.

다섯째, 설탕은 전체 섭취 에너지의 5% 미만으로 한다. 포화지방이 많은 식물성 기름, 특히 팜유와 혈당지수가 높은 녹말 식품 섭취량은 줄인다.

 

세계자원연구소(2018)

 

고기 섭취를 주 1회로 줄이면, 온실가스 배출 절반으로

과학자들은 붉은 고기를 1주일에 한 번만 먹고 채식 위주로 식단을 바꿀 경우, 식량 부문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최대 56% 줄일 수 있다고 예측했다.


늘어난 고기 소비는 환경뿐 아니라 인류의 건강에도 악영향을 끼친다. 옥스퍼드대 연구진은 2020년까지 붉은 고기와 가공육 소비는 전세계적으로 240만명의 사망자와 2850억달러의 보건비용을 초래할 것으로 추정했다. 연구진은 고기 소비를 줄이는 하나의 방안으로 고기세를 부과할 것을 제안했다. 이렇게 할 경우 연간 22만명의 목숨을 구하고, 400억 달러의 보건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는 것이다.

 

천리길도 한걸음부터...”일주일에 한 끼는 채식으로”

그러나 식습관을 바꾸는 게 말처럼 쉬운 건 아니다. 굳은 결심이 필요하다. 혼자만 실천하겠다고 해서 다 되는 것도 아니다. 학교 급식이나 회사 구내식당, 일반식당에서 채식을 쉽게 선택할 수 있는 환경도 갖춰져야 한다. 예컨대 홍콩에는 이를 위해 준채식 식단 보급 사업을 벌이는 사회적기업 `그린 먼데이’(Green Monday)가 있다. 2012년 이 사업을 시작한 이후 홍콩에서는 160만명 이상이 일주일에 적어도 한 끼 이상 준채식식단을 채택했다고 한다. 이 회사는 지난해 11월 싱가포르에서도 사업을 시작했다. 올해는 동남아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이 회사 창업자이자 대표인 데이비드 양은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육식 중단과 같은 과격한 식단 전환에는 반대한다며 ”달리기를 하지 않던 사람이 하룻밤 사이에 마라톤 풀코스를 달리는 사람으로 바뀌는 것은 아니다. 10㎞ 마라톤이나 하프마라톤이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말했다.

* 이 글은 한겨레에 게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