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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천년 전 치아에서 중세 유럽 여성의 숨겨진 일상이 밝혀졌다

지금까지의 통설과는 다른 결론이 나왔다.

ⓒChristina Warinner

독일 막스 플랑크 인류역사 과학 연구소와 영국 요크대학 연구팀은 ‘중세시대의 건강’을 주제로 연구활동을 하고 있었다. 연구과정의 일환으로 연구진이 찾은 건, 독일 달하임에 위치한 작은 수도원에서 발견된 여성 유해의 치아였다. 이들이 이 치아에서 주목한 것은 치석이었다. 일반적으로 형성되는 치석과 달리 푸른색을 띄고 있었기 때문이다.

ⓒChristina Warinner

CNET’이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스에 실린 연구결과를 인용한 바에 따르면, 이 수도원에는 14명의 여성이 살았다. 연구진이 발견한 치아의 여성은 사망 당시 45세에서 60세 사이에 사망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 시기는 997년에서 1162년 사이다. 연구진은 고출력 현미경과 분광 계측기등을 이용해 치아의 치석을 분석했고, 그 결과 푸른 빛이 띄는 이유는 청금석으로 만든 안료 때문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연구진은 안료의 성분을 추적했다. 이어 이 안료가 왜 여성의 치아에서 치석이 되었나를 추정했다.

치석에서 추출한 청금석 안료 분자.
치석에서 추출한 청금석 안료 분자. ⓒChristina Warinner

중세 유럽에서 청금석 안료는 매우 희귀한 재료였다. 아프가니스탄에서만 채굴됐기 때문에 양이 적었고, 그래서 고급 서적을 만들때에나 쓰였다. 종교적 예복에는 금과 은 같은 비싼 재료와 함께 쓰이기도 했다.

그렇다면 그렇게 희귀하고 비싼 안료가 왜 여성의 치아에서 치석이 되었을까?

연구진은 다양한 시나리오를 가정했다. 그 결과 해당 여성이 청금석 안료를 이용해 그림을 그렸을 것이며 붓이 마르면 입으로 빨아서 그림을 그렸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중세 유럽의 여성이 그림을 그렸다는 건, 지금까지의 통념과 다른 것이었다. 15세기 이전의 예술가들은 겸손의 의미로 자신의 작품에 이름을 새기지 않았다. 그리고 특히 여성 예술가들은 작품이 이름을 기록할 수 없었기 때문에 현대 학자들은 과거 여성이 종교적 문서나 작품에 거의 참여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이번 연구는 해당 여성이 그림을 그렸을뿐만 아니라, 희귀한 재료를 쓸 만큼 매우 뛰어난 실력을 갖추었을 것이란 결론이 가능하게 했다.

막스 플랑크 연구소의 크리스티나 워리너 박사는 ”우리는 한 여성이 매우 희귀하고 비싼 안료로 사람들의 발길이 거의 없는 곳에서 그림을 그렸다는 증거를 갖게 됐다”며 ”이 여성의 이야기는 영원히 묻혀졌을 지도 모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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