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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른 피해자였던 김은희선수가 말하는 "스포츠계 성폭력을 대한체육회에 신고할 수 없는 이유"

도움이 아니라 방해만 되고 있다

지난 8일, 심석희 선수는 조재범 전 여자 쇼트트랙 국가대표 코치가 폭행뿐만 아니라 성폭력까지 일삼았다는 사실을 알려왔다. 심 선수가 만 17세였던 때부터 평창올림픽 직전까지 4년간 상습적인 성폭행을 당했다는 내용이었다.

심 선수 측 변호인은 ”작년에 미투 운동이 일어나면서 피해자들이 더 이상 꼬리표를 걱정하지 않고 얘기할 수 있었다”며 ”좀 늦었지만, 자기가 이렇게 용기를 내서 얘기함으로써 어딘가에 있을 다른 피해자들도 더 용기 내서 앞으로 나올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게 심 선수의 생각)”이라고 밝혔다.

 

젊은빙상인연대와 문화연대 등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10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조재범 성폭력 사건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진상규명, 재발방지를 촉구하고 있다
젊은빙상인연대와 문화연대 등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10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조재범 성폭력 사건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진상규명, 재발방지를 촉구하고 있다 ⓒ뉴스1

 

심 선수가 4년간 피해사실을 꺼내지 못하다가 용기를 내어 이야기를 시작한 가운데, 비슷한 피해를 다했던 테니스 선수 김은희씨는 스포츠계에서 발생하는 성폭력에 대해 스포츠계는 적극적으로 문제해결에 나서기는커녕 방관으로 일삼는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김은희 선수는 초등학교 4학년 10살 때인 2001년, 코치에게 1년간 성폭행을 당했다. 트라우마에 시달리던 김씨는 2016년 한 대회장에서 가해자를 우연히 마주치고 고소를 결심했다. 체육회에서 이 사건을 조사하고 징계를 내린 뒤 그 사실을 근거로 법정 다툼을 이어가려 했던 김씨는 대한체육회 산하의 스포츠인권센터와 문화체육관광부 산하의 스포츠비리센터에 신고 메일을 보냈다.

하지만 김씨가 보낸 이메일은 열흘이 지나도록 수신 확인도 되지 않았다. 신고한지 15일이 지나서야 대한테니스협회에 사건이 넘어갔지만 ‘코치가 연락이 안 된다’며 곧바로 조사가 진행되지 않았다. 문체부는 거꾸로, 재판 결과를 보고 징계를 한다며 결정을 차일피일 미뤘다. 결국 대한체육회에서는 신고한 지 1년 4개월 만에, 문체부에서는 1년 8개월 만에 가해자에 대한 징계를 통보했다.

김은희씨는 지난해 8월,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에 참석해서 ”만약 피해자가 사건을 신고했는데 담당자 배정에만 15일이 걸리면, 피해자에게 그 시간은 어떻게 느끼겠느냐”며 스포츠계의 성폭력 사건 처리과정에 문제가 있음을 지적했다.

대한체육회 등 국내 스포츠기관이 피해를 막고 가해자를 처벌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방해만 되고 있다는 사실은 전문가들도 입을 모아 이야기한다.

정용철 서강대학교 교수는 노컷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선수들이 체육회에 신고하면 한통속이라고 보고 이용하지 않는다. 신고 내용이 가해자 쪽에 흘러 들어가서 유리하게 대비한다거나 하는 일이 있는 것으로 안다”며 ”대한체육회가 신뢰를 못 받고 있는 상황이니 당연히 신고를 꺼릴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지적은 과장이 아니다. 한 국가대표 출신 체육인 A 씨는 “10여 년 전 여중생 선수의 성폭행 피해 등 한국 스포츠의 성폭력 실태가 보도된 적이 있었다. 그러나 당시 해당 지도자는 자격 박탈 징계만 받았다”며 만약 당시부터 ‘원 스트라이크 아웃’ 제도가 확실하게 자리 잡았다면 이런 사태가 벌어졌겠는가”라고 지적했다.

정용철 교수는 ”독립적이고 강력한 조사권을 가진 기구가 설치돼야 한다”며 ”정말 이번에 놓치면 마지막 기회를 놓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외부의 전문가 리스트를 뽑아서 제대로 된 독립 센터를 꾸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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